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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어 주는 사람을 “통이 크다.”고 한다. 나는 한국에 살 때에 “미국은 다 더치페이를 한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미국에 다녀온 선배목사님이 “미국은 목사님과 교인들이 식당에 함께 가도 ‘dutch pay’(더치페이)를 하더라.”는 말을 듣고 ‘미국은 참 살벌하다.’는 생각을 했다. 와서 살아보니 그것은 “뻥”이었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대접 문화가 사는 정을 느끼게 하며 흐름을 이어간다.

얼마 전 타주에 집회를 갔다. 점심시간에 미국식당에 들어가 담소를 하고 있는데 미국인 한 무리가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다. 유심히 본 것은 아니지만 식사를 마치자 서로의 지갑을 열더니만 음식 값을 나누어 내고 있었다. 실로 ‘더치페이’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히 문화차이는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한국인들의 정서가 옳은 것일까? 한국인의 문화는 “체면, 정”이다. 예부터 길을 지나던 나그네를 박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정서였다. 전혀 모르는 과객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먹이고 안락한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었다.

20대 젊은 날 데이트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저녁을 사주면 영화 관람비는 상대가 내 주었다. ‘참 센스 있는 자매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다 내려니’하고 전혀 지갑을 열지 않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다. 어느 순간에 짜증이 올라왔다. ‘내가 봉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교묘한 핑계로 교제를 끊은 경우도 있었다. 와, 쪼잔하다! 나는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보다 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밥값을 내려하면 “아, 목사님이 무슨 돈이 있으세요?”하면서 웃는다. 장애인사역을 해서인지 내가 없어 보이나 보다. 살짝 자존심은 상한다. ‘나도 식사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는데’

그런데 유일하게 매번 나에게 점심을 ‘삥’(?)치는 후배 목사가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는 것이 원칙이라.”는 논리이다. 이상하게 그 친구 앞에만 서면 지갑을 열게 된다. 어떤 분은 자기가 용건이 있어 나를 만나자고 하고선 내가 계산을 하는데도 뒷짐만 진다. 이해가 안 간다. 그분의 성향인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심한 표현으로 얻어먹는데 이골이 난 분도 계시다. 그분은 모두가 식사를 마칠 때 쯤 나타나신다. 한국에서는 나가면서 계산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테이블에서 계산을 한다. 이제 막 숟갈을 드신 그분보다는 이미 식사를 마친 분 중에서 밥값을 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되셨나보다.

누구나 매일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식사를 나눈다. 한 TV방송에서 다룬 영상물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점심을 밖에서 사먹는 사람의 수는 약 일천 만 명이란다. 어림잡아 환산하면 6백 억 원이 넘는 돈이 풀리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대로 한국은 ‘정’(情) 문화이다. ‘더치페이’는 우리 민족 정서상 뭔가 마음 한구석이 개운하질 않다. 남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다 싼 식당을 찾아 순례를 하는 이 시대에 남들이 먹은 밥값을 대느라 정작 자신의 안위는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 상사, 학교나 고향 선배, 집단 내에서의 연장자 등, 이른바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과거 우리사회의 ‘리더’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선비 계층을 의미했다. 따라서 아랫사람들에게 베풂이 곧 정의요, 덕의 실천이었다. 이 흐름을 역행하지 못하고 팀워크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 위해 매번 값을 지불하는 상사, 선배, 연장자들의 노고가 눈물겹다. 여유가 있어 언제든지 밥값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지 못하니 음식비도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런 말이 있단다. “윗사람 대접 받으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슬며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쓰고 보니 글이 정말 쪼잔하다. 궁금해 묻고 싶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나누시고 밥값은 누가 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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