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322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갈등.jpg

 

 

한국에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만난 한 가정의 이야기이다. 잔뜩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술을 한 잔 걸친 것도 같다. 나이는 얼핏 40대 후반은 된 것 같은 남자가 찾아왔다. 우선 “과거 탐사 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는 질문을 던진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희한한 대답이 돌아온다. 다 “아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답한다. 결국 무엇일까? 사랑은 하고 싶은데 화가 나고 사랑하고 싶은데 미움이 올라온다.

모든 부부의 소망은 소박하다. 서로가 잘 해주고 싶고 잘 지내고 싶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들어보니 이 남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회사를 위해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고 혹시 미운털이 박힐까봐 퇴근 후 어울려 열심히 술도 마셨다. 그 덕분인지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중역이 되었다. 가정생활도 성공하고 싶었다. 아내의 외출은 물론이고 딸에게는 집에 들어오는 시간을 정해놓고 엄격하게 키웠다. 휴일에는 모두 시댁에 가야 한다. 하지만 한번도 가족끼리 여행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내와 딸이 집을 나가버렸다. “이제 당신과는 도저히 함께 못살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충격이었다. 생애 최고의 위기를 만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는 위험은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기를 잘 살려서 전환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삶의 예술이 아닐까? 간단하다. ‘부끄러움’이나 ‘화’가 아닌 진정한 ‘나’와 ‘가정의 행복’을 선택하게 돕는 것이다. 의식은 지식과 감성과 의지, 즉 행동이 수반되는 인간의 상태이고 수준이다. 인간의식이 높아지면 볼 것이 보이고 들릴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상담이 이어진다. 아내가 되어보게 하고 딸이 되어 보게 한다.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 진다. “참지마세요.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우세요.” 봇물이 터지듯이 남자의 깊은 가슴속에서 통곡이 터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그렇게 둘이 울었다. 남자의 고백은 그렇다. 그의 집은 너무도 가난했다. 대학도 못 다니고 결혼 후에는 처가살이를 해야만 하였다. 그래서 악착 같이 살았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따라서 남자의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내가 뭐라고 말을 하면 화부터 났다. 특별히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에는 무시하는 것 같아서 이성을 잃었다. 아내에게 직접 손을 댄 적은 없지만 거친 언어와 물건을 던지며 위협을 가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딸은 이제 아예 아빠와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벌써 오래다. 회사도 가정도 성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두 가지를 다 놓친 것 같아 두려워진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남자가 말했다. “제가 정말 그동안 잘못 살았습니다. 아내와 딸을 찾아내고 싶었지만 남자 체면을 앞세우며 견뎠습니다. 제 속마음은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요. 이제 알았습니다.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아내에게 가서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하고 딸에게도 용서 해달라고 말 할 것입니다. 꼭 찾아서 함께 살겠습니다.”

남자는 아내를 데리고 두주 후에 다시 나타났다. 완강하던 아내는 진정으로 사죄하는 남편의 진심에 마음을 연 것이다. 아내가 울면서 말한다. “자기도 남편을 정말 사랑하고 함께 살고 싶다.”고. 부부를 마주 앉게 했다. 상대를 바꾸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한다. 말할 때에 조용히 말을 듣게만 한다. 그리고 따라하게 했다. “미안합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부부가 서로를 끌어안는다. 한참이나 부둥켜안고 울던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부부의 미소가 아름답다. 미소 속에 천국이 보인다. 그 시간에 나도 보람을 느낀다. 감동과 재미가 있고 나의 존재감에 스스로 행복하다. 기대하지 못했던 삶의 희열이 부부를 살려내던 그 시간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물결쳐 왔다.


  1.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256
    Read More
  2.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49
    Read More
  3.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51
    Read More
  4.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25
    Read More
  5.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25
    Read More
  6.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046
    Read More
  7.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26
    Read More
  8.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056
    Read More
  9.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568
    Read More
  10.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26
    Read More
  11.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692
    Read More
  12.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254
    Read More
  13.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687
    Read More
  1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04
    Read More
  15.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066
    Read More
  16.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673
    Read More
  17.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543
    Read More
  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46
    Read More
  19.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35
    Read More
  20.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7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