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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4:27

전철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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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jpg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없이 상대편 얼굴을 마주쳐야만 하는 구조이다. 과거에는 졸리지 않아도 눈을 감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요즈음은 모두가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본다. 핸드폰에 DMB 기능이 장착되어 있어 저마다 TV 시청에 골몰한다.

 

 전철에 오르면 사람들은 좌석에 앉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만원인 상태에서 승차를 했을 때는 위치를 잘 선택해야 한다. 특별히 장거리를 갈 때에는 금방 내리는 승객 앞에 서야만 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감지되질 않는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내릴 듯 한 포즈를 취하다가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껏 자리를 잡았는데 저만치 나이 지긋한 분이나 장애인이 다가오면 난감하다. 일어나는 ‘타이밍’을 놓치고 조는 시늉을 하며 버티는 현대인의 초라한 자화상을 전철에서 발견한다.

 

 전차가 출발하는 종점에서 승차를 한다면 사람들은 어느 자리를 선호할까? 의자 가장자리이다. 중앙에 앉는 사람들은 드물다. 일단 가장자리가 차면 다음 손님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좌석 중간 중간에 앉는다. 빈자리가 있는데도 모르는 사람끼리 붙어 앉는 경우는 없다. 전체 좌석이 여유가 있음에도 새로 승차하는 손님이 되도록 옆자리에 앉지 않게끔 정교하고 섬세한 몸짓을 꾸며낸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옆자리에 가방을 놓아두거나 늘어져 자는 척한다.

 

 복도 쪽 자리에 앉아 핸드폰에 열중함으로써 새 승객이 창가 자리를 원하는 기색을 전혀 눈치 못 챈 듯 행동한다. 심지어 실성한 사람처럼 창밖만 멍하니 응시해 두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님이 다 차서 어차피 누군가 옆자리에 앉아야 할 때는 ‘보통 사람’이 오기를 기대한다. 피하고 싶은 사람 1순위는 술에 취한 사람부터 뚱뚱하거나 지저분한 사람이다. 수다쟁이도 기피 대상이다. 자리선택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추정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좌석을 선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쪽 벽에 기대어 차 안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은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고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다. 출입문 쪽에 앉은 사람은 주위와 타협하지 않은 강한 성격이거나, 정반대로 극히 내성적이 사람일 수 있다. 손잡이 링을 잡는 대신 끈 자체를 잡는 사람이 있다. 다소 신경질 적이거나 고집이 센 사람이다. 매사를 자신이 리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반면, 링에 다섯 손가락을 거는 사람이 있다. 욕망을 조절하는데 익숙하고 ‘플라토닉 러브’를 추구하는 금욕 형이다.

 

 전철은 해프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한 남자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철에 오른다. 서서 가는데 마침 자리가 났다. 앉으려고 하는데 어떤 여성이 달려와 ‘날름’ 앉아버리고 만다. ‘자기만 피곤한가?’하다가 ‘얼마나 피곤하면 저리도 염치불구하고 앉을까?’하고는 마음을 접었다. 슬쩍 내려다보니 상당한 미인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심취하는데 앞에 앉은 여성이 자꾸 쳐다본다. ‘자리를 차지한 것이 미안해서 그러나?’하는데 부담스러울 만큼 자꾸 쳐다본다. ‘혹시 아는 사람?’ 눈이 마주쳐 ‘살짝’ 미소를 짓는데 여성이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더니 문자를 입력하여 사나이 앞에 내어민다.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아저씨, 지퍼 열렸어요.” 사나이는 가방으로 앞을 가린 채 도망치듯 전철을 내렸다나.

 

 그러고 보면 작은 전철 안에도 인생이 숨어있다. 밝은 얼굴로 타고내리는 사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사람,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사람들, 주위를 의식하지 않은 채 큰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사람, 산뜻한 신사, 상큼한 숙녀, 아이들, 노인들, 남루한 옷을 걸친 사람, 술에 취한 사람, 바쁜 사람, 한가한 사람. 사람들의 심리에 관계없이 인생열차는 달린다. 그러다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모두가 내려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저만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나의 참 이웃이요,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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