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10.22 10:16

태국 & 국왕

조회 수 595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국왕애도.png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남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불교국가답게 울긋불긋한 장식이 만연했고, 공항 한가운데 커다란 뱀 형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94.7%가 불교도인 태국은 “불교의 나라, 보석의 나라, 미소의 나라”로 통한다. 공항을 벗어나며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가 엄습했다. 정말 더웠다. 차에 올라타며 외쳤다. “야, 이렇게 더운 곳에서 어떻게 사냐?” 친구는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선교사들은 특유의 열정을 소유한 것을 깨닫는다. 친구 “김진규 선교사”는 한국 명일동에서 아주 건실한 목회를 하고 있었다. 목사내외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요, 성도들을 가슴으로 사랑하는 귀한 목회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태국을 다녀오더니 “태국이 나를 부른다.”며 보따리(?)를 쌌다. 후배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고는 홀연히 태국으로 떠나버렸다. 내가 섬기던 교회에서도 선교비를 책정해 지원해 주었다.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선교는 실로 “미쳐야만” 감당할 수 있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태국을 가보신분은 알겠지만 공항부터 곳곳에 눈에 띄는 것이 국왕의 사진이다. 가는 곳마다 국왕의 사진이 결려있다. 젊디젊은 때부터 중년에 접어든 모습 일색이다. 노년의 모습은 없다. 하루는 방콕 시장판 한구석에 걸터앉아 땀을 흘리며 “쌀국수”를 먹고 있었다. 태국에서 먹는 쌀국수라서 그런지 별미였다. 그런데 맞은편에 낯익은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친구에게 물었다. “저게 왕사진이야?” 친구가 당황한 듯 순식간에 내 손을 낚아 내린다. “이 목사, 큰일 나. 손가락 잘려” “응?” 나는 재빨리 그 옆에 붙여진 커다란 광고판을 보며 외쳤다. “아, 코카콜라!” “휴” 위기에 순간이었다.

 

 세상에. 국왕사진을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면 즉결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는단다. 왕실 모독 · 위협 땐 최대 징역 15년 중형이 선고된다. 무시무시한 나라이다. 왕궁을 들어갈 때는 희한하게 생긴 거적때기(미안)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들어가야만 한다. 한마디로 국왕이 사는 곳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인 셈이다. 그런데 그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1년의 애도기간과 30일 축제 금지를 선포하며 태국을 방문한 전 세계 여행객들의 행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복장을 단정히 해야 하며 애도 기간 태국의 ‘왕실모독죄’(lèse majesté)가 더 엄격히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푸미폰 국왕”은 무려 70년간 태국을 통치해왔다. 살아있는 신으로 그는 태국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왔다. 만 79세라고 하니 도대체 몇 살에 왕위에 올랐던 것일까? 국왕 서거 이튿날인 14일(현지시간) 태국 온 거리는 비탄과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태국 전역은 이날 국왕 서거 소식에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뒤덮인 상태다.

 

 진심으로 태국국민들은 국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일찍이 “푸미콘 국왕”은 다재다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관행인 일부다처제를 거부하고 평생 왕비만을 사랑했다. 그는 민중의 고충을 직접 체험하며 백성 편에 서서 아량과 자비를 펼치는 선왕이었다. 쿠데타를 주도한 군인도 그 왕의 재가를 받아내지 않고는 성공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왕위에 앉아있기 때문이 아니라 온 국민의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을 받은 인물이었다.

 

 태국 국왕의 서거소식을 접하며 깨닫는 것이 있다. 자국민이 국왕을 존경하기에 태국 땅을 밟는 타국인들도 존경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가족, 내 영역의 사람들을 내가 인정해주고 존경 할 때에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귀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태국인들의 자부심은 “수많은 나라에 침공을 받았지만 한번도 주권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에 있다. 실로 그렇다. 순박해 보이지만 그 누구도 감당해 낼 수 없는 고고한 나라사랑이 태국군민들의 가슴에 흐르고 있다. 온 국민이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가 목마른 시대이다.


  1.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26691
    Read More
  2.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0553
    Read More
  3.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33675
    Read More
  4.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29707
    Read More
  5.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1187
    Read More
  6.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1570
    Read More
  7.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28470
    Read More
  8.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0485
    Read More
  9.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29130
    Read More
  10.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29732
    Read More
  11.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29512
    Read More
  12.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0280
    Read More
  13.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1601
    Read More
  14.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0882
    Read More
  15.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29682
    Read More
  16.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1690
    Read More
  17.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2479
    Read More
  18.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5033
    Read More
  19.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2639
    Read More
  20.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035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