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21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인_칠순.jpg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살갑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때에는 감히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저만치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계셨음을 알았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시작하던 20대 초반에 건강하시던 분이 중병에 걸리셨다.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한 날이 얼마던가? 야속하게도 아버지는 내 나이 22살이 되던 봄날에 천국으로 삶의 장막을 옮기셨다.

가장이 떠나버린 우리 가정사의 아픔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했다. 힘든 생을 이어가다가 서른 즈음에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가정을 꾸려가면서 ‘문득문득’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며느리를 끔찍하게 아껴주셨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데 말이다. 아내에게도 은근히 미안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셨지만 난 또 다른 아버지를 얻었다. 바로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어른이다.

아내는 7남매의 장녀이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예뻤던 아내를 장인은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니며 자랑을 하셨다. 따라서 아내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부모보다 컸다. 그런데 25살이 되던 대학생 때에 “어느 신학생과 결혼을 하겠다.”고 면담을 요청해 왔다. 기대되는 표정으로 마주 앉은 장인에게 아내는 내 얘기를 꺼냈다. “소아마비로 다리에 장애가 있다”고. 장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시면서 칩거에 들어가셨다.

그때 장인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며칠 후 장인은 딸을 불렀다. 허공만 응시하시던 장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만약 이 결혼을 반대한다면 그 전도사님은 실족을 하시겠지?”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어보고 싶다.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해보아라!” 아내는 즉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계속 금식 중이었다. 환희에 찬 아내의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수화기를 잡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눈에서는 계속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수고했어요. 너무 감사해요!”

며칠 후, 장인 장모를 대면하는 만남이 이루어졌다. 청량리 역 건너편에 있는 “몽마르쥬” 레스토랑에서였다. 그곳은 아내와 처음 데이트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리 나가 입술을 태워가며 대기하고 있던 내 앞에 아내가 부모님과 막내 처제를 대동하고 들어섰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가 이어졌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첫 만남을 통해 장인은 나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후로 우리 결혼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되었다.

드디어 신혼 방에 세간을 들여 놓는 날이 다가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장인은 최고급의 장롱을 장만해 주셨고 “딸이 가서 살게 될 집을 보겠노라.”고 따라 나서셨다. 그런데 거기서 장인은 또다시 실망을 하게 된다. 잰다고 쟀는데 막상 집안에 장롱을 들여 놓으려니 대문에 걸려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인부들이 대문을 뜯어낸 후에야 세간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장인은 기쁜 표정으로 오셨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셨다.

세간을 다 들여 놓은 후 장인을 찾느라 우리는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그때 장인의 심경은 어땠을까? 그렇게 우리의 신혼은 시작되었다. 장인 장모님은 사위가 목사라는 한 가지 이유로 처갓집에 가기만 하면 지극 정성으로 대접을 해 주셨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결혼 26년. 항상 젊으실 것 같던 장인은 이제 팔순을 향해 가는 연세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두 분에 대한 감사가 밀려온다. 장애를 가진 나를 아들이상으로 사랑해 주시는 두 분의 마음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새벽마다 나는 두 분이 언제나 영육 간에 강건하기를 위해 기도한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 한국 땅에서 새벽마다 기도해 주시는 아버지(장인). 그리고 언제나 나를 지켜보아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1.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46136
    Read More
  2.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41477
    Read More
  3.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2607
    Read More
  4.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6201
    Read More
  5.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49090
    Read More
  6.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3252
    Read More
  7.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51297
    Read More
  8.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4145
    Read More
  9.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49004
    Read More
  10.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49443
    Read More
  11.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49009
    Read More
  12.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46210
    Read More
  13.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48773
    Read More
  14.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49645
    Read More
  15.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3701
    Read More
  1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4322
    Read More
  17.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2089
    Read More
  18.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54722
    Read More
  19.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2484
    Read More
  20.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02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