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6.09 16:32

노인의 3苦

조회 수 551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인 고독.jpg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4세의 어르신을 만났다. 정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고, 은근한 희망사항이 되었다. 건강해 보이기는 하는데 귀가 절벽인 분을 만난다. 대화가 안 되니 답답하다. 반면, 아직도 한창인 나이인 60대에 생을 접는 분들이 있다. 어쩌다 마주치면 그렇게 좋아하며 달려오던 분이 ‘왜 요사이 뜸한가?’했는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단다. 불그스름한 홍안이 건강해 보였는데 말이다. 사람일은 참 모를 일이다.

 

 왜 사람은 장수하기를 원할까? 한마디로 삶의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누리고 싶은 본능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병마에 시달리며 노년을 보내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문제는 그게 사람 마음대로 안 된다는 데 있다. 회자되는 말처럼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앓고 죽는다)는 행운 중에 행운이다. 생명은 오직 그분에게 맡길 뿐이다.

 

 늙은 남자가 당면하는 3苦가 있다. 첫째는, 빈고(貧苦)이다. 50~60년대의 지독한 경제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족을 부양했다. 나는 못 배우고 못 먹어도 자녀 교육에 온힘을 쏟았다. 장성하여 버젓한 직장에 다니며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이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빈껍데기 집 하나뿐이다. 생일이나 명절 때에 자녀들이 찾아와 “용돈하시라.”고 봉투를 내어민다. 그것도 어느 집은 어머니 쪽만 드리고 아버지에게는 시치미를 뗀다. 할아버지는 물만 먹고 사는가? 그래서 늙은 남자들은 외친다. “나이가 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두 번째는, 병고(病苦)이다. 내가 다니며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나이 70이 넘으면 다 장애인”이라고. 질병에 장사는 없다. 돈 없고 몸은 아프고 이를 어쩌랴. 거동이 불편하면 퇴물이 되고 만다. 내가 존경하고 의지하던 분이 계셨다. 80 고령에도 청년 같은 패기로 귀감이 되어주셨다. 하지만 어느 날 뇌졸중이 찾아와 반신불수가 되며 널싱 홈으로 삶의 터전이 옮겨졌고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활동적이던 분이 그런 상황이 되니 더 못 견뎌 하는 모습을 보았다.

 

 세 번째는, 고독고(孤獨苦)이다. 늙은 남자에게 고독은 견디기 힘든 언덕이다. 고산 “윤선도”는 비경이 펼쳐지는 ‘보길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기약 없는 세월을 지내며 그는 호(號)를 “고산”<외로울 고(孤) 뫼 산(山)>이라 붙였다. 오우가(五友歌)에서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水, 石, 松, 竹, 月)을 친구로 불렀다. 물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불변성을, 바위는 우직하게 자리한 영원성을 예찬한다. 소나무의 지조와 대나무의 절개, 그리고 달의 밝음과 과묵함을 그는 사랑하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다. 거기에서 <어부사시사>라는 위대한 작품을 창출하게 된다. 그는 시인 · 문신 · 작가 · 정치인이자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후대에 남긴다.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해도 중년에 접어들면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지금 벌이가 ‘쏠쏠’(?) 할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되겠지?’처럼 무식하고 용감한 생각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자신하기보다 조심하고 유의해야 한다. ‘골골 80’이라는 말이 있다. 약한 사람은 건강관리를 하는데 건강한 사람은 방심하다가 한순간에 ‘훅’ 가버린다. 고독도 젊을 때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베풀고 산 사람은 결코 외로워지지 않는다.

 

 늙는 것을 누가 막으랴! 나이에 걸 맞는 내 삶을 찾아가는 것이 빛나는 노년을 누리는 최대의 비결이다.


  1.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3832
    Read More
  2.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6481
    Read More
  3.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3986
    Read More
  4.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1721
    Read More
  5.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6104
    Read More
  6.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3146
    Read More
  7.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38356
    Read More
  8.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36385
    Read More
  9.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8882
    Read More
  10.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37221
    Read More
  11.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35506
    Read More
  12.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8868
    Read More
  13.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6805
    Read More
  14.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5409
    Read More
  15.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2852
    Read More
  16.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6758
    Read More
  17.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7306
    Read More
  18.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9407
    Read More
  19.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8513
    Read More
  20. No Image

    행복은 어디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목말라 하며 살고 있다. 저만큼 나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 가도 그냥 그렇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의 결핍이 사람의 행복을 가로채 갔다. 맛있는 ...
    Views415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