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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한 일 중에 하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불만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나도 나의 부모님에 대해서 아쉬워하며 살아온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님을 만났더라면,’에서 시작하여 ‘자녀들의 재능을 잘 파악하고 계발해 준 부모님이었으면.’하는 불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치유상담을 공부하며 만났던 많은 분들이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사치스런 투정을 부렸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50년대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났지만 나는 그렇게 배가 고팠다거나 극한 가난에 허덕인 경험은 없다. 경찰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덕에 부요하지는 않았지만 무엇이든지 적당한 수준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새삼 좋은 아버지, 어머니를 만났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길을 나서면 놀림을 받는 것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다. 그보다 ‘기우뚱’거리며 걷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가슴은 얼마나 아리셨을까? 하지만 평생 어떤 내색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항상 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에 큰아버지(백부)께서 아버지를 찾아오셨다. 나를 더 이상 진학시키지 말고 “기술을 가르쳐 시계포를 내주라”고 권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그랬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모른다. 여느 소아마비 장애인들처럼 기술을 배워 길 어귀에서 도장을 파며 망가진 시계를 고치다가 시대가 변해 도태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서울로 이사까지 하면서 나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셨다. 나이가 들수록 그 사랑과 배려를 깨달으며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나는 항상 “엄마”라고 불렀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커 가는데도 나는 항상 “엄마”라고 불렀다. “어머니”하면 꼭 남의 어머니 같아서였다. 엄마는 엄하게 나를 키우셨다. 경우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면 엄히 꾸짖으셨다. 학식은 없으셨지만 아들이 어디를 가나 기죽지 않도록 배려하셨다. 평생 아들의 다리를 고쳐보려고 전국을 누비시던 어머니, 늦게 신앙을 가지셨지만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으시던 어머니. 1998년 6월 25일, 새벽기도를 가시다가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가련한 어머니. 그 엄마에게 오늘은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엄마,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당신을 잊고 살다가도 6월에 그날이 오면 당신의 체취가 그리워집니다. 언제나 저만치서 바라보시던 엄마의 눈망울을 기억합니다. 대문에 서셔서 내가 운전하는 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시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합니다. 애린이가 학교에서 촌극을 하는데 한복이 필요하다고 해서 들렀던 엄마의 집. ‘잠깐’ 들어왔다 가라고 하셨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엄마의 청을 거절한 채 골목에서 차를 빼내는 그 순간에 엄마는 아들의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지요. “엄마, 빨리 들어가! 다음 주에 아이들하고 다시 올께.” 하지만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때 엄마 집에 들어가 자세히 엄마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가 깎아주는 과일을 먹었어야 했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엄마를 한번 더 웃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가녀린 어깨를 주물러드리며 항상 궁금해 하시던 성도들의 소식을 자세하게 들려드려야 했었는데. 하지만 엄마는 저 세상에 계시네요. 아직도 엄마가 보시던 성경책을 마음 편하게 펴보지 못하는 것은 당신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겁니다. 오늘따라 엄마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목사인 아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힘없는 엄마의 기도소리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엄마의 기도, 그 사랑을 힘입고 같은 장애인들을 행복하게 해 주며 살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 주신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전해주며 엄마가 보시기에 대견한 아들로 살아가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불효자 재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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