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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23

변산공동체 1/2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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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잘나가던 분이 갑자기 시골로 향한다. 땅을 개간하고 전혀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외로운 사람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식구를 이루어가며 공동체가 되었다. 주인공은 “농부철학자” ‘윤구병’씨이다. 1995년 대학 교수직을 접고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에 만든 공동체 마을이다. 20여 가구 50여명이 모여 살며 논, 밭농사를 짓고, 젓갈, 효소 등을 만들어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전통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화장실에 왕겨나 재를 뿌려 만든 퇴비로 각종 작물을 길러 자급자족하는 삶을 직접 체험하며 살고 있다.

윤 씨는 “오로지 시골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식구란 밥상에 둘러앉는 사람들”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는 시골출신이다. 그렇다고 우리 가정이 농사를 지으며 산 이력은 없다. 시골에서 태어나 흙냄새를 맡으며 16년을 살았다. 어쩌다 서울에 가보면 화려한 분위기가 너무 부러웠다. 무엇보다 수세식 화장실은 정말 천국이었다. 나는 전기를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처음 만났다. 몇 년 전에 미국인 한분과 대화중에 “나는 어릴 때 전기 없이 살았다.”고 말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실로 해가 뜨면 낮이고 해가 지면 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을까?’하지만 그때는 그러고도 행복했다. 이제는 편리해 질대로 편리해 진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삶은 점점 더 삭막해 져 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삶은 단순해야 행복하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변상공동체 대표인 “윤구병”씨는 전남 함평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구병’이가 됐다. 위로 여섯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남은 자식들을 농사꾼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열두살이 되어서야 사촌형이 부친을 설득하여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고교시절에는 잠시 출가를 꿈꾸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는 한국 ‘브리태니커’社에 들어갔다. ‘뿌리 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을 거쳐 충북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었다. 인세는 사회변혁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활동자금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50이 넘어서며 갑자기 “농사꾼이 되겠다.”며 변산으로 향한다.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공부에 취미도 소질도 없는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입학을 하려면 학교지침에 따를 것에 대한 서약서를 부모에게 받는다. 핸드폰은 물론 TV나 컴퓨터 등 일체 매스컴을 접촉할 수 없는 삶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두주만 지나면 적응이 되고 자유로운 아이들의 표정을 만난다.

어느새 초등 10명, 중등 19명, 고등학생이 13명이다. 교육부에서 인정하는 학교가 아니기에 검정고시를 쳐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는 진정한 교육은 “아이들이 머리를 쓰게 만들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공부는 세 시간만 하고 땅을 일구게 해야 한다나. 조금은 너무 극단적이다 싶지만 학교가 끝나면 별별 학원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전환교육이 필요한 것도 같다. 변산에는 가을이 되면 곳곳에 익어가는 감의 향연이 볼만하다. 유난히 감나무가 많은 변산에는 늦가을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드는 것이 큰일이다. 윤구병씨는 “일손이 줄어들면서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감나무 밭만 늘고 있다.”며 점점 사람 구경하기 힘든 농촌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내가 시골에서 살아온 때를 돌아보면 공부보다는 자연과 접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무, 시냇가, 하늘, 구름, 비, 눈. 그리고 온갖 곤충과 생물들. 그런 것들과 어우러지며 꿈을 키웠다. 그때는 시골에서 사는 것이 그냥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그 모든 것이 추억이고 글을 토해내는 자산인 것을 깨닫는다. 삶이 풍족해 지려면 “심심”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초스피드 시대이다. 심심할 여가가 없다. 복잡다단하다. 잡은 것 같은데 손을 펴보면 공허하다.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다. 흙을 일구고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윤구병”씨가 그래서 한없이 부럽다. 공동체가 좋은 것은 “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를 맞은 변산공동체는 “정”이 있어 겨울이 오히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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