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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6:27

광화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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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jpg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어드는 매력이 있었다. 요사이 가요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그리고 너무 표현이 노골적이고 감각적이다. 역시 노래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다. , 리듬, 편곡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이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젊다, 고로 표현할 뿐이다.”이다.

 

  우리 시대에는 가요 장르가 공존했다. 보컬그룹과 일반가요가 활시위를 당기듯이 경쟁하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요란한 락(Pock)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 있는가하면 트로트, 발라드, 재즈 음악이 한마당에서 어우러졌다. 나는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고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고교시절에 가장 많이 맴돌았던(?) 곳은 명동이었다. 코스모스 백화점으로 시작하여 중앙극장 옆구리를 돌아 나오는 코스에는 많은 사연이 뿌려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광화문은 늘 동네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만난 국제극장의 위용은 대단했다. 1,800석의 극장은 벌린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에 가서 그곳을 지날때면 광화문 근처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짜장 떡복이가 맛있었던 분식집, 덕수제과,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책방, 그리고 조금은 저렴하게 LP판을 살 수 있었던 레코드 가게까지 그때 광화문은 7080세대의 허브였다.

 

  광화문을 오른쪽으로 바라보고 올라가면 MBC 방송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타고 돌면 잠시 시간이 멈춘듯한 정동으로 진입한다. 아련하게 파고드는 적막이 왜 그리 좋았던지? 그렇게 한참을 돌아가면 덕수궁 돌담길로 이어지는 정취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명소였다. 그런데 그 추억은 언제나 노래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잊고 있다가도 노래를 듣게 되면 영사기 필름이 돌아가듯 추억이 되살아난다. <광화문 연가>란 노래가 나에게 주는 역사의 선물이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로 이어지는 <광화문 연가> 왜 이리 세월은 빨리 지나갔는지? 교복을 입고 거닐던 그때로 한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무척이나 행복 할 텐데.

 

  너무도 변해버린 서울 한켠에서 <광화문 연가>는 그래도 우리 세대의 추억과 아픔을 되새김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내가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때는 조금은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은 우리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풍속화 그림이 재미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몰랐던 실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 역시 이제는 흰머리가 전혀 낯설지 않은 세대에는 성스러운 추억을 되뇌일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노래란 그저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억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 가사가 내 인생임을 깨달으며 놀란다. “인생은 미완성, 기타하나 동전 한닢, 하숙생, 만남, 사랑으로주옥같은 가사가 심오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노래를 들으며 그 시간으로 잠시 생각여행을 떠난다. ‘그래,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지? 아팠지만 행복했던 청춘이 나에게도 있었지?’ 허공을 쳐다본다. 헛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도 멋지게 살았다. 그래도 아직 내게 열정은 있다. 가요의 한 귀절에도 돌아갈 고향이 있는 나는 부자 중에 부자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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