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08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큰댁.jpg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늘어가는 것도 신기하다. 금년에 새롭게(?) 만난 대상은 친척들이다. 와서 전화통화만 했지,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여 만나기는 20여년 만이다. 참 많이도 변했다. 사촌 큰형님은 금년 81세이시다. 정정한 형님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로 100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 옛날 형님은 23살에 장가를 들어 큰 아들을 낳았고 호칭만 “아저씨, 조카!”였지 우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조카와 20년 만에 마주앉아 나이를 물으니 나와 겨우 두 살 차이였다. 그때는 한참 어린 조카로 생각을 했는데 또래였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공무원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카의 말에 세월의 빠름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조카들과 고향 뒷산과 앞뜰 개울을 뒤지고 다니던 영상이 아련히 다가왔다.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삼남매가 뭉쳤다. ‘이동’에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고 고향으로 향했다.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고향으로 향하며 갑자기 차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오빠, 저기가 작은댁이 있던 곳이야!” 누나가 외친다. “재철아, 여기부터 누나가 너를 업고 큰댁까지 걸어갔단다. 무거운 너를 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어.” 뒷자리에 앉아 고향을 바라보던 내 눈이 뿌예졌다.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누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다. 마음을 추수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나를 한번도 부끄러워하지 않아 고마워.” “얘는 별소리를 다한다. 동생을 내가 왜 부끄러워 해”

 

 옛날에는 걸어서 두 시간이 족히 걸렸던 고향선산에 차로 20분 만에 당도했다. 저만치 보이는 산소를 향해 우리 남매가 손을 흔들었다. 마치 엄마, 아버지가 서있는 듯 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부실한 내 걸음을 부축하느라 누나, 동생은 갖은 애를 써야했다. 드디어 산 중턱에 자리한 부모님 산소 앞에 삼남매가 나란히 서서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모진 세월을 지나 건강하게 가정을 꾸미고 사는 자식들을 엄마,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로 반기는 듯하였다. 무덤에 잔디를 고르며 그리움이 밀려왔다.

 

 하산을 하며 우리 추억 덩어리인 큰댁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어린 시절에는 내 고향 “화현”에는 ‘이씨’ 가문과 ‘류씨’ 가문이 쌍벽을 이루며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나중에는 서로 사돈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고향에는 객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뿐 우리 집안이나 “류씨” 집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나이가 들어 냉난방이 부실한 시골집에 사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살기에 어르신들도 고인이 되시거나 모두 떠나가셨다. 그 옛날 고향에 오면 동네어귀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는데 말이다.

 

 큰댁 커다란 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대문 틈 사이로 앞마당을 들여다보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방학을 맞아 큰댁 대문에 들어서면 오른쪽 외양간에 있는 소가 “움메∼”하며 커다란 꼬리를 흔들어 나를 반겼다. 외양간 특유의 냄새가 고향에 온 것을 실감나게 했다. 버선발로 뛰어 나와 안아주시던 큰 엄마. 저만치서 헛기침을 하며 반기시던 큰 아버지.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뜻 모를 현기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넓디넓던 바깥마당은 왜 이리 작아졌는지? 북적대던 친척들은 왜 모두 흩어졌는지? 갑자기 시조한수가 흘러나왔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야은 길재> 미국은 속도가 느려도 변하지 않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한국은 왜 그리 흐름을 잘 타는지? 시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도 변해가는 한국의 모습에 아쉬움이 찾아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변해가는 것들을 통해 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 간다. 한편. 추억도, 낭만도, 꿈과 아늑함은 그 속에 파묻혀 간다. 그렇게 떠나가고 또 다른 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가며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


  1.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46136
    Read More
  2.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41477
    Read More
  3.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2607
    Read More
  4.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6201
    Read More
  5.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49084
    Read More
  6.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3251
    Read More
  7.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51297
    Read More
  8.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4143
    Read More
  9.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49002
    Read More
  10.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49441
    Read More
  11.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49009
    Read More
  12.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46208
    Read More
  13.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48773
    Read More
  14.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49645
    Read More
  15.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3701
    Read More
  1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4322
    Read More
  17.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2089
    Read More
  18.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54721
    Read More
  19.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2480
    Read More
  20.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02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