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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어머니가 계셨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13년 전, 그 분의 시신이 땅속에 내려가는 그 순간에도 나는 “엄마”를 목 놓아 불렀다. 성도들이 다 지켜보는데도 말이다. “어머니”하면 너무 거리가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철이 안 나서일까? 나는 가끔 아내에게 “엄마”라고 부를 때가 있다. 그때 흘기듯 바라보는 5살 어린 아내의 눈길이 미묘하다.

여자는 이름이 많다. 어릴 때는 ‘소녀’라 불리운다. 조금 더 성장하면 “숙녀”라고 한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면 “아내”가 된다. 아기가 태어나면 드디어 “엄마”가 된다. 새내기 엄마는 풋풋하다. 하지만 그때부터 내 이름이 사라진다. 오로지 “○○엄마!”가 정식(?) 호칭이 된다. 그래서 엄마는 교회를 다녀야 좋다. 교인들이 “○○○ 집사님, 권사님”하며 평생 내 이름을 불러주기 때문이다.

더 사랑하고 싶어서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엄마가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 웃음이 사라졌다. 엄마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아이가 마냥 사랑스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 키우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아이를 임신하고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었다. 세상의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이 아이를 키우다보니 세월은 달렸다. 아이 키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제는 엄마의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함께 사회생활을 했다가 성공한 친구들을 볼 때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찾아온다.

이제 막 아기를 낳은 엄마에게 느낌을 물었다. 대부분 “신비롭다. 걱정된다.”는 반응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밖에 맘대로 나갈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나. “아이가 생기며 내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없어졌다.”고 고백하는 엄마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모성의 빛깔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출산 후 4/3이상의 여성이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당신의 어머니 점수를 적어봐라.”하며 종이를 나누어 주었더니 70% 이상이 ‘양’(D)을 적어내었다.

그만큼 시대가 바뀌고 엄마의 의식구조도 첨단을 달리는 듯하다. “엄마”라는 이름에 부담을 느끼며 사는 여성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요즈음 30대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정서이다. 엄마 “희경”씨는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려고 애를 쓴다. 놀이가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와 대화를 할 때에도 아이 눈높이에서 한다.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이다. 내가 하는 것에 따라서 아이의 행복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오늘도 엄마는 마음이 무겁다.

‘류시화’님의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이란 시가 떠올랐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 댕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중략)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인줄 몰랐었다.”

엄마는 위대하다. 엄마가 흔들리면 가정이 흔들린다. 사회가 어지러워진다. 엄마가 그 자리에 있을때에 가족들은 다 행복하다. 엄마는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이것이 엄마의 진짜 역할이 아닐까?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행복하다. 엄마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엄마는 엄마다. 엄마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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