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28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극장.jpg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어쩔 줄 모르며 걸어올라 오는 모양이 그렇게 재미질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공이 열리며 서서히 극장 안에 모든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극장 문을 마주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들어서기도 한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때가되면 보이는 것이 인생이다.

 

어릴 때는 이해가 안 가던 부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깨달아 지기 시작한다. 미쳐버리고 죽을 것만 같았던 상황이 시간이 흐르며 안개가 걷히듯 풀려가는 것이 인생이다. 왜 내 부모님은 그런 삶을 사셨을까? 왜 누구의 부모처럼 탁월하지도 못하고 내게 ‘금 수저’를 물려주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것이 내게 가장 적합한 최고의 환경”이었음을 깨달으며 인생은 깊어간다. 모든 것이 주어져도 만족은 없으며 내가 평생을 목적으로 달려왔던 그 무엇을 움켜쥐는 순간 또 다른 허탈감에 허덕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20대 초반. 대학진학도 막히고 몸이 성치 못하기에 취직도 못한 채 하루 놀고 하루 쉬는(일명:백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고교동창생과 다방에 마주 앉았다. 대뜸 “재철아, 다들 네가 미국에 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라고 물어온다. 전혀 뜻밖에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누가 그래? 생뚱맞게 미국은 무슨 미국?” 학창시절에 워낙 활동적이었던 내가 두문불출하니 누군가에 입에서 장난처럼 새어나온 말이 풍문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졸지에 나는 미국에 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생각한다. 그때 그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어야 한다는 것을. 왜 나는 20대에 미국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물론 그 시절은(1970년대) 특별한 계층이 아니면 외국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때이다. 그때 막 들어온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누가 외국에 간다고 하면 가족은 물론 친척, 지인들까지 공항에 나가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던 때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말을 들으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치부할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70년대, 아니 60년대에 미국에 오신 분들을 나는 진정으로 존경한다.

 

 이왕 오려면 20대에 미국을 왔어야 했다. 왜 나는 장애인에 대한 극심한 편견이 난무하는 나라를 벗어날 꿈을 꾸지 못했을까? 보다 큰 포부를 품고 모험을 감행하지 못했을까? 이것이 나이가 들어가며 가지는 커다란 아쉬움이다. 가만히 상상을 해 본다. 그때 미국 땅을 밟았다면 새롭고 큰 발걸음을 내디디지 않았을까? 물론 죽도록 고생을 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은 엄청난 역동성을 가지고 지금보다는 완연히 다른 방향으로 지경을 넓혔으리라!

 

 20세기 프랑스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로맹 롤랑>은 “인생이란 15분 늦게 들어간 영화관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결국 인생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놓쳐 버린 15분의 줄거리를 찾기 위해 뭔가에 집착을 한다. 15분의 이야기를 놓친 영화는 보는 내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입만 열면 “왕년에!”를 찾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 화려했던 삶, 소위 잘 나가던 때, 모두에게 추앙받을 뿐 아니라 돈이 몰려오던 때를 회상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결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인생은 철저히 오늘을 사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은 삶의 윤활유일 뿐이다. 지금 내가 살아야 할 곳은 ‘여기’이다. 지나간 것은 지난 간대로 가슴에 묻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모든 면에서 만족하며 평생을 환희 속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미 놓쳐버린 15분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잃어버린 15분도 어렴풋이 자취를 드러내며 인생의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

 

 내가 20대에 미국에 왔다면 아마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분의 섭리를 그래서 찬양한다. 인생은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보물창고이다.

 


  1.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29071
    Read More
  2. 칭찬에 배가 고팠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와 아빠에게 칭찬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라디오 드라마(당시에는 TV가 없었음)에서는 분명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상 “아부지”라고 불러...
    Views30124
    Read More
  3.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29733
    Read More
  4. 핸드폰 없이는 못살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핸드폰 없이는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곁에 두고 사는 새로운 가족기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기능도 다양해져서 통화영역...
    Views33709
    Read More
  5.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28180
    Read More
  6.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2049
    Read More
  7.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35205
    Read More
  8.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31083
    Read More
  9.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2653
    Read More
  10.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3062
    Read More
  11.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29921
    Read More
  12.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2014
    Read More
  13.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0608
    Read More
  14.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31285
    Read More
  15.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30928
    Read More
  16.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1692
    Read More
  17.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3023
    Read More
  18.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2406
    Read More
  19.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31170
    Read More
  20.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31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