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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04

뒷곁 풍경 9/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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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jpg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오붓한 장소가 있다. 바로 내가 살던 시골집 뒷곁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타리가 있었다. 지금 같은 견고한 시멘트나 벽돌이 아닌 나무로 엮은 울타리였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어설픈 나무 울타리였다. 따라서 웬만하면 이웃끼리는 무슨 음식을 하고 있는지, 집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웃사촌” 아닐까? 그때는 인심도 후해서 음식을 혼자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슨 음식이든지 일단 옆집에 보내놓고 가족들만의 식사가 이어졌다.

집집마다 바깥마당이 있고 안마당이 있었다. 바깥마당은 온 동네의 아이들이 모여 드는 장소였다.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부터 ‘공기놀이’등을 즐겨했고, 남자 아이들은 ‘비석치기, 다마(구슬)치기, 딱지치기’등을 하며 놀았다. 그 당시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전기도 없는 시절이었으니까 지금 같은 전자제품은 상상도 못한 시대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버린 채 바깥마당에 모여 들었다. 그렇다고 아무 집 마당에만 모이는 것은 아니었다. 양지바르고 먼지가 덜나는 거기다가 주인의 마음씀씀이가 너그러운 집 마당이 가장 큰 인기였다.

그 마당에서 우리들은 사회를 배우고 친화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터득해 갔다. 왜냐하면 놀이를 하다보면 ‘얼토당토’ 않게 고집을 부리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딱지를, 구슬을 많이 따느냐?’가 아이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아이들끼리 놀이에 열중하다가도 오지랖 넓은 지나가던 어른의 참견으로 소란스러워지면서 악동들의 꿈은 무르익어갔다. 안마당은 아무나 들어가질 못했다. 따라서 넓은 안마당을 소유한 집 아이들은 세도가 당당했다. “들어와!”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들만 안마당에 들어섰다. 안마당에서 놀다보면 그 집 엄마가 들고 나오는 간식을 먹는 특권(?)도 주어졌다. 여름에는 설탕에 잰 “토마토”가, 다른 때는 옥수수나 감자가 제공되었다.

그러다가 돌아가서 만나는 곳이 뒷곁(뒷마당)이다. 간혹 독특한 집도 있지만 거의 대동소이한 풍경이 드러난다. 뒷곁 중앙에 버티고 있는 것이 <장독대>이다. 그때는 장독이 많기도 많았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장독은 주로 간장을 담그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기다랗게 생긴 장독, 옆으로 퍼진 장독, 아기자기한 모양의 작은 장독들이 이야기를 나누듯이 장독대를 가득 메우고 서있었다. 그리고 장독대를 중심으로 텃밭이 일구어졌다.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부터 깻잎, 도라지, 마늘, 딸기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나팔꽃은 아침이면 활짝 피어나 뒷곁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었다.

뒷곁을 마주보는 텃마루에는 메주가 걸리고 부지런한 주인이 해온 나뭇더미가 습기를 말려가며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소나무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분 좋은 향을 뿜어낸다. 그래서 뒷곁에 들어서면 마른 소나무 향기가 코끝에 닿으며 현기증을 일으켰다. 한편으로는 희한한 흙냄새와 곰팡이 향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뒷곁에서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투박한 모양의 굴뚝이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굴뚝의 자태는 집의 균형을 잡아주었고 저녁이 되면 뽀얀 연기를 뿜어내며 이곳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표식을 해 주었다.

굴뚝 옆과 울타리 사이에는 봉숭아, 채송화, 돋나물이 솟아나 작은 화원을 이루어주었다. 그 곳에 지직(돗자리)을 깔고 아이들과 엎드려 숙제를 한다. 사실 공부는 뒷전이고 이야기가 꼬리를 물면 뒷곁은 어느새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버렸다. 그러다가 나비가 나타나면 나비의 날개 짓에 넋을 잃었고 눈치 없이 나타난 지렁이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와 표정이 그림을 그려낸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그 뒷곁이 내 가슴에 샘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지금도 그 샘에서 한 그릇에 글을 퍼서 나누어 주는 중이다. 아! 그 시골에 뒷곁이 너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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