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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_칠순.jpg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살갑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때에는 감히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저만치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계셨음을 알았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시작하던 20대 초반에 건강하시던 분이 중병에 걸리셨다.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한 날이 얼마던가? 야속하게도 아버지는 내 나이 22살이 되던 봄날에 천국으로 삶의 장막을 옮기셨다.

가장이 떠나버린 우리 가정사의 아픔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했다. 힘든 생을 이어가다가 서른 즈음에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가정을 꾸려가면서 ‘문득문득’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며느리를 끔찍하게 아껴주셨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데 말이다. 아내에게도 은근히 미안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셨지만 난 또 다른 아버지를 얻었다. 바로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어른이다.

아내는 7남매의 장녀이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예뻤던 아내를 장인은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니며 자랑을 하셨다. 따라서 아내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부모보다 컸다. 그런데 25살이 되던 대학생 때에 “어느 신학생과 결혼을 하겠다.”고 면담을 요청해 왔다. 기대되는 표정으로 마주 앉은 장인에게 아내는 내 얘기를 꺼냈다. “소아마비로 다리에 장애가 있다”고. 장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시면서 칩거에 들어가셨다.

그때 장인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며칠 후 장인은 딸을 불렀다. 허공만 응시하시던 장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만약 이 결혼을 반대한다면 그 전도사님은 실족을 하시겠지?”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어보고 싶다.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해보아라!” 아내는 즉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계속 금식 중이었다. 환희에 찬 아내의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수화기를 잡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눈에서는 계속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수고했어요. 너무 감사해요!”

며칠 후, 장인 장모를 대면하는 만남이 이루어졌다. 청량리 역 건너편에 있는 “몽마르쥬” 레스토랑에서였다. 그곳은 아내와 처음 데이트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리 나가 입술을 태워가며 대기하고 있던 내 앞에 아내가 부모님과 막내 처제를 대동하고 들어섰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가 이어졌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첫 만남을 통해 장인은 나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후로 우리 결혼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되었다.

드디어 신혼 방에 세간을 들여 놓는 날이 다가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장인은 최고급의 장롱을 장만해 주셨고 “딸이 가서 살게 될 집을 보겠노라.”고 따라 나서셨다. 그런데 거기서 장인은 또다시 실망을 하게 된다. 잰다고 쟀는데 막상 집안에 장롱을 들여 놓으려니 대문에 걸려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인부들이 대문을 뜯어낸 후에야 세간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장인은 기쁜 표정으로 오셨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셨다.

세간을 다 들여 놓은 후 장인을 찾느라 우리는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그때 장인의 심경은 어땠을까? 그렇게 우리의 신혼은 시작되었다. 장인 장모님은 사위가 목사라는 한 가지 이유로 처갓집에 가기만 하면 지극 정성으로 대접을 해 주셨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결혼 26년. 항상 젊으실 것 같던 장인은 이제 팔순을 향해 가는 연세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두 분에 대한 감사가 밀려온다. 장애를 가진 나를 아들이상으로 사랑해 주시는 두 분의 마음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새벽마다 나는 두 분이 언제나 영육 간에 강건하기를 위해 기도한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 한국 땅에서 새벽마다 기도해 주시는 아버지(장인). 그리고 언제나 나를 지켜보아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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