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59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리를듣지못하는여동생-1.jpg

 

언젠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한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동생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견디기 힘든 시간이 많았다.”는 고백부터 “그 여동생을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질 때가 많다.”고 하였다. 필자는 장애인이다. 이렇게 말하면 남녀차별적인 발언이라 할지 모르지만 같은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성별에 따라 장애를 견뎌내는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볼 때에 남자 장애인들은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견디어 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약한 여인에게 장애는 너무나 버거운 멍에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 장애인 여동생을 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여동생의 정신적 지주였고 인간지팡이로 살았다. 그런데 그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두고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동생은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지금은 집에서 너무나 적은 월급이지만 재택으로 컴퓨터 워드입력 일을 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 출근을 하고나면 여동생만이 홀로 집에 남겨져야만 한다. 그 사실이 군 입대를 앞둔 오빠의 마음을 짓눌러 온다. 어디서 배웠는지 여동생은 언제부터인가 담배를 피운다. 몸도 약한 아이가 담배까지 피우는 것이 오빠로서는 너무 안타까웠다. 완강하게 야단을 치고 담배를 끊게 하려고도 했지만 ‘얼마나 답답하면 피울까?’하는 생각이 들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어린 시절 명절을 쇠느라 시골에 갔다 오다가 사고가 났다. 차에는 온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여동생만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명치 아래로 신경이 죽어서 휠체어 생활이 시작되었고 그날부터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 남학생에게 호감을 가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청년은 여동생을 그냥 호기심, 동정심 이런 걸로 관심을 보였을 뿐이라는 사실과 그 청년이 다른 자매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면서 많은 실망에 휩싸이게 된다. 내성적이고 감성적인 그녀는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장애인들도 이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오빠는 고백한다.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장애인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못내 수치스러웠다고, 장애인 동생이 있는 것을 알고 수군거리는 친구들이 못마땅했고 이상한 질문과 소문을 내는 아이들과 싸운 적도 많이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면 방에 들어 앉아 인기척도 안내는 동생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장애를 가진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여동생이 그래서 더 불쌍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사는 길은 하나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집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새 세상이 열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힘이 들고 많은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가 힘들겠지만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이 “밀알선교단”이다. 미주 밀알도 그렇지만 한국에 가보니 수십년 집안에서만 살고 있던 많은 장애인들을 밀알선교단으로 이끌어내며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놀라운 사례들이 즐비하다.

장애인을 가족이 품고 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장애인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가족 이상으로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가슴 따뜻한 분들을 만나야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것이다. 달걀은 그냥 놓아두면 언제까지만 달걀로 끝난다. 하지만 어미 닭이 21일을 품으면 달걀은 병아리로 변한다. 병아리로 태어날 때에도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가 스스로 해야만 한다. 장애의 무게가 버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도전과 모험을 감당하는 분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축복이 예비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여동생을 사랑하는 오빠를 위로하고 싶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천사들이 도처에 살고 있노라고.


  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292
    Read More
  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005
    Read More
  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784
    Read More
  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365
    Read More
  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294
    Read More
  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862
    Read More
  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144
    Read More
  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307
    Read More
  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050
    Read More
  1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087
    Read More
  11.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380
    Read More
  12.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286
    Read More
  13.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530
    Read More
  14.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4997
    Read More
  15.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090
    Read More
  16.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4931
    Read More
  17.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193
    Read More
  18.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6928
    Read More
  19.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563
    Read More
  20.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5585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