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33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mw_20110624051407_22.jpg

 

장애인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랑의 캠프”가 막을 올렸다. 동부에 있는 밀알선교단이 연합하여 개최하는 사랑의 캠프는 금년으로 19회 째를 맞이한다. 필라델피아 밀알 단장으로 와서 어느새 아홉 번째 참석하고 있으니 실로 세월이 유수이다. 장애인들은 나들이를 좋아한다. 소일거리도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기에 차를 타고 외출하는 것을 너무도 행복해 한다. 사랑의 캠프는 미주 동부 전역에 흩어져 지내던 밀알단원들이 먼 길을 달려와 하나가 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사람은 같은 성향의 사람을 만날 때에 가장 편안해 한다. 캠프에서 또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을 만나며 삶을 돌아보게 되고 회복을 경험하는 것이다.

캠프 장소에 들어서자 “목사님, 반가워요” 외치는 소리들이 있다. 타지역 밀알 장애인이다. 장애아동들도 다가온다. 다정하게 ‘허그’를 하며 캠프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금년 캠프 강사로 워싱톤 지구촌 교회를 담임하시는 김만풍 목사님이 초대되었다. 개회예배 설교 중에 “5살 나이에 천연두를 앓으며 안면에 흠집이 생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 아픔까지도 쓰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다.”고 외치시는 목사님이 너무도 멋져보였다.

예배 후 이어진 “환영의 밤” 순서는 내가 직접 기타를 치며 진행하였다. 가곡 “별”을 함께 부르며 어린 시절, 여름날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헤아리던 은하수를 추억했다. 이어 등장한 “이준수 목사님.” 그는 금번 캠프를 위해 로스엔젤레스에서 날아왔다. 이 목사님은 모태에서 태어나는 순간에 문제가 생겨 “뇌성마비 장애인”(뇌병변)이 되었다. 그는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한시도 조용히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흔든다. 그런데도 건강한 사람보다 더 활기찬 생을 살아왔다. 중증 장애의 몸으로 그는 불가능 앞에 도전하여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유수한 대학에 석사과정을 거쳐 목사안수를 받는 과정에 이른다.

2000년에는 채팅으로 만난 미모의 여대생과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혼에 골인하는 쾌거를 이룬다. 장애인의 결혼이 얼마나 힘든가는 장애인이 아니면 상상이 안간다. 지금은 쌍둥이 남매를 둔 의젓한 가장의 자리에 서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제 앞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뭐하나 편하고 쉬운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땀과 노력과 눈물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좌절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치열한 도전과 극복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무수한 역경과 환난 속에서도 지금까지 저를 인도하시고 ‘이김을 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너무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이 목사님의 간증에 첫날부터 감동의 파도가 청중들을 덮어갔다. 이제 그는 더 큰 꿈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흔들리는 몸을 바로 잡아가며 자꾸만 옆으로 제껴지는 고개를 왼손으로 받치고는 그는 격정적인 간증을 이어갔다. “장애는 하나님이 제게 주신 최고의 달란트입니다.” 그의 마지막 멘트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간증이 끝나고 다시 사회를 이어가며 내가 한말은 “너무 부끄럽네요.”라는 말이었다. 극한 장애를 가지고도 긍정적일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이 목사님의 모습을 보며 정말 부끄러웠다. 이어 ‘장성규 형제’가 무대에 올랐다. 태어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장 형제는 프로 클라리넷 연주자이다. 얼마나 화술이 좋은지 우리 모두는 그가 시작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간증과 클라리넷의 연주는 여름밤 하늘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수놓아 갔다. 그의 장애는 클라리넷의 음율을 타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캠프는 이어져 갔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실로 환경은 환경일 뿐이요, 장애는 장애일 뿐이다. 그 험한 산을 넘어가는 자에게는 놀라운 희락과 감격이 주어지는 것을 그들을 통해 보았다
.


  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352
    Read More
  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100
    Read More
  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821
    Read More
  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408
    Read More
  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380
    Read More
  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957
    Read More
  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215
    Read More
  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400
    Read More
  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104
    Read More
  1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147
    Read More
  11.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448
    Read More
  12.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347
    Read More
  13.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602
    Read More
  14.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5105
    Read More
  15.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157
    Read More
  16.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5050
    Read More
  17.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245
    Read More
  18.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6996
    Read More
  19.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645
    Read More
  20.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559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