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6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후진.jpg

 

 

3년 전 여름,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이었다. 한아름 마트에 들렀다가 차를 후진하면서 승용차 문을 ‘살짝’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후진 기어를 넣었는데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 차를 세워보니 그곳에 까만색 승용차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인 손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한참 동안 나는 후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후진을 하려면 항상 불안하고 두려웠다. 오래전,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에 일이다. 어느 날, 교육전도사 시절에 신앙을 지도하던 “문기용”이 교회를 찾아왔다. 어리기만 하던 아이가 버젓한 직장인이 되어 ‘옛 스승이라.’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참 대견했다. 고맙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기용”은 우리 부부를 태릉에 한 “오리전문” 식당으로 안내했다. 맛있는 오리요리와 더불어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목사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그래, 고맙다. 다음에 또 만나자.” 인사를 건네고 서로 자신이 몰고 온 차에 올랐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후진 기어를 넣고 힘차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순간 “퍽”하는 소리에 놀라며 차를 멈췄다. 나란히 세워두었던 “기용”의 차와 내 차가 서로 후진을 하며 부딪친 것이다. 내려 보니 내차는 ‘멀쩡’한데 기용 차 뒷 범퍼는 박살이 난 상태였다. 제자는 “괜찮다.”며 떠나는데 나는 얼마나 미안하던지. 식사 대접을 하고 차까지 망가져서 가는 제자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차가 전진 할 때 보다는 뒤로 ‘Back’할 때가 더 위험하다. 앞으로 전진 할 때 보다는 뒤로 물러설 때에 시야가 극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 갈 때에는 최선을 다해 땀을 쏟으면 그뿐이다. 일단 그 목표에 다다르게 되고 “성공”하는 그 순간부터 더 큰 위험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비약 같지만 성공하는 것보다 그 성공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치 산행을 할 때에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이 더 위험한 원리와 같다.

돌아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참 많다. 멋져 보인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다운 인격과 아량을 소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언젠가 자신의 아들을 힘들게 했다고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가해자를 구타한 사건이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의 일이다. 일생동안 모본적이고 존경할만한 목회를 하셨는데 마지막 은퇴시기에 과욕을 부리시다가 성도들을 실망시키고 교회를 어렵게 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아니 어떤 분은 은퇴를 하시고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군림(?)하시면서 후임목사님의 목회를 버겁게 하는 분도 계셔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털고 물러서는 것이 몹시 어려운 모양이다.

남아프카 공화국에 “넬슨 만델라”를 생각한다. 그는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항하여 인권운동을 펼치다가 27년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으면서도 출옥한 이후 그는 전혀 보복하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는 민족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연임열망을 뒤로하고 그는 단한번의 임기를 끝으로 권좌에서 물러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톤”은 어떠한가? 그는 대통령직을 3선이나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졌지만 깨끗이 사양하고 물러나 미국 정치에 새장을 열어주었다. 그는 지금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고 있다.

더 누릴 수 있음에도, 그 자리에 단맛을 더 느끼며 살 수 있음에도 홀연히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분이 진짜 성공한 사람이요, 위대한 분이 아닐까? 등산보다 하산이 더 중요하듯이 전진보다 후진이 더 위험하듯이 성공보다 어느 순간 그 자리를 포기할 줄 아는 지혜와 인격이 있는 분을 우리 모두는 고대하며 살고 있다.


  1.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286
    Read More
  2.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70
    Read More
  3.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58
    Read More
  4.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56
    Read More
  5.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51
    Read More
  6.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077
    Read More
  7.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44
    Read More
  8.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084
    Read More
  9.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615
    Read More
  10.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61
    Read More
  11.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713
    Read More
  12.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282
    Read More
  13.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709
    Read More
  1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40
    Read More
  15.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106
    Read More
  16.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712
    Read More
  17.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604
    Read More
  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65
    Read More
  19.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65
    Read More
  20.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79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