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94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jpg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쩌다 한밤중에 잠이 깨어 들려오는 귀뚜라미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어떤 존재와도 대화를 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소리가 또렷이 파고든다.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생각은 창조를 낳기 때문이다.

 

 푸르디 푸르던 나뭇잎이 색깔을 달리하며 바람결에 나뒹군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저만치 멀어져가는 낙엽을 지켜보는 나무의 자태가 서러워 보인다. 이 땅에 살다간 사람들 중에 고독을 안 느끼고 간 사람은 없다. “고독을 달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달랠수록 고독은 농도를 더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독을 즐기는 단계에 접어든다. 그 승화된 접점에서 예술이 나온다. ‘명곡, 명화, 명연주는 사실 고독을 타고 넘은 고도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깊은 고뇌 속에서 바위를 뚫고 터지는 석수처럼 명작이 창출되는 것이다.

 

 고독에 휩싸여 죽어가는 영혼이 있는가하면 그 고독을 새로운 꿈으로 분출시키는 사람이 있다. ? ‘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꿈을 안고 달려가는 진정한 청춘을 만난다. ‘, 저 나이에도 저런 도전을 하는구나!’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올라온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생체 리듬이 시들지 않으며 뇌는 순간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결국 인생이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 사람이 어떤 노래를 즐겨듣는가?’로 마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면 나는 소위 아이돌그룹의 노래가 좋다. 따라서 나는 아직도 젊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어떤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노래를 들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얼마 전 자이언티’(Zion.T)양화대교를 듣다가 눈물이 나왔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로 시작되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직 20대인 뮤지션이 어떻게 그런 곡을 써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 음율 시인처럼 잔잔히 내뱉는 그의 노래는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하다.

 

 나는 남자형제가 없다. 그래서 형이 있는 재관이가 그렇게 부러웠다. 추운 겨울 양지바른 마당에서 함께 자치기, 비석치기를 하다가 우리 들어간다.”하고는 집으로 향하는 형제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러면 나는 홀로 남아 대문까지 흘러나오는 그 형제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땅에 무언가를 자꾸만 그려댔다. 그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살은 얄미우리만큼 내 얼굴을 비춰댔다. 고개를 떨구고 방에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읽던 책이 내게 위로를 주었다. 책이 나의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었고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어갔다.

 

 젊은 날에 만난 고독은 견디기 힘든 상대이다. 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알토랑 같은 아이들과 어울리면 고독은 해소가 될까? 아니다. 나는 목회자이다. 목회를 하며 겪어야 하는 고독은 견디기 힘든 여정이다. 평생 고독과 더불어 살아가야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영성이 맑은 아가는 태어나면서 울음보를 터뜨리는가 보다. 고독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깨닫게 한다. 따라서 포기해야 할 것도 무엇인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다시는 안 만날 것 같이 헤어진 사람을 어느 날 삶의 길목에서 마주친다. 그것도 운명적인 장소에서. 인생은 만남헤어짐이 교차하며 이어져 가고 있다. 질긴 만남의 인연은 사람의 영역 밖이다. 그래서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인생 최고의 경영자인 것이다.

 

 다 떨어내지만 멋있는 가을, 고독하지만 행복한 계절. 고독은 그래서 맛있고 가을은 그래서 멋있다.


  1.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35968
    Read More
  2.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39925
    Read More
  3.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40360
    Read More
  4.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40040
    Read More
  5.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37899
    Read More
  6.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39841
    Read More
  7.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40806
    Read More
  8.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44219
    Read More
  9.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44954
    Read More
  10.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43053
    Read More
  11.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44523
    Read More
  12.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43130
    Read More
  13.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41422
    Read More
  14.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39688
    Read More
  15.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44681
    Read More
  16.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45693
    Read More
  17.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46726
    Read More
  18.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35877
    Read More
  19.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46223
    Read More
  20.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467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3 Next
/ 33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