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9:08

0시의 다이얼 6/19/2015

조회 수 782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장희.jpg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너무도 사랑한다. 집에 있을 때나 차를 운전할 때에도 항상 음악을 즐겨 들으며 산다. 목사라고 찬송이나 복음성가만 듣지 않는다.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클래식부터 발라드, 락(Rock)까지 비오는 날에는 7080 가요를 듣는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 (2007)>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교 시절에 즐겨듣던 “심야방송”덕이었던 것 같다. 번민이 많던 10대 후반 오아시스처럼 다가온 방송이 있었다.

기차소리와 가슴을 파고든 “이사도라!”(폴모리아 악단 연주). 그리고는 나즈막히 흘러나오는 김세원(성우)의 오프닝 멘트 “밤의∼ 플랫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내게 비타민이었다. 이윽고 “중파 790 킬로 헬쯔 동아방송입니다. 에이치 엘 케이 제이. 시계라면, 오리엔트. 오리엔트 손목시계가 밤 열한시를 알려드립니다.” “삑...삑..삥~~” 드디어 시그널 뮤직 Franck Pourcel 악단의 “In The Year 2525”가 울려 퍼지고 콧수염 “이장희”가 외친다. “0시의 다이얼∼”

나는 그때부터 야행성이 되어갔다. 이장희가 처음 “그건 너”라는 곡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아니, 저런 노래도 있었나?’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저게 노래냐?” 단순한 가사와 내 지르는 듯 한 발성이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노래와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승승장구. 이 노래 하나로 이장희는 스타덤에 오르며 <자정이 훨씬 넘었네>,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 소녀가 울고 있네>를 연속 히트시키며 인기 가수 반열에 오른다. 그의 노래는 은근한 중독성을 안고 퍼져나갔다.

이장희가 처음 TV 화면에 얼굴을 드러내었을 때 그 여파는 더 컸다. 그것은 설사 나 뿐만은 아니었다. 더부룩한 장발은 그렇다할지라도 무거워 보이는 가죽 자켓, 거기다가 그리 단정해 보이지 않는 콧수염까지 파격적인(?) 인상이었다. 인기몰이를 하며 그는 부동의 심야방송 DJ로 자리를 잡는다. 외모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목소리. 그것은 이장희 반전매력이었다. 그는 일상적이 멘트를 통해 심야방송을 평정한다. 우리세대는 거의 ‘0시의 다이얼’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3.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0시의 다이얼>은 항상 틀어져있었다. 큰마음을 먹고 엽서를 보낸 후 친구들에게 “신청곡을 보냈으니까 들어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끝내 내 신청곡은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 방송 엽서 전시회에 갔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보낸 엽서는 눈길을 끌 수 없는 단순 그 자체였던 것이다. 여자 친구에게 핀잔을 들으며 분한 마음을 견디질 못했는데 전시회에서 눈 사그러들 듯이 분이 사라졌다. 그 정도로 그 당시 하이틴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과 심야방송 DJ들이 들려주는 다채로운 편성에 중독(?)되어 살았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눈부시게 발전한 때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녹음기를 대기했다가 좋은 팝송이 나오면 레코드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난데없이 DJ가 멘트를 함으로 순수한 노래 녹음이 실패할 때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DJ는 이종환이 뛰어났다. 그는 필요한 멘트 만 해주고 청취자들이 음악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심야방송은 <별이 빛나는 밤에>(MBC) <꿈과 음악사이에>(CBS) <한밤의 음악 편지>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다 DJ도 “이종환, 임국희, 황인용, 차인태”를 시작으로 “양희은” “박원웅”까지 기라성 같은 DJ들을 대거 투입시키며 경쟁을 통해 인기몰이를 했다.

심야방송과 함께 청춘의 낭만을 풍미했던 세대가 이제 50대를 넘어 60대에 접어들고 있다. 너무도 화려해진 미디어 매체를 보며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처럼 가슴으로 음악을 배고파 하지

않는 젊은 세대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의 호수에 잠겼다. 그래서 가난했지만 풍요로웠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고한 삶을 살았다. 낭만적인 심야방송이 사람들의 깊은 감성을 퍼올리던 그때가 힘들었지만 행복했음을 이제야 안다.


  1.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296
    Read More
  2.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75
    Read More
  3.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61
    Read More
  4.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73
    Read More
  5.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72
    Read More
  6.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115
    Read More
  7.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65
    Read More
  8.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090
    Read More
  9.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626
    Read More
  10.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70
    Read More
  11.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747
    Read More
  12.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291
    Read More
  13.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715
    Read More
  1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44
    Read More
  15.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111
    Read More
  16.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727
    Read More
  17.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617
    Read More
  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73
    Read More
  19.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71
    Read More
  20.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79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