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6.03 13:45

맥도날드 할머니

조회 수 584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맥 할머니.jpg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로 불리우며 유명세를 탔던 한 여인이 있다. 본명은 “권하자.” 일찍이 성공한 목재사업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공주 대접’을 받으며 살았다. 어릴 적부터 말수가 적은 반면 자존심도 강했다. 남보다 우월의식이 강해서인지 친구도 없이 스스로 방에 갇혀 살다시피 했다.

 

 소녀는 공부를 잘했다. 한국외국어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에는 들어가기 어렵다던 외무부에서 근무할 만큼 수재로 불렸다. 지적이고, 미모까지 뛰어났으며, 학창시절에는 ‘메이퀸’으로 불릴 정도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하지만 이런 삶이 그녀의 인생에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악재로 작용을 했다. 늘상 부모의 그늘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녀는 독신으로 나이가 들어갔다. 평생 자신의 우산이 되어 줄줄 알았던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여인은 사막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절박함에 허덕인다.

 

 남은 가족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서로 연락이 끊기면서 고립된 삶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갇혀 지내면서 생활도 궁핍해져 갔다. 나이는 들어갔지만 수중에 돈은 없었고, 또 돈을 벌 생각도 안 했다. 할머니는 결국 길거리를 떠도는 ‘걸인’이 되고 말았다. 그럭저럭 살아가던 할머니에게 추운 겨울이 닥쳐온다. 할머니가 찾은 곳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맥도날드 매장’이었습니다.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의 ‘맥도날드’는 그래서 그녀의 도피처가 되었다.

 

 그때가 2001년이었고, 10년 넘게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냈다. 이곳에서 매일 밤 9시에 나타나 새벽 4시까지 눕지도 않고, 새우잠을 자면서 길에서 주운 신문을 읽고, 성경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졸리면 엎드려 잘만도 하건만 할머니의 모습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른 것은 먹지 않고,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다가 방송에 제보를 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공중파(TV)를 통해 소개되었고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유창한 영어와 교양 있는 말투를 쓰는 할머니가 예사롭지 않았다. 과거의 이력이 나오자 ‘맥도날드 할머니 된장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방송이 나가자 할머니의 지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과거의 동료, 여고 동창생, 지인들이 연락을 해 왔고, 소식이 끊겼던 반가운 손님들의 연이은 방문에 할머니는 매우 행복해 했다. 당시 외무부 후배들은 그녀를 보며 “어쩌면 이렇게 변할 수 있냐?”고 놀라움을 표한다. 사람들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거처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한다. 그러나 할머니의 반응은 ‘No’였다. “내 방식대로 남은 생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던 할머니는 어느 날 조용히 맥도날드 매장을 떠난다. 그렇게 간간히 소식이 들려오며 세월이 흘러간다. 사람들에게도 할머니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돌연 할머니의 ‘부음(訃音)’이 들려왔다. 향년 73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송파새희망요양병원’에서 심폐정지로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요양원에 오기 전까지 여전히 거리를 전전했던 것 같다. 길거리에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하여 병원에 옮겼을 때에는 이미 암이 복막에까지 퍼져있었고, 요양원으로 옮겨져 세상의 마지막을 보냈다.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할머니는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한 줌의 재로 변하고 만다.

 

 “살아간다.”는 것은 소통을 의미한다. 일면식도 없는 ‘맥도날드 할머니’의 생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곁에 소통할 수 있는 단 한사람만 있었더라도 할머니는 보다 의미 있고 정감 넘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우리 주위에는 또 다른 ‘맥도날드 할머니’가 있을지도 모른다. 돌아보자, 그리고 다가가자. 들어주고 살려보자. 이것이 내가 살아야할 또 하나의 이유인지도 모른다.


