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6.03 13:45

맥도날드 할머니

조회 수 585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맥 할머니.jpg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로 불리우며 유명세를 탔던 한 여인이 있다. 본명은 “권하자.” 일찍이 성공한 목재사업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공주 대접’을 받으며 살았다. 어릴 적부터 말수가 적은 반면 자존심도 강했다. 남보다 우월의식이 강해서인지 친구도 없이 스스로 방에 갇혀 살다시피 했다.

 

 소녀는 공부를 잘했다. 한국외국어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에는 들어가기 어렵다던 외무부에서 근무할 만큼 수재로 불렸다. 지적이고, 미모까지 뛰어났으며, 학창시절에는 ‘메이퀸’으로 불릴 정도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하지만 이런 삶이 그녀의 인생에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악재로 작용을 했다. 늘상 부모의 그늘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녀는 독신으로 나이가 들어갔다. 평생 자신의 우산이 되어 줄줄 알았던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여인은 사막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절박함에 허덕인다.

 

 남은 가족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서로 연락이 끊기면서 고립된 삶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갇혀 지내면서 생활도 궁핍해져 갔다. 나이는 들어갔지만 수중에 돈은 없었고, 또 돈을 벌 생각도 안 했다. 할머니는 결국 길거리를 떠도는 ‘걸인’이 되고 말았다. 그럭저럭 살아가던 할머니에게 추운 겨울이 닥쳐온다. 할머니가 찾은 곳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맥도날드 매장’이었습니다.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의 ‘맥도날드’는 그래서 그녀의 도피처가 되었다.

 

 그때가 2001년이었고, 10년 넘게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냈다. 이곳에서 매일 밤 9시에 나타나 새벽 4시까지 눕지도 않고, 새우잠을 자면서 길에서 주운 신문을 읽고, 성경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졸리면 엎드려 잘만도 하건만 할머니의 모습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른 것은 먹지 않고,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다가 방송에 제보를 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공중파(TV)를 통해 소개되었고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유창한 영어와 교양 있는 말투를 쓰는 할머니가 예사롭지 않았다. 과거의 이력이 나오자 ‘맥도날드 할머니 된장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방송이 나가자 할머니의 지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과거의 동료, 여고 동창생, 지인들이 연락을 해 왔고, 소식이 끊겼던 반가운 손님들의 연이은 방문에 할머니는 매우 행복해 했다. 당시 외무부 후배들은 그녀를 보며 “어쩌면 이렇게 변할 수 있냐?”고 놀라움을 표한다. 사람들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거처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한다. 그러나 할머니의 반응은 ‘No’였다. “내 방식대로 남은 생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던 할머니는 어느 날 조용히 맥도날드 매장을 떠난다. 그렇게 간간히 소식이 들려오며 세월이 흘러간다. 사람들에게도 할머니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돌연 할머니의 ‘부음(訃音)’이 들려왔다. 향년 73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송파새희망요양병원’에서 심폐정지로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요양원에 오기 전까지 여전히 거리를 전전했던 것 같다. 길거리에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하여 병원에 옮겼을 때에는 이미 암이 복막에까지 퍼져있었고, 요양원으로 옮겨져 세상의 마지막을 보냈다.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할머니는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한 줌의 재로 변하고 만다.

 

 “살아간다.”는 것은 소통을 의미한다. 일면식도 없는 ‘맥도날드 할머니’의 생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곁에 소통할 수 있는 단 한사람만 있었더라도 할머니는 보다 의미 있고 정감 넘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우리 주위에는 또 다른 ‘맥도날드 할머니’가 있을지도 모른다. 돌아보자, 그리고 다가가자. 들어주고 살려보자. 이것이 내가 살아야할 또 하나의 이유인지도 모른다.


  1.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26697
    Read More
  2.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0563
    Read More
  3.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33693
    Read More
  4.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29728
    Read More
  5.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1202
    Read More
  6.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1586
    Read More
  7.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28488
    Read More
  8.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0498
    Read More
  9.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29142
    Read More
  10.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29748
    Read More
  11.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29527
    Read More
  12.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0289
    Read More
  13.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1618
    Read More
  14.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0894
    Read More
  15.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29693
    Read More
  16.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1702
    Read More
  17.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2493
    Read More
  18.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5051
    Read More
  19.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2653
    Read More
  20.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03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