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5:14

이민 전설 10/8/2011

조회 수 7042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필라델피아.jpg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신청해 놓았는데 마감날짜가 임박해 오면서 “이번에 안 들어오면 마지막이야.”라는 소리에 마지못해 이민을 오신 분들은 귀족들이다. 신분은 생각도 안하고 아이들을 위해, 보다나은 미래를 꿈꾸며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한 분들이 의외로 많다.

이민전설이 있다. 먼저는 처음 미국에 도착하여 "누구의 픽업을 받느냐?"에 따라 직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학력은 물론이고 한국에서의 직업이나 경력은 일단 접어야 한다. 전문직이나 주재원으로 오지 않은 이상은 살기위해 무엇인가 시작해야만 한다. 그 길잡이 역할을 처음 라이드를 해 주는 사람이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다음 전설은 나를 미국으로 초청해 준 사람과 원수가 된다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전설이다. 왜 그럴까? 기대치가 높아서이다.

어쩌다가 미국에 와서 지내는 나날은 꿀맛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여기저기 관광명소를 구경하며 환상에 젖는다. 꿈에 그리던 미국 땅을 밟고 있는 나 자신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살던 사람이(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미국에 와서 보니 촌티가 ‘확’ 벗겨지고 폼 나게 살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영어로 음식을 시키는 모습이 전에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겨우 전셋집에 살던 사람이 앞뒷뜰에 잔디가 깔린 영화에서나 보던 그림 같은 저택에 살고 있다. 거기다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삐까번쩍’하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부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넌지시 이민의사를 던져본다. “나도 미국에 와서 살고 싶네.” 그런데 반응이 바로 온다. “뭐 그게 어려운 문제인가? 일단 와, 오면 내가 다 책임을 질게.” 자신만만한 가족, 친구, 친척, 학교 선후배의 이 말은 일파만파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가뜩이나 좁디좁은 한국 땅에서 복작거리며 사는 것에 신물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다 도와준다니 이게 웬 횡재인가? 한국으로 돌아가 마음은 ‘싱숭생숭’이다.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국제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니 호언장담은 여전하다. ‘부랴부랴’ 수속을 밟고 비자를 받아 이민 길에 오른다.

문제는 드디어 도착한 미국은 전에 관광차 들렀던 그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냉혹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살아야하는 현실의 찬바람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한국에서 전혀 안 해 보던 일을 힘겹게 감당해야 하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던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너스레를 떤다. 그가 소유한 집부터 차와 모든 것들이 다 융자(빚)로 지탱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앞이 노래진다. 결정하고 온 것은 당사자이면서도 “오라고 해놓고 나 몰라라 해”하며 미국에 오도록 다리를 놓아준 사람과 등지게 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가장 힘겨운 것은 신분문제이다. 너무나 쉽게 나올 줄 알았던 “영주권”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소식이 감감하다. 신분문제가 해결 안 되어 오늘도 불안한 마음으로 이민의 삶을 이어가는 분들이 이 땅에는 의외로 많이 있다. 그렇게 잘하는 한국말을 뒤로 두고 안 되는 영어로 삶의 현장을 누벼야하는 애환을 누가 알랴! 아이들이라도 최선을 다해주면 좋으련만 부모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는 짓만 계속해 대는 아이들이 야속하기 그지없다.

미국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기까지는 많은 아픔과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상낙원이라는 미국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격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날, 행복한 날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347
    Read More
  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090
    Read More
  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818
    Read More
  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403
    Read More
  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373
    Read More
  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955
    Read More
  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209
    Read More
  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397
    Read More
  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098
    Read More
  1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140
    Read More
  11.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433
    Read More
  12.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346
    Read More
  13.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600
    Read More
  14.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5100
    Read More
  15.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152
    Read More
  16.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5043
    Read More
  17.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237
    Read More
  18.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6993
    Read More
  19.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634
    Read More
  20.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5594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