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95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성일의 모정.jpg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염진석 자매. 그녀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40평생 지체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양 무릎 밑으로 마비가 온 염씨는 한 걸음 조차 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대 후반, 염 자매는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3차례 관절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보조기를 착용하여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앉아서만 지내던 자매에게는 30년만의 첫 걸음이었다.

 

  염 자매는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 역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이었다. 결혼 4년 후 기다리던 아이를 낳았다. 첫 유산의 아픔을 겪고 힘들게 얻은 아이였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염 자매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아들 성일이가 자폐성발달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성일이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금년 11살이지만 용변 보는 일도 옆에서 누군가가 챙겨주지 않으면 화장실 가는 일을 잊을 정도이다.

 

  엄마는 성일이를 11년 동안 키워오면서 단 한번도 엄마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자매는 아들을 붙들고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라고 외치며 흐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들 성일이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언어치료를 받는 것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성일이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표현 할 방법이 없다. “제가 비장애인 엄마라면 업어주고 안아주고 더 잘 보살펴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못하니까 마음이 아프지요라며 엄마는 눈물을 삼킨다. 설상가상으로 염 자매는 이혼의 아픔까지 감내해야만 했다.

 

  30년 만에 첫 걸음을 뗀 염진석 자매는 돈벌이에 나서야한다. 성일이가 언어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허드렛일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30년 만에 첫 걸음을 뗀 그녀로서는 한 발짝 떼는 일 조차도 버거운 게 현실. 그런 몸으로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게 직업을 줄 곳은 어디 인지? 여성의 몸,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염 자매에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장애인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자신은 장애가 있지만 자식들만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뿐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음성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세운 교회 중고등부 수련회 강사로 간적이 있다. 아픔이 있는 분들이 부부가 되어 자녀를 낳게 되었다. 감사한 것은 자녀들은 모두 건강했다. 강사로 가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전했지만 그들 모두는 마음을 활짝 열고 은혜 받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한 가지, 다른 교회 집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보통 이틀째가 되면 학생들이 강사에게 자연스럽게 접근 해 오는데 그 아이들은 오히려 강사를 피하는 듯 했다. ‘아마 대화를 하다보면 가족 이야기를 묻게 될 것이고, 부모님에 대한 질문을 해오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었는가보다. 하지만 마지막 헤어질 때 아이들은 나에게 각종 선물을 전해주었다. “은혜를 많이 받았다는 편지와 함께 말이다. 그중에서 이름도 특이한 숙녀라는 아이가 준 노트는 지금도 나의 설교 문을 담고 내 곁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보통 친한 사이에 사람들이 만나면 자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부터, 예쁘냐? 안 생겼냐?”까지. 그러나 그것은 장애인들에게나 장애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서는 사치스러운 대화이다. 염진석 자매는 아들 성일에게서 엄마!” 소리를 듣는 것이 소원이다. 장애를 가진 분들끼리 결혼한 부부는 자녀들만은 제발 장애가 없는 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것이 소원인 것이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오늘도 아파하는 장애인들을 생각하며 내 몸이 온전하고, 온 가족이 건강하다면 그 한가지만으로도 감사하고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1.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6442
    Read More
  2.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3948
    Read More
  3.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1688
    Read More
  4.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6059
    Read More
  5.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3105
    Read More
  6.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38327
    Read More
  7.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36360
    Read More
  8.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8840
    Read More
  9.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37191
    Read More
  10.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35484
    Read More
  11.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8849
    Read More
  12.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6787
    Read More
  13.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5382
    Read More
  14.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2840
    Read More
  15.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6745
    Read More
  16.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7291
    Read More
  17.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9397
    Read More
  18.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8499
    Read More
  19. No Image

    행복은 어디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목말라 하며 살고 있다. 저만큼 나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 가도 그냥 그렇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의 결핍이 사람의 행복을 가로채 갔다. 맛있는 ...
    Views41573
    Read More
  20. No Image

    별들의 고향으로!

    2013년 9월, 우리 시대 최고 소설가인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더벅버리를 하고 청년문화를 외치며 명동 뒷골목을 누비고 다닐때에 그는 진정 우리의 우상이었고 젊은 가슴을 풍성하게 한 시대의 작가였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구성진 목소리가 친근감을...
    Views3744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