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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영희.jpg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불러보는 “철수와 영희” 그 세월이 어느새 40년이다. 그래서인지 그 익숙하고 정겨운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고 한다. 시대에 맞는 새롭고 신선한 이름으로 대치한다는 취지이지만 우리의 추억까지 밀려나는 느낌이다.

 

 “철수와 영희”와 함께 등장하는 강아지가 “바둑이”이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반기는 강아지 이름이 “바둑이”였다. 바둑이가 아이에게 재롱을 피우는 그림은 개를 키우지 않는 내 가슴에 개에 대한 뜻 모를 정겨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철수와 영희, 바둑이”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첫 국어 교과서부터 등장한다. 70년대엔 한때 “기영이와 순이”로 바뀌기도 했지만, 1987년까지 “철수와 영희”는 계속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철수” “영희”라는 이름을 만나면 잠시 지나간 옛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볼거리가 전혀 없었다. 도시아이들은 “만화책방”이라도 들렀지만 시골에 사는 우리들은 만화를 시리즈로 보는 것은 단지 희망사항이었다. 우연찮게 엿장수 아저씨의 리어카에서 지난번 보았던 만화의 다음 편을 만나면 행운 중에 행운이었다. 만화책을 많이도 보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만화가 싫다.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조차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래서 깨닫는다. “어린 시절에는 실컷 놀게 내 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을. 요새 아이들은 너무 보는 것이 많다. 눈을 뜨자마자 켜서 보는 “핸드폰”안에는 없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귀한 것도 모르고 신기한 것도 없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 시절부터 우리는 사람에게 치이고 사람과 경쟁하며 살아야 했다. 그때는 참 아이들이 많았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6 · 25 이후에 출산율은 증가되었고 해서 55년생부터 63년생들을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한다. 겁 없이 아이들을 많이 낳던 시대가 그때이다. 기록을 보면 70년대에는 평균 학급수가 62.1명이었다. 80년대에는 51.5명, 90년대에는 41.4명으로 줄어들더니 2006년 현재 30.9명이라니 놀랍기 그지없다. 10년 전 통계니까 아마 지금은 한반에 25명 정도가 되는 듯하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만해도 학급당 60명에 무려 한 학년에 15반이 있었다. 실로 “콩나물시루”라고나 할까? 신기한 것은 새 학기를 맞이해 보면 이미 반장이 뽑혀져 있었다. 소위 ‘치맛바람’에 능한 학부모가 미리 힘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왜 그 아이가 반장이 되어있는지?’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만큼 아이들은 순진했다. 그 시대에는 교권이 탄탄했다. 선생님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한편 존경해야할 분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선생님은 더 이상 존경의 자리에 있지 못하다.

 

 지난 3월 입학생이 전혀 없는 초등학교가 93곳이나 된다는 뉴스는 충격적이었다. 어쩌다 영상에 비춰지는 학교교실을 보면 샘이 날 정도이다. 선풍기조차 없어 수업시간에 부채질을 하다가 선생님 눈에 띄어 “건방지다”고 야단을 맞고, 겨울이면 조개탄 난로에 가까이 다가앉은 것이 커다란 소망이었던 우리였는데. 지금은 어떨까? 교실마다 최신형 에어컨이 가동되고,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걸상이 아담하게 교실을 차지하고 있다. 교실 뒤편에는 개인 사물함이 자리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이 아닌 고품격의 학교급식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추억까지 몽땅 지워가며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한국의 현실이 왠지 마음 한구석에 서운함을 안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구시대 사람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식 때문일까? 과거에는 “나”라는 정체성을 가족이나 친구와의 인간관계에서 찾고자 했다. 밀레니엄 시대에는 “개성과 창의성”을 강조하고 요즘 교과서에서는 ‘상상, 꿈, 개성’과 같은 단어로 개인독창성을 추구한다. “철수와 영희”가 촌스러워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려하기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영원토록 그 이름은 남겨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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