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자리 8/20/2012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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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곁에만 있던 아내가 한국에 갔다. 10년 만에 고국방문이다. 무려 한 달간의 일정을 잡고 둘째와 함께 떠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아이가 떠나는 날에 한국에서 네 명의 손님들이 우리 집에 당도했다. 한국 밀알의 단장들이었다. 적적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남자 5명의 “추억 만들기”는 시작되었고 밀알 사랑의 캠프 참석을 끝으로 그들도 한국으로 떠나갔다. 캠프를 마치고 장애우들을 집에 ‘라이드’해 준 후 들어선 집은 ‘썰렁’했다.

인기척은 물론 “쵸코군”(강아지 이름)의 반가운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가족들이 집에 없는 상태에서 사역에 바쁜 내게는 강아지를 돌보는 일도 버겁게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아내가 한국으로 가던 날에 지인의 가정으로 잠시 입양을 보낸 것이다. ‘아, 이제 혼자구나’ 텅빈 소파에 앉아 홀로 살아갈 방도를 궁리해 보았다. ‘그냥 저냥 살아보자’ 결론이 그랬다.

아내와 나는 별로 떨어져 살아본 기억이 없다. 항상 함께였다. 아내와 나는 취미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서로 힘들어 했다. 가정 사역을 하면서 부부는 거의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만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배운대로 조금씩 맞추어 가기 시작하였다. 우리 부부는 달라도 정말 다르다. 나는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역마살이 꼈다.”할 정도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아내는 7남매의 맏딸이기에 책임감이 강하고 매사가 신중했다. 나는 여행이 취미이다. 고교시절부터 친구들과 키타를 둘러메고 전국을 누볐다. 아내는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이고 조용히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부딪쳤다.

한국에 가는 것도 그렇다. 내가 집회 인도 차 갈 때에 함께 가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는 항상 “당신, 혼자 다녀오세요.”였다. 그래서 한국에 나가면 아내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핀잔을 들어야만 하였다. “제발 사모님 좀 모시고 다니세요.” ‘아니, 난들 혼자 다니고 싶어 다니나? 본인이 안 간다는 데 내게 무슨 방도가 있단 말인가?’ 그러던 아내가 둘째 아이가 “한국에 가자.”고 하니 따라나섰다. 참 희한한 일이다. 처음에 망설이며 아내가 물었다. “나 한국에 가면 당신 혼자 살 수 있어요?” “하이고,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다녀오셔.” 큰소리를 치고 아내를 보냈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중학교를 다닐때에 자취를 한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밥 하나는 잘한다. 정말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아침에 먹을 계란을 삶아야 하는데 난감했다. 밀알에 나와 봉사하는 권사님에게 계란 삶는 법을 물었더니 한심한 표정으로 놀려댄다. 가만히 보니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가 “텃밭에 물을 주라.”고 부탁을 하고 떠났건만 그것조차도 방법을 몰라 헤매야 했다. 그동안 아내가 다 챙겨주었기에 그냥 누리고만 산 것이다. “외로움?” 그것과는 이미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마냥 밝아보였지만 나는 언제나 혼자였기 때문이다. 나를 잘 아는 분들이 믿을지 모르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에 너무도 편안하다.

아내는 한국에 가서 친정 부모님을 시작으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꾸 안부 전화를 한다. “나는 잘살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다 와!” 말해 주지만 미덥지가 않은 모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의 빈자리가 커져만 간다. 마침 세탁기가 고장이 나서 가까운 빨래방을 찾아야만 하였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생전 빨래를 처음 해 보았다. 한국, 외국 마트를 기웃거리며 찬거리를 산다.

있을때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아내가 없으니까 대략난감이다. 그렇게 애쓰며 살아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내는 “안해”이다. “집안의 태양”이라는 말이다. 태양이 지면 세상은 캄캄 해 진다. 밝은 태양을 보며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웃음 짓는다. 태양이 사라지면 희망도 사라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남자에게 아내의 자리는 너무도 커 보인다. 아내가 돌아오려면 아직도 열흘이나 남았다. 그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자리를 비웠을때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내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끼며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보련다. 나는 오늘도 반찬을 사러 마트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