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6:59

귀성 이별 10/7/2013

조회 수 648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자폐_1-1.jpg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한국에 있었으면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끝없는 대화를 나누며 보름달의 장관을 감상했을 것이다. 성큼 커버린 조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고향 곳곳을 거닐며 세월의 흐름 속에 퇴색되어가는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 하련만 멀고먼 미국 땅에서는 전혀 명절 기분이 나질 않는다. 추석이라며 센스 있는 밀알봉사자 가운데 ‘송편’을 준비해 왔다. 장애인들과 송편을 먹으며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데 만족하였다. 다른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명절 때만 되면 미국에 친척이 많은 분들이 무척이나 부러워진다. 달랑 우리식구들만 미국에 산다는 게 많이 쓸쓸하다.

명절만 되면 줄을 이어 고속도로를 메우는 귀성차량의 행렬을 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을 해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 고된 귀성길이지만 열일을 젖혀놓고 고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명절이 되면 가슴 한 귀퉁이가 아려오는 분들이 있다. 바로 장애아를 둔 부모님들이다. 경미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 다시 말하면 통제가 가능한 아이들은 함께 동행을 해도 명절을 지내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애가 심한 아이들은 양상이 달라진다.

장애 아동들은 일단 낯선 환경이나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어 한다. 그래서 우리 밀알선교단에서 아동들을 Care 할 때는 될 수 있으면 같은 사람, 아동이 가장 편안해 하는 사람을 봉사자로 배정한다. 차를 태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장애아동들은 차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고향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장애 아동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가족이요, 친척이기에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은 부모들부터 지치게 만든다. 또한 ‘내 아이가 명절분위기를 흐트러뜨린다.’는 부담감이 밀려오며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경기도에 있는 <장애아 단기 보호시설>에서는 부모들이 바쁠 때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아이를 맡아준다. 가족들이 모이는 들뜬 명절에 여기서는 가족들이 헤어지는 장면이 목격된다. 소위 “귀성 이별”인 셈이다. 지적 장애아를 가진 “문현숙”씨는 말한다.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머리 박고, 상동 행동하고 이러면 가족들이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으세요. 사실은. 같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 기간에 장애아를 맡아 달라는 예약은 이미 9월 초에 마감되었다. 장애아 단기 보호시설 관계자의 말이다. “돌발 행동 같은 이런 상황들이 있을 때 부모님들이 감당을 잘 못하니까 가족들과 같이하는데 부담을 많이 느끼는가 봐요. 그래서 명절 때 많이 활용을 하고 이용을 하는 거죠.”

자녀를 맡길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맡아 주는 곳이 없어 명절이면 더없이 서럽다. “아무 데도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우리 아들을. 전화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선 연락 온 데가 없어요.”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왜 안 받아주죠?”라는 질문에 “장애가 심해서, 돌볼 수가 없는 거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수님은 길가에 앉아 구걸하는 시각장애인을 보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앞을 못 보는 것은 결코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고자 함이라”고. 그럼에도 명절이 되면 죄인처럼 살고 있는 가정이 우리 이웃에 있다.

나는 가는 곳마다 설교를 하며 외친다. “‘내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 잘한다. 내 아이가 인물이 잘 생겼다. 못생겼다.’하는 것은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님들에게는 사치로 보입니다.” 그렇다. 보통 가정에서 평범하게 누려야할 행복을 장애아동 가정에서는 기적처럼 부러워하며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웃을 돌아보자. 이 땅에는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남들이 명절에 반갑게 만나 가족의 정을 나눌 때 중증 장애아 가족의 마음에는 그늘이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1.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29046
    Read More
  2. 칭찬에 배가 고팠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와 아빠에게 칭찬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라디오 드라마(당시에는 TV가 없었음)에서는 분명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상 “아부지”라고 불러...
    Views30047
    Read More
  3.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29720
    Read More
  4. 핸드폰 없이는 못살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핸드폰 없이는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곁에 두고 사는 새로운 가족기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기능도 다양해져서 통화영역...
    Views33630
    Read More
  5.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28136
    Read More
  6.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2015
    Read More
  7.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35154
    Read More
  8.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31033
    Read More
  9.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2617
    Read More
  10.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3014
    Read More
  11.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29880
    Read More
  12.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1964
    Read More
  13.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0559
    Read More
  14.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31226
    Read More
  15.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30884
    Read More
  16.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1636
    Read More
  17.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2988
    Read More
  18.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2372
    Read More
  19.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31108
    Read More
  20.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307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