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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바위.jpg

 

 

고교 2학년 때에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우리세대는 기억한다. 그 당시에 수학여행이 실로 추억덩어리였음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쉼 없이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불러댔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그래도 피곤을 모를 정도로 청춘은 강했다. 일단 설악산은 산행을 해야 한다. 건강한 아이들이야 콧노래를 부르면서 떼를 지어 올라가지만 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고행 그 자체였다. 하지만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울산바위 근처에 이르렀고 그 유명한 “흔들바위”에 당도할 수 있었다. 실험정신이 강한 우리들은 한쪽에 모여서서 있는 힘껏 바위를 밀쳐보았다. 하지만 조금 흔들리다마는 요지부동의 전설적인 바위였다.

부부도 그런 것 같다. 어찌 부부가 살면서 흔들리지 않을 수가 있으랴? 처음에는 성격차이로, 살다보면 경제문제, 자녀문제, 고부갈등을 시작으로 한 양가의 충돌 등. 사실 부부가 사건 없이 산다는 것은 배가 풍랑 없이 운항할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살다보면 잔잔해 지겠지?’ 기대를 하지만 어느 한순간 정면으로 부딪히다보면 ‘후회, 번민, 체념, 울분 등’이 가정이라는 배를 흔들어버리고 만다. 흔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설악산 벼랑에 걸려있는 “흔들바위”처럼 만고강산 버티고 서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부부가 되어야 한다.

우리 부부를 흔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경제문제일까? 아니면 성격일까? 자주 하는 말이지만 부부는 거의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난다. 같은 사람들이 만나는 일은 거의 드물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며 살다보면 어느 순간 부부가 닮아가는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 식성과 취미가 닮아가다가 나중에는 생김새까지 닮아가게 된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배려하다보면 “행복”이라는 선물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 나아지겠지?’하는 기대가 점점 무너져 갈 때에 부부는 흔들린다. 황혼에 가서도 그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할 때에 갈라서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부부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평탄한 결혼생활에 위기가 오게 된다. 과거에는 딸을 시집보내면서 친정아버지는 당부했다. “이제 너는 출가외인이야. 이제 죽어도 시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때 아낙들은 남편이 미워 집을 나서도 갈 곳이 없었다. 친정에는 발도 못 붙였고 어디든 위험하고 불안해서 다시 돌아와야만 하였다. 그 시대는 그런 제약이 가정을 지키는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급격히 바뀌어갔다. 부부간에 문제가 생기면 양가 부모들이 나대기 시작했다. “야, 싹이 노랗다. 어찌 그런 배우자와 평생을 살겠니?” 당사자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우리 어머니들처럼 속으로 삭히고 참아내는 모습은 미풍이 아닌 세월이 되었다. 흔들리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부부의 신비를 인정하지 않은 채 부부가 흔들릴 때면 사이에 끼어들어 파탄을 주도하는 사람들로 인해 벼랑에서 자태를 뽐내는 흔들바위가 아니라 아예 구렁으로 떨어져 버리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가?

부부는 서로 포기하면 안 된다. 가끔 나에게 이혼상담을 요청해 오는 부부가 있다. 처음에는 안쓰러워 모든 상담에 응했지만 이제는 지혜가 생겼다. 먼저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포기하셨습니까?” “아니오.” 아직도 배우자를 사랑하고 계십니까?” “그럼요.(Yes)”하는 부부만 진을 빼며 상담을 한다. 그래서 살려낸 부부가 몇이 있다. 지금 그분들은 우리 부부에게 고마워하며 잘 살고 있다.

부부도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기쁨을 안겨주는 “흔들바위”처럼 요동하는듯하면서도 의연하게 자리는 지키는 그런 부부가 많아질 때에 이 땅은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되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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