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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연” “평범”이라는 단어가 장애인들에게는 기적이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듣는 것, 말하는 것, 거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청각장애인” 단 몇 분이라도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 마음껏 대지를 달리고 싶어 하는 “지체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더구나 누구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 장애를 넘어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 “이상재”. 그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은 그에게 놀라운 음악성을 주셨다. 그는 신기(神技)를 지닌 “클라리넷” 연주자이다. 그는 일곱 살 되던 해에 교통사고를 당해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월남 전 참전 해군이셨던 부친이 귀국길에 사 온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기쁨” 같은 클래식 소품의 선율에 반하여 그는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부산맹학교를 거쳐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이 서울로 이주하면서 서울맹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익혔다. 클라리넷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점자악보로 한마디씩 익힌 뒤 뜨개질하듯 이어 붙여 곡을 외우는 과정을 거듭해야 했다. 비장애인보다 10배 이상의 연습시간을 요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클라리넷은 외로울 때나 슬플 때나 혹은 기쁠 때에도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중앙대 음대 입학 허가와 수석졸업을 이뤄냈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3대 음악대학인 “피바디” 음악대학 140년 역사상 최초 한국인 시각장애인 음악박사가 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현재 이상재 씨는 시각장애인도서관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다. 그의 영예스러운 타이틀보다 가족은 그의 삶에 가장 따뜻하고 확실한 지원부대이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한때는 “두 딸에게 녹내장이 유전되는 게 아닐까?” 걱정을 했다는 그의 말에 같은 장애인으로 공감이 갔다. 태어난 지 2주 만에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부부는 한없이 울었단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는 두 딸을 위해 상재 씨는 음성인식 컴퓨터로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그는 육아일기를 엮어 책 『그래, 네 마음은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단다』를 출간했다. 그는 육아일기를 쓴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아무리 애쓴다 해도 주위의 시선이 그렇질 않고, 정성과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 아끼고 사랑한다 해도 아빠가 장애인이라는 큰 상실감은 결코 치유될 수 없을 거라는 아픈 인식. 하지만 나는 이 아이들을 손가락질이나 비웃음, 철저한 무관심이나 살을 저미는 냉대에도 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건강하고 건전하게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을 가꿀 수 있는 아름다운 인간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역경을 이겨낸 음악가 이상재 박사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상재 씨처럼 그 장애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장애인들도 많이 있다. 건강하다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건강하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감사함으로 받고 눈앞에 닥쳐오는 난관을 헤쳐 나가는 용기만 있다면 하나님은 그에게 기회를 주시고 도울 자들을 붙여주시리라 확신한다. 이상재 박사의 삶과 가족이야기가 이 땅을 살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참 소망과 용기를 주는 비타민이 되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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