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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jpg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각장애 2급이다. 나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지체장애 5급이다. “장애”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것처럼 취급당할 때가 있다. 장애는 그냥 단지 몸이 좀 불편한 것뿐인데. 그것 외엔 우리랑 다를 게 뭔데. 몸이 좀 불편하다고 사랑도 못하나? 장애가 있다고 아무것도 못하느냐 말이다.

 

 오늘 그 누나랑 영화를 보러갔다.(청각장애라 한국영화는 못보고 자막 있는 영화로만 봄) 우리가 말도 안하고 계속 폰으로 글씨 하나하나적어서 보여주고 이러니까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더라. 이상하게 쳐다보고 '쟤네 뭐야?' '아, 불쌍해 말을 못하나봐' 조롱 섞인 말을 한다. 심지어는 영화를 본 후에 식당에 들어갔는데 사람들 전부다 그런 눈으로 보더라구. 얼마나 열이 올라오는지? 사람들의 시선과 수근거림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했어.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처사가 이해가 안 간다. 다들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기야 그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고통을 알 리가 없지. 우리들이 겪는 건 니들이 생각하는 그이상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생각해 보자! 보이지 않아서, 볼 수가 없어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며 사는 그들의 고통을 사람들은 아는가? 부모님 얼굴도 못보고, 사랑하는 사람 얼굴도 못 보고....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어떻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 거야. 들리지 않기에 글자하나하나로 대화를 해야 되고 자기감정표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 그보다 더 힘든 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는 것까지.

 

 그러기에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내 귀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같은 지체장애인들 이야기를 해보련다. 몸이 불편하기에 마음속으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한 줄 아냐?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조그만 흠이 있어 “장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하는 이 아픔이 얼마나 큰지 몰라. 사람들은 “장애인, 장애인”하면서 건성으로 불러댄다. 그 아픔에 동참하려는 생각은 아예 접고 말이다.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드는 줄 아냐? 이렇게 말하면 마땅한 다른 수식어가 없다고 변명들을 하지.

 

 나는 이제 “장애인”이라는 소리는 물론이고, 비슷한 말도 듣기가 싫다.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 다음에 장애인이라는 수식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일거야. 그리고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고 싶다. ‘장애인먼저’, ‘장애인을 사랑하자’는 말잔치 이젠 듣기도 싫고 역겹고 구역질난다. ‘도움을 준다.’는 동정의 말도 시끄럽다. ‘불쌍하다’는 말은 더더욱 듣기 거북하다. 다만 있는 그대로 놔두고 봐 주었으면 좋겠다.

 

 한편, 장애인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장애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은 한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어리석은 짓이다. 장애를 장애로 품어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쓰라린 상처를 딛고 영롱한 아름다운 진주로 키우는 조개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을 극복하는 교훈을 찾고, 지혜를 얻어야 한다. 응어리를 키우며 한에 파묻혀 사는 사람에겐 소망도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상처를 진주로 바꾸는 지혜와 의지를 지닌 조개처럼 한을 극복하는 사람에겐 행복과 기쁨이라는 큰 선물을 얻게 되고, 진주보다 더욱 영롱한 찬란한 희망을 길어 올릴 수 있으리라.

 

 내가 세상을 떠나가는 시간이 온다면 “장애는 슬픔이고, 고통이고, 엄청 불편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가련다. 저 세상에 가서 하나님을 만날지 못 만날지 모르지만 만에 하나 만날 수 있다면 “장애는 엄청 고통이고, 무지 슬픔이고, 견디기 벅찬 것이고, 피 눈물 나게 불편한 것”이라고. 가감 없이 모두 털어놓을 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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