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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명지대학교 합창단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 후감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얄궂은 함박눈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젊은 날, 대학부를 지도하며 열정을 불사르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내 주위에는 온통 젊은 대학생들뿐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손을 내밀면 저만치 잡힐만한 세월인데!’ 짧은 순간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모임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외쳤다. “당신들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정말 수고들 많았어요!” 어느새 나는 그들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있다.

살다보면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기가 온다. 어떤 분은 나이를 물으면 항상 “제 나이는 마흔여덟(48)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아마 스스로 그 나이에 고정을 해 놓은듯하다. 어쩌다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얼마 전 “현대 나이 계산법”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자기 나이에 0.8을 곱한 숫자가 요즘 실생활에서의 진짜 자기 나이라는 주장이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45”라는 숫자가 나를 온종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속물이 되어 가나보다.

가수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노래가 있다.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날엔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릴 때면 손잡아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수가 없다는 것을♬”

하나님은 사람들로 하여금 몸은 늙게 하셨지만 마음은 항상 청춘으로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할 일이 많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이는 점점 숫자를 더해만 간다.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더 서럽고 아쉬운지도 모른다. 시인 박우현의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시가 있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청춘을 청춘한테 주면 너무 낭비를 한다. 하기야 청춘이 그 청춘이 소중한 것을 알면 청춘이 아니겠지.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지금 청춘을 준다면 너무도 소중하게 다루며 살텐데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 채 청춘을 지나치고 만 것 같다. 우리 세대뿐이랴! 젊음의 싱그러움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청춘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그 시절을 지내고 있다. 시절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철인이요. 더 큰일을 감당할 수 있음에도 그 시절에는 아름다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삶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때의 아름다움을 깨닫지도 못한 채 세월은 가고 후회와 회한만이 쌓이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세대는 모두가 아름답다. 20대는 20대대로, 3, 40대에는 그 세대대로. 50이 넘어서고 노년이 되어도 모두가 아름답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오늘이 내 생애에 가장 젊고 소중한 날이라는 것을. 누군가 나에게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련다. “그립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내 젊은 날은 가혹하리만큼 외롭고 번민이 많았기에. 나는 이대로의 내가 좋다. 이렇게 늙어가는 내가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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