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향연 8/20/2012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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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7일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런던 올림픽”이 대단원에 막을 내렸다. 사람은 참 영리하다. 어떻게 그런 다양한 운동 경기를 만들어 내고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150여 개국의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올림픽을 열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다. 어김없이 약속된 장소에서 4년 동안 땀 흘려 준비해 온 기량을 겨루며 축제의 한마당을 질서정연하게 즐기는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다. 달리고 던지고 날아오르고 자그마한 ‘탁구공’으로부터 가장 큰 ‘축구공’에 이르기까지 공의 움직임에 울고 웃는 올림픽은 풍파 많은 세상에서 잠시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삶의 보너스인지 모른다.

경기를 지켜보며 시간의 기초단위인 1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펜싱 선수 “신아람”은 몹시도 더디가는 ‘1초’로 인해 4강전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경험해야만 했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매트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한국낭자의 모습은 너무도 가련했다.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연장 후반 골인시킨 볼이 “단 1초를 경과하였다.”는 판정으로 날아갔고 결국 재연장전에 돌입하였지만 스페인에 패하는 장면을 지켜 보아야안 했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 순진하고 수줍고 착하다.” 강재원 감독이 준결승에서 패한 뒤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고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남자들은 체질적으로 축구를 좋아한다. 폭풍이 몰아치듯이 드리블을 해가다가 ‘슛’한 볼이 골망을 뒤흔들 때에 사나이의 가슴도 덩달아 흔들린다. 한국 축구팀이 예선에서 1승 2무의 전적으로 8강전에 돌입하였을때에 ‘그것으로도 한국 축구는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8강전에서 맞붙을 팀이 축구의 종주국 “영국”이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120분의 사투 끝에 그 어마어마한 영국을 침몰시키고 우리는 당당히 준결승에 올랐다. 우승까지 넘보았던 꿈은 좌절되고 말았지만 한국 축구 역사상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정말 가슴이 시원해지는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의 역주장면은 결과에 관계없이 격한 감동을 주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살아가는 부모님을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훈련비를 모아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며 효도를 했다는 체조선수 “양학선”의 효심이 갸륵했고 의연하게 경기에 임하여 한국체조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선사하는 어린 청년의 모습에서 한국의 미래를 보았다. 레슬링에 출전한 김현우 선수는 부상으로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악조건 속에서도 투혼을 불살라 금메달 리스트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갑자기 태극기를 펼쳐놓고 절을 하더니만 자신을 4년 동안 코치해준 분들에게 큰절을 하는 선수의 모습에 웃음 지으며 뭉클함을 느꼈다.

아예 인대가 거의 끊어져있는 상태로 그 아픔을 참으며 결국 해내고야만 송대남. 죽기 살기로가 아니라 그냥 죽기로 생각하고 한 쪽을 거의 못 쓰는 부상을 이기고 금메달을 거머쥔 김재범. 인간의 극한 한계를 넘어서서 승리한 메달리스트들의 모습이 그렇게 커보일수가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꼭 메달을 따야만 감동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기대가 컸던 역도 “장미란”이 노메달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무릎을 꿇어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올림픽 내내 지워지지 않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우리가 당신들을 응원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 여러분.” 역발상의 광고카피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올림픽은 실로 각본 없는 드라마이다. 유력하던 선수가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에 사람들은 탄식한다.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선수가 뜻밖에 성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100m 육상경기는 단 10초안에 끝이 난다. 구기 종목은 진액을 다 쏟아야만 하는 몇시간의 사투가 요구된다. 그리고 올라서는 시상대. 아! 얼마나 감격스러운 시간인가? 당사자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바라보는 자국민들은 얼마나 힘을 얻고 응원을 받는지 모른다. 올림픽의 성화는 꺼졌지만 사람들의 가슴에 지펴진 감동의 불길은 영원히 살아있으리라! “그대가 자랑스러운 건 당신이 딴 메달이 아니라 당신이 흘린 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