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2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5780796_orig.jpg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을 했다. 광활하지만 아름다운 그곳. 호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미 들떠있었다. 시드니는 초가을의 숨결로 나를 반겼다. 드높은 코발트색 하늘, 필라델피아를 능가하는 깊은 숲,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호주임을 실감하게 했다. 호주 밀알선교단 단장인 정영화 목사님의 미소와 간사님의 밝은 인사가 앞으로의 일정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시드니의 가슴에 안기며 그동안에 피곤을 잊었다.

처음 공항에서 차에 오르면서 저으기 당황을 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본에 갔을때에도 경험했던 것이지만 차가 왼쪽도로로 달린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습관은 무서운 것인가 보다. 한 주간 도로를 다니면서 상대방차가 치고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과 ‘차가 왜 왼쪽도로로 달리지?’하는 의아함이 들어 순간순간 작은 비명을 질러야만하였다.

호주 선교사로 파송되어 어느새 16년간 사역하고 있는 30년 지기 황운고 목사를 만나고 어느새 커버린 자녀들을 만나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했다. 친구가 마련한 첫 이벤트는 훼리 야경관람이었다. 배위에서 바라본 시드니 시내는 내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시드니의 야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특히 오페라하우스의 자웅은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이튿날 찾아간 “코알라 공원”에서 코알라가 하루 20시간을 숙면하는 존재임을 알았고, 방목되어 길러지는 캥거루 공원에 빵을 들고 들어서자 캥거루 들이 떼를 지어 나에게 다가왔다. 높이 들고 서있는 빵을 먹기 위해 내 가슴을 타고 오르는 캥거루의 몸짓이 앙증스러웠고 당황스러우면서도 행복한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호주는 한반도의 35배의 해당되는 거대한 섬이다. 그러면서도 인구는 2천만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이를 낳으면 즉시 정부에서 5천불을 지원한다는 말에 별천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가는 곳마다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호주의 매력이었다. 내가 호주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김영수 목사는 비치낚시를 준비했고 낚시를 던진 지 몇 분 만에 팔뚝만한 ‘연어’가 달려오는 것을 보며 바다에 모인 낚시꾼들이 놀랄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고 3시간 만에 6마리를 낚는 쾌거를 이루었다.

친구 목사들이 마련해 준 관광스케줄을 따라 호주 곳곳을 누비며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만끽했다. “불루마운틴”은 그랜드캐년과는 또 다른 자태를 드러내며 나를 반겼고 “세 자매의 전설”은 애처로운 마음이 들게 했다. 철도를 타고 들어간 탄광에서 그 옛날 시커먼 석탄을 뒤집어쓰고 일했을 광부들의 애환을 느끼게 하였고 오후에 찾아간 ‘제놀란 동굴’은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솜씨를 느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는 너무나 정돈된 모습의 도시였고 “국회의사당”과 “전쟁기념관”은 호주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애정신이 뛰어난 나라임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6· 25 한국전쟁에 참가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이야기에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나라임을 깨달았다.

수요일은 김영수 목사가 시무하는 “다민족 선교중앙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주에서의 첫 설교였다. 주일(15일)에는 호주 한인교회 중에 가장 크다는 “새순교회”에서 설교를 하게 되었다. 무려 3천명이 모이는 교회였다. 시간마다 드넓은 예배당을 채우는 성도들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1부 예배로 시작하여 2, 3부를 연속으로 설교를 했다. 그동안 기도한대로 성령의 강력한 역사가 임했고 곳곳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며 미말의 종을 귀히 사용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오후에는 친구 황운고 목사가 섬기는 “동행교회”에서 설교를 하며 실로 호주 땅에 온 보람과 사명을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꿈같은 한주간의 호주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호주의 풍치는 미국 동부였고 날씨는 서부와 같았다. 평온하면서도 넓디넓은 호주를 “늪과 같다”고 표현하는 친구의 고백이 실감이 났다. 역시 세계는 넓고 어디를 가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시드니의 향수가 가슴을 저민다.


  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288
    Read More
  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001
    Read More
  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775
    Read More
  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353
    Read More
  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286
    Read More
  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845
    Read More
  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125
    Read More
  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290
    Read More
  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025
    Read More
  1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066
    Read More
  11.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363
    Read More
  12.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268
    Read More
  13.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510
    Read More
  14.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4972
    Read More
  15.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065
    Read More
  16.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4910
    Read More
  17.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172
    Read More
  18.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6923
    Read More
  19.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558
    Read More
  20.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558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