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6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_마음.jpg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잔인하리만큼 참혹한 장면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내 스스로도 ‘왜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그런 영화에 매료되었다. 어떤 때는 괴상한 형상을 한 물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람이 저렇게도 악해질 수 있구나!”할 정도의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주인공은 반드시 살아남으며 악당들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으며 시청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50대에 접어들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괴기영화, 즉 공포를 조장하는 화면에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그 변화는 내가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공포영화가 너무도 싫어졌다. ‘아,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이제는 그런류의 영화는 아예 거들떠도 안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고 마음도 약해지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2001년, 한국영화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영화가 등장한다. 바로 “친구”이다. 우리 세대보다는 조금은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정서는 10년을 함께 하는 것 같다.

철없이 어울리던 어린 친구들이 성장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그 중에서도 어둠의 길(조폭)에 접어든 두 친구의 갈림길 인생이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니 가라, 하와이!”부터 “그마해라, 너무 마이 묵었다.”라며 참혹한 살인 장면을 여과없이 영상에 비춰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영화였다. 그러다가 2013년, “친구2”가 등장한다. ‘친구1’에 대한 향수와 기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실망을 안겨주었다. 너무도 잔인한 장면들이 유희처럼 표현되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끔찍한 영상들이 자꾸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는 하루만 지나면 지워지던 영상이 불안을 동반하며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역시 나이가 들며 “지·정·의”중에 감성이 예민해 진 것이다. “감정”, <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움직이다”라는 뜻의 “movere”에서 나왔다. “E-motion” 즉, ‘에너지 모션’ 우리의 감정은 움직이고 변화 한다. 지금의 감정이 다가 아니고 언젠가는 소멸되고 다른 느낌이 다가온다. 그렇기에 그 불편한 감정들을 없애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다. 찾아오는 감정들을 잘 만나주며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삶으로 인도해 주는 것이 삶의 기슬이다.

그러다보면 슬픔을 만나며 내 안에 상처가 치유되고, 분노를 만나며 내 안에 힘이 키워진다. 수치심을 만나며 내 안에 더 깊은 신성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내면의 아픔들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일기’를 쓰는 것이다. 지금 내 안에 일어나는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응어리를 회복시키고 나를 가장 정직하게 만나게 하는 힘이 있다. 지금 내면에 일어나는 감정과 자주 만나는 사람은 심성이 깊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현실 속에서 만나는 불편한 감정들이 고개를 들면 피하고 도망치고 숨고 외면하고 싶어 한다. 감정일기를 쓰며 내가 애써 외면한 아픔들과 직면하고, 화해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도인(道人)이다. 사람은 자신을 만날때에 정직해 진다. 우리는 자주 물어야 한다. “내가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 왜 행복하지 않지?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지? 왜 자꾸 움추러 드는 걸까?” 그러면 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문득 예전 비슷한 현실의 문제들 속에서 전혀 다르게 반응하며 해석하고 있는 대견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후에는 감사와 노래가 나온다.

시(詩)가 가슴으로 들어온다. 예술과 철학, 종교가, 자연이, 슬픔이, 외로움이 달리 해석되어 내게 주는 삶의 힘을 얻게 된다. 진짜 삶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와 ‘맞짱뜨기’이다. 결심이 아니다. 지식이나 머리도 아니다. 영혼에서 흘러나와 가슴과 손·발을 통해 울려 나오는 삶, 감히 기대할 수 없는 삶,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이런 내가 좋다.


  1.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255
    Read More
  2.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45
    Read More
  3.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51
    Read More
  4.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21
    Read More
  5.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22
    Read More
  6.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046
    Read More
  7.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26
    Read More
  8.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056
    Read More
  9.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560
    Read More
  10.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24
    Read More
  11.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691
    Read More
  12.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251
    Read More
  13.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685
    Read More
  1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03
    Read More
  15.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064
    Read More
  16.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669
    Read More
  17.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541
    Read More
  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45
    Read More
  19.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29
    Read More
  20.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76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