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다 2/25/2012

by admin posted Nov 25,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5011_2093_258.jpg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아이의 행동이 평범하지 않으니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말을 듣는다. 사실 아이는 눈 맞춤도 안하고 “엄마”라는 소리보다 “사이다”라는 말을 먼저 했다. 문장이 되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던차에 원장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병원을 찾는다.

여러 절차를 거치며 진료를 끝낸 의사의 입에서는 “자폐아”라는 판정이 내려진다. “내 아이가 장애아라니? 그것도 자폐라고.” 엄마의 마음은 아득해진다. 아이에게서 장애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날부터 사고치는 것이 1초밖에 걸리지 않는 아이를 쫓아다니기에 바빴다. 아이가 자라가며 생동반경이 넓어져 갔다. 오줌과 똥을 아무데나 싸는 것은 기본이고, 만들어 주는 반찬은 무서워하면서 길을 가다가 풀만 보면 달려들어 뜯어먹는다. 밤과 낮을 바꾸어 살고 옷을 입히려면 벗어버리고 벗기려고 하면 안간힘을 쓰며 반항을 한다. 손, 발톱을 깎거나 목욕을 시키려고 하면 아우성을 친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으려고 하면 두 세사람이 붙잡아야 가능하니 미용사도 진액을 빼서 ‘오지 말았으면’하는 눈치다. 만지지 말아야 할 물건은 다 만지고 다닌다. 식용유, 간장, 커피등을 바닥에 뿌리고 치우려고 하면 다른 곳에 뿌려댄다. 길을 걷노라면 차도로 뛰어들고 새롭고 예쁜 그릇을 보거나 오목한 곳에는 항상 오줌을 누어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한번은 청소 할 때에 쓰려고 분무기에 ‘락스’를 넣어 책꽂이 높은 곳에 올려놓았는데 어느새 그곳에 올라가 분무기를 입에 물고 뿜어 마셔서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때로는 세제를 퍼 먹기도 하고 세탁기 안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는 일까지 있었다. 잠깐 한눈을 팔면 가스 불을 켜놓아 화재가 날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이가 이정도 되니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숨을 쉬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남편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으련만 아이의 “장애”를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자기가 낳은 아이도 돌보지 못하느냐?”고 면박만 준다. 자연히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가정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 지기 일쑤였다. 도대체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가 아닌가? 아들을 가슴에 안고 기도하며 길을 찾는다. 장애아 교육기관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안양에 있는 복지관 게시판에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엄마가 가장 급하다고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라!” “그래 바로 이거야!” 엄청난 깨달음이 왔다.

“나는 뭐가 급하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가 대변을 아무데나 보기 때문에 집안에 냄새가 나면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아이를 변기에 앉히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무려 10개월이 걸려 성공할 수 있었다. 기가 막혔다. 다음은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하나를 교육하고나니 그 다음은 쉬웠다. 교육에 자신감을 가지며 시간만 나면 아이를 데리고 많은 것을 보여 주며 다녔다. 아내의 모습에 남편도 감동을 받고 서서히 협력자가 되어갔다.

여섯 살이 되어도 말을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아이의 손을 엄마의 입에 넣게하고 혀의 위치를 가르쳐주고 엄마가 아이의 입에 손을 넣어 혀의 모양을 만들어주었다. 그제야 소리가 나왔다. 3개월이 지나자 아이는 두 단어를 뱉어냈다. 한숨이 나왔지만 실망과 절망에 빠져있을 만큼 한가할 수가 없었다. 학습은 학습대로 시간을 분리해서 가르치고 일상생활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옷입기, 신발 신고벗기, 양말신기등. 스스로 밥을 먹도록 반복훈련을 한 끝에 기적적으로 아이가 완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엄마 우은자씨의 수기를 읽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 밀알선교단에도 이런류의 장애아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 엄마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들, 딸이다. 그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 따뜻한 눈길과 사랑이 절실하다. 그 사랑을 먹고 그 가정은 행복이 넘치는 천국이 되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