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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숨 가쁘게 달려 오다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이제 곧 ‘2014년’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겠지.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분의 넋두리이다. 퇴직을 하자마자 소홀했던 자기충전을 위해 들어간 곳은 세계적인 명문인 <하바드 대학원>이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도 없이 “바”쁘게 “드”나드는 곳>이다. 그곳을 수료하고는 “동경대학원”에 들어간다. <“동”네 “경”로당>이었다. 그 다음에 기다린 곳은 <방콕대학원>이다. <“방”에 “콕”> 틀어 밖혀 사는 것을 뜻한다.

그러는 사이 학위라고나 할까? 감투라고 해야 할까? 처음 얻은 것은 <화백> <“화”려한 “백”수>. 두 번째로는 <장노>이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지도 않았는데 웬 <장노>냐고? <“장”기간 “노”는 사람>을 말한다. <장노>로 얼마간 있으니 이젠 <목사>가 되어있더군! <“목”적 없이 “사”는 사람.> 기독교 감투만 쓰면 종교적으로 편향되었다고 할까봐 불교 감투도 하나 썼다. <지공선사>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로석에 앉아 눈을 감고 “참선”하니 <지공선사>가 아닌가! 넋두리를 듣다보니 웃을 수도 없다.

젊음은 좋고 늙음은 나쁜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생각일 뿐이다. 젊음은 젊음대로 좋고, 늙음은 늙음대로 좋다. 스위스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앙리 아미엘’이 이런 말을 했다.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 말로 가장 으뜸가는 지혜요,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章)이다.” 인생의 시기마다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노년이야 말로 생애 중에 만나는 가장 중요하고 축복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마무리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노화!(老化) 걸음이 느려지고 눈이 흐려지고 귀가 어두워지고 발음도 어줍어진다.

하지만 늙어가면서 만나는 축복은 ‘의식의 진보와 삶의 풍요’이다. 노화 과정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삶의 선물들이 있다. 노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삶의 멋과 맛이 있는 것이다. 노화 과정에만 느낄 수 있는 삶의 깊이와 향기가 있다. 겉 사람은 후패해 가지만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서 오히려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정신이다.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방향인 7번째 방향이 있는데 바로 내면세계로의 여행길이다.

젊을 때는 밤에 잠이 안 오면 괴로워하며 밤새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어쩌다 잠이 안 올 때는 사색을 한다. 곁에서 잠든 아내의 숨소리를 들으며 홀로 깊은 생각에 들어간다. 어느새 설교의 영감이 떠오르고 글이 올라온다. 84세 된 노인에게 질문을 했다. “어르신을 아침에 일어나고 싶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입니까?” “살고 일하고 어제까지 몰랐던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내 아내와 소중한 순간들을 나누기 위해서지요.” 똑 같은 질문에 78세 노인이 대답한다. “그날 하기로 계획해 둔 일들 때문입니다. 나는 내 삶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사랑합니다. 바깥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이렇게 살아서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축복이지요. 그리고 50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가 있으니 더욱 든든합니다.” 두 분은 한목소리로 고백한다. “나를 이 땅에 보내주신 분께 기도합니다. ‘이런 생을 주셔서 고맙다.’구요. 생이 고마울뿐입니다.”

젊음은 아름답다. 그러나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노년은 매우 강렬하고 아름다운 경험들로 가득 차 있다. 겉으로는 인생의 패배인 듯이 보이지만 인생 최고의 승리가 나타나는 것이 노년이다. 한 노인의 고백이다. “나의 60대는 중년 시작이었어요. 70대는 매우 즐겁고 신이 났었습니다. 80대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구요. 90대는 꿈과 비젼으로 가득했습니다. 나의 100세는 고마움으로 가득했기에 나는 다 이루었습니다.” 멋지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土地 작가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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