  1. No Image

    심(心)이 아니고, 감(感)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지탱해 주는 지렛대가 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어느샌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힘이 있기에 고통을 견디고 오늘이라는 시간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Views37066
    Read More
  2. No Image

    내 나이가 어때서

    30대 젊은 목사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사역에 대한 의욕이 충만했다. 건의하는 횟수와 강도는 점점 늘어갔다. 하루는 나에게 담임목사님이 말했다. “이 목사님, 뭘 그렇게 자꾸 하려고 하세요. 조금 천천히 갑시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
    Views39124
    Read More
  3. No Image

    외로운 사람끼리

    인생은 어차피 외로운 것이라고 들 한다. 그 외로움이 때로는 삶을 어두운 데로 끌고 가지만 외롭기에 거기에서 시가 나오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외로움이 두렵다기보다 그 상황을 더 무서워하는지도 모른다...
    Views39139
    Read More
  4. No Image

    밀알의 밤을 열며

    사람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이 인격이고, 실력이며, 사람됨됨이다. 해서 말 잘하는 사람은 인생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흔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부른다. &ldq...
    Views38942
    Read More
  5. No Image

    하늘

    가을하면 무엇보다 하늘이 생각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하늘은 여러 가지 색깔을 연출한다. 보통은 파란 색깔을 유지하지만 때로는 회색빛으로, 혹은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번쩍이는 번갯불로 두려움을 주고 ...
    Views45159
    Read More
  6. No Image

    당신의 성격은?

    사람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향적이냐? 아니면 내향적이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당신은 ‘외향성이 강한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버겁고 특별히 새로운 사...
    Views41822
    Read More
  7. No Image

    쇼윈도우 부부를 만나다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
    Views39576
    Read More
  8. No Image

    목사님, 세습 잘못된 것 아닌가요?

    요사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한 대형교회에서 담임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일을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그 교회가 속한 교단과 신학대학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회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Views38278
    Read More
  9. No Image

    기회를 잡는 감각

    인생은 어쩌면 기회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신은 평생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허락한다고 한다.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라! 기회가 많았다.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면 흘러간 시간이 되고 만다. 매사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희한한 사...
    Views43819
    Read More
  10. 낙도전도의 추억

    대학 동기가 병역을 필하고 복학을 하더니 적극적인 총학생회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사이 나는 이미 대학원 과정에 있었기에 친구와는 학년차이가 꽤나 나있었다. 어느 날 만나자고 하더니 “총신 <제 2기 낙도전도단>에 총무로 일해 달라.&rdquo...
    Views40446
    Read More
  11.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43428
    Read More
  12. 씨가 살아있는 가정

    가정은 영어로 Family이다. 어원을 살펴보니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절묘하다. 실로 부부의 사랑을 먹고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꿈을 펼쳐야 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미면 저절로 행복해 질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
    Views39867
    Read More
  13. 밀알 사랑의 캠프

    지난 5월이었다. 밀알선교단 지하교육관에 걸어놓은 달력이 찢겨나가 7월에 와있었다. 다른 방에 걸려있던 달력과 바꿔 걸어놓았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것마저 찢겨져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수소문해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누가 저렇게 멀쩡...
    Views38413
    Read More
  14. 소박한 행복 기억하기

    “엄마, 오늘은 제발 보리밥 싸지 마세요.”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열면 널브러져 나를 바라보는 보리밥이 너무 미웠다. 거기다가 단골 반찬은 무말랭이와 콩장이었다. 내 짝꿍 근웅이는 약국집 아들이라 그런지 항상 밥 위에는 노오란 계란이 덮여...
    Views39733
    Read More
  15.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여름 이맘때가 되면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다. 밤새 공포에 떨다가 날이 밝고 화창해진 아침, 들녘에 나가보면 곡식들이 내 키만큼 자라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번개가 치면 하늘에서 수...
    Views42841
    Read More
  16.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43791
    Read More
  17.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44397
    Read More
  18.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39745
    Read More
  19.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0871
    Read More
  20.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438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