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2.25 20:41

뒷담화의 달콤함

조회 수 5682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뒷담화.jpg

 

 갑자기 귀가 가려울 때가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누가 내말을 하나?”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은 영적 존재이기에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일찍이 나의 장인이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다. “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군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것이고,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좋은 말을 하는 것”이라고.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믿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왼쪽 귀가 가려우면 기분이 ‘꿀꿀’하고,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남의 말을 많이 한다. 좋은 말에는 흥미와 집중력을 흐리다가도 누군가를 흠집 내는 대화가 시작되면 감칠맛을 느끼며 끊어질 줄 모른다. 아담의 죄의 근성은 그래서 무섭다. “좋은 말만 하고 살자!” 결심을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실천되질 않는다. 지난 주간 한 모임에서 “저는 오늘 바빠서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라며 한 사람이 바삐 자리를 떴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의 입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시작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에 대한 일상과 사정을 넘어서 성격털이(?)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해서 나는 웬만하면 어느 모임에서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전해 듣는 것은 못 견딜 일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남의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난도질을 해댄다. 그런데 이게 보통 재미가 있는 게 아니다. 남에 대해 좋은 말을 할 때는 표정이 단순하다. 하지만 일단 뒷담화 단계에 접어들면 표정들이 달라지고 제스처도 현란해 진다.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치고 들어간다. 그러면서 다들 합창하듯 동조한다. “맞아, 맞아. 응? 그래?”

 

 사람들은 뒷담화를 하면서 공통적인 유대감을 확인한다.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답답한 동료, 이중적인 사람 때문에 화가 날 때, 미운 상사, 얄미운 후배에 대해 험담을 하다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다른 때는 몰라도 뒷담화를 할 때면 어쩜 그렇게 잘 맞는지 신기하기 이를데 없다. 관계지향적인 여성들은 자신의 개인사를 친해지는 수단으로 동료나 친구에게 넌지시 내어 밀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비밀이 뒷담화의 소재로 활용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남에 대해서는 인색하리만큼 ‘몰이해스럽다’가도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하다.

 

 그래서 뒷담화의 대상이 나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처럼 살다가 전해져온 자신의 뒷담화에 접하면 견디질 못한다. 그동안 그렇게 뒷담화를 즐겨했는데 상황이 바뀌면 ‘멘붕’(멘탈붕괴)에 빠지는 것이다. 내 앞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하다가 뒤에서는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으레 ‘사람들은 내 흉을 보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고 한다.

 

 부정적 정신적 습관을 가진 이들이 우리나라 국민의 97.2%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떤 일이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내가 다가갔을 때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면 ‘틀림없이 내 흉을 보고 있었을 거야’라고 지레 짐작을 한다는 것이다. 뒷담화를 하는 동안은 서로가 동지가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뒷담화는 일종의 습관이다. ‘다르다’는 것과 ‘틀린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이유로 험담을 하는 것은 결국 내 인격을 피폐하게 만든다.

 

 여성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엘이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이라는 책에서 “나선 이론”을 피력한다. 곧,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소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느끼면 침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뒷담화를 할 때에 동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마음까지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뒷담화는 메아리처럼 내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중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있는 그 무엇을 미워하는 것이지”라고 지적한다.

 

 뒷담화를 삼갈지어다.


  1.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41414
    Read More
  2.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2531
    Read More
  3.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6016
    Read More
  4.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48901
    Read More
  5.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3134
    Read More
  6.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51229
    Read More
  7.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4063
    Read More
  8.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48921
    Read More
  9.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49348
    Read More
  10.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48800
    Read More
  11.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46136
    Read More
  12.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48644
    Read More
  13.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49562
    Read More
  14.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3642
    Read More
  15.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4252
    Read More
  16.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1942
    Read More
  17.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54643
    Read More
  18.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2424
    Read More
  19.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0171
    Read More
  20.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2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