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39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지관순.jpg

 

 

<도전, 골든벨!>(KBS-1TV)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려 50개항에 퀴즈를 풀어가는 동안 벼라별 해프닝이 속출한다. 학생들의 교복과 모자에는 응원자들과 탈락한 친구들의 명찰이 ‘치렁치렁’ 매어달리고 서서히 생존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긴박감은 점점 더해간다. 2004년 방영된 “문산여자 고등학교”(파주) 편에서는 놀라운 드라마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학생은 고3 “지관순”양이었다. 마지막으로 “드레퓌스 사건”에 관한 문제가 사회자의 입을 통해 출제된다. 모두가 긴장하고 바라보는 상황에서 “지관순”은 정답을 확신한 듯 벌써 눈가에서 굵은 눈물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카메라로 잡은 담임 김진희 선생님의 얼굴도 이미 붉게 상기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2004년 현재. 전국 248개 고교에서 매회 100명씩, 총 2만4천80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골든벨을 울린 학생은 43명에 불과할 정도이다. 지관순은 정답을 적은 칠판을 높이 들어 올렸고 한참이나 뜸을 들인 후 “정답입니다.”라는 사회자 멘트와 동시에 학생들이 몰려나와 골든벨을 울린 장한 친구를 눈물로 감싸 안는다.

왜 당사자인 지양과 담임선생님은 그리도 진한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골든벨을 울린 “지관순”양. 그녀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때 다니지 못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중학교 입학이후엔 ‘오리사육,’ ‘우유배달’ 등을 통해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다.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해 문산여중에 입학했지만 기초가 부족해 전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수업에 충실하고 방과 후 학교 독서실에 남아 밤늦도록 책과 씨름한 끝에 중학교 3학년 때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고교 진학이후 아침엔 학교 근로 장학생으로 방과 후엔 초등학생 과외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양의 아버지는 오랜 병환으로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고, 어머니 역시 교통사고를 당해 한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지양이 직접 생계를 꾸려 나가야만 했다. 책살 돈이 없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동네에서 버리는 책도 주워 독서량을 늘렸다고 한다.

김진희 선생은 이날 눈물을 흘린데 대해 “관순이와 언젠가 진학상담을 하면서 ‘대학학자금이 없으니 산업체에서 돈을 벌어 대학에 가면 어떠냐?’고 권유하자 관순이가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관순이가 “선생님, 너무 서운해요. 제 주변에서도 다들 대학가지 말고 산업체로 가라는데 선생님마저 저한테 그러시면 제가 누굴 믿고 공부를 해요”라고 하더군요.” 두 사람은 상담실에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관순 양이 골든벨을 울리는 순간 “그때 일이 생각나 눈물이 쏟아졌다.”고 털어 놓았다.

그녀가 골든벨을 울린 후 그의 인생에 햇빛이 비추이기 시작했다. 딱한 사정이야기를 듣고 각계에서 격려금과 함께 네티즌들의 격려글이 잇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주겠다는 대기업도 나타났다. 지관순은 결국 “덕성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이제는 의젓한 사회인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는 인물로 성장하였다. 연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진흙탕 속에서 자라나면서도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환경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왕이면 부유하고 반듯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삶을 보다 윤택하고 성공하게 하는 터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탓하고 가난을 원망하기 시작하면 이 땅을 살아갈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극한 가난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끝에 골든벨을 울리고야 만 여고생처럼 어려운 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붙잡고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오고야 말 것이다. 지관순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라가 위급해졌을 때는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 순응하며 방관하는 사람의 3가지 부류가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1.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3863
    Read More
  2.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6510
    Read More
  3.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4023
    Read More
  4.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1745
    Read More
  5.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6123
    Read More
  6.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3162
    Read More
  7.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38386
    Read More
  8.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36411
    Read More
  9.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8910
    Read More
  10.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37257
    Read More
  11.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35532
    Read More
  12.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8875
    Read More
  13.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6830
    Read More
  14.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5436
    Read More
  15.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2896
    Read More
  16.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6787
    Read More
  17.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7337
    Read More
  18.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9434
    Read More
  19.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8550
    Read More
  20. No Image

    행복은 어디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목말라 하며 살고 있다. 저만큼 나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 가도 그냥 그렇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의 결핍이 사람의 행복을 가로채 갔다. 맛있는 ...
    Views416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