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86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Resized_IMG_9941.JPG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14년 전, 자그마하게 시작했던 밀알의 밤이 이제 가을이 가까워오면 동포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최대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햇수를 거듭하며 참석했던 연인원을 헤아리면 한인동포라면 한번쯤은 밀알의 밤 공연을 관람했음직하다.

 

 금년 메인게스트인 “박완규”를 두고 항간의 많은 말들이 떠돌았다. “아, 그 까만 썬글라스의 사나이”부터 “못생긴 남자”까지. “아니, 그 사람 로커 아니예요? 박완규가 예수를 믿어요?” 직설적인 질문을 웃음으로 받아내며 행사를 준비해야했다. 포스터용 사진을 보내왔는데 한결같이 검은 색상 옷에 썬글라스를 착용한 범상치 않은 것들만 수두룩했다. 디자이너와 고심 끝에 포스터 제작을 했지만 분위기는 그냥 그랬다. 밀알의 밤을 얼마 앞두고 후배 목사를 만났다. “성도들에게 독려해서 밀알의 밤에 많이 참석하도록 애써줘” 부탁을 했더니 “목사님, 사실 박완규씨가 오니까 밀알의 밤에 많이 가라는 광고를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스트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물의가 있었는가보다.

 

 하지만 박완규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감사의 마음이 올라왔다. 그는 겸손하고 진실했다. 프로니까 노래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의 진솔한 간증에 사람들은 장장 1시간 40분 동안 촉각을 세우며 경청을 했다. 무엇보다 공연 내내 뒤편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외침이 인상적이었다. 3, 40대에 접어든 아줌마 부대(?)였다. 곡이 끝날 때 마다 그리고 노래 간간히 그들은 마치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이 함성을 지르며 공연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멀리 캐나다에서 <박완규 팬클럽>이라며 찾아온 부부의 모습에 또한번 놀랐다. 그녀들도 소녀시절이 있었다. 박완규가 “천년의 사랑”으로 스타덤에 올라 맹렬한 활동을 펼치던 시절 그녀들은 가슴을 ‘통탕’거리며 그의 노래에 매료되어 살았을 것이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가수가 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신통한 일이 아닐까?

 

 나도 그리도 좋아하던 “김정호”가 생맥주 홀에서 기타를 치며 “이름 모를 소녀”를 생음악으로 들려 줄때에 황홀경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박완규는 온실에서 생겨난 가수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아픔의 시간을 지나 숙성된 진짜 가수였다. 그를 초청하며 그의 노래에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박완규는 당일 간증을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 사람 보기보다는 노래와 신앙이 대단한 사람이네요!” 당일 참석한 분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박완규 씨는 이날 송명희 시인의 '나', 고형원 대표가 작곡한 '나의 길' 등 찬양 외에도 부활의 '네버엔딩스토리', 마음을 닫은 딸을 위해 지은 곡 '사랑하기 전에는', 부모를 위해 부른 첫 노래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열창했다.

 

 그러면서 부부의 이혼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19살 된 딸 “이슬”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같은 애비로서 가슴이 아려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딸을 보며 그는 그가 진짜 해야 할 일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딸의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잘 해주고, 관심을 많이 두라’고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이가 학교를 쉬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 딸이 아프니 아빠는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장애아동들의 친구로 살기를 원한다. 미국에서 만난 밀알 봉사자들을 만나며 재도전을 받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리라고 그는 다짐했다.

 

 수많은 날을 마음조리며 준비했던 밀알의 밤이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처럼 행사를 치르고 나면 감격스러운 마음 한켠에 아쉬운 마음이 꿈틀댄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부터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참석했으면 좋았으련만”하는. 이제 10월의 막바지이다. 그때 그 소녀들이 이제 엄마가 되어 살아가지만 박완규의 노래에 환호하며 소녀로 돌아가던 박수소리와 함성의 여운이 애써온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1.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29072
    Read More
  2. 칭찬에 배가 고팠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와 아빠에게 칭찬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라디오 드라마(당시에는 TV가 없었음)에서는 분명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상 “아부지”라고 불러...
    Views30125
    Read More
  3.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29733
    Read More
  4. 핸드폰 없이는 못살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핸드폰 없이는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곁에 두고 사는 새로운 가족기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기능도 다양해져서 통화영역...
    Views33709
    Read More
  5.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28180
    Read More
  6.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2049
    Read More
  7.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35207
    Read More
  8.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31083
    Read More
  9.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2653
    Read More
  10.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3062
    Read More
  11.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29921
    Read More
  12.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2014
    Read More
  13.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0608
    Read More
  14.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31285
    Read More
  15.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30928
    Read More
  16.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1692
    Read More
  17.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3023
    Read More
  18.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2406
    Read More
  19.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31170
    Read More
  20.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31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