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일곱고개 6/17/2012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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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역시 결혼의 계절인가보다.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세상을 살면서 “결혼”처럼 황홀한 일도 드물 것이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그날은 오직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결혼식처럼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모든 면이 잘 맞아서 별 갈등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은 작은 고개로 시작하여 상상하지 못했던 고비를 넘나들며 한 평생을 엮어간다.

지갑 속에 항상 아내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사나이가 있었다. 주위에서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면 항상 사진을 지참하고 다닐까?’ 부러워했다. 내막은 그것이 아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사진을 꺼내보며 사나이는 되뇌인다나. “아내보다 더 심각한 일이 있을라구.” 아내 버전도 있다. 아내도 큰일이 닥칠 때마다 남편의 사진을 꺼내본다. “어떤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남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고민하고 있던 답답한 일도 모두 괜찮아집니다. 아무려면 어제 카드 긁고 온 남편보다야 더하겠어요.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이 아니겠습니까?”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부부는 평생 일곱 고개를 넘어간다고 한다. 첫째 고개는 “환상의 고개”이다. 소위 ‘허니문이’라고 하는 신혼을 거쳐 3년쯤 걸려 넘는 고개로 ‘결혼은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시기이다. 갖가지 어려움을 비몽사몽간에 웃고 울며 넘는 눈물고개이다. 사실 가장 달콤해 보이지만 이때에 이혼율이 가장 높다. 그만큼 현대 젊은이들은 인내심이 부족한 모양이다. 둘째 고개는 “타협의 고개”이다. 신혼의 달콤함이 완전히 끝나고 결혼 3-7년 동안에 넘어가는 고개이다. 상대방의 단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실망을 하게 되고 그래서 많이도 갈등하고 힘들어하며 넘어가는 고개이다. 싸움을 가장 많이 하고 포기하려고 하다가 다시 삶을 추스르며 타협을 시도하는 시기이다. 위험한 권태기를 넘는 진땀 고개라고나 할까?

셋째 고개는 “투쟁의 고개”이다. 결혼 후 7-10년을 사는 동안 진짜 상대방을 알고 난 다음 아내나 남편이 자기 자신과 투쟁하면서 상대를 포용하는 현기증 나는 비몽 고개이다. 넷째 고개는 “결단의 고개”이다. 결혼 후 10-15년이 지나가면 아이들도 청소년이 되어가고 부부사이와 자녀들과의 관계가 정리되고 굳어가기 시작한다. 서로의 직감이 발달하고 눈짓만 보아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다. 따라서 내칠것은 내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보조를 맞춰가는 돌고 도는 헛바퀴 고개이다.

다섯째 고개는 “따로의 고개”이다. 결혼 후 15-20년이 되면 결혼생활은 완전한 패턴을 형성한다. 하나가 되어 다정한 친구처럼 살아가든지 아니면 무늬만 부부가 되어 함께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부가 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자기 삶을 체념하며 넘는 아리랑 고개라고나 할까? 여섯째 고개는 “통일의 고개”이다. 결혼생활 20년이 넘어가면 대부분의 모습에서 교통정리가 끝나고 부부로서의 완숙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모든 것을 서로 덮고 새로운 헌신과 책임을 가지고 상대방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며 사는 내리막 고개인 것이다.

일곱째 고개는 “자유의 고개”이다. 원숙의 단계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때서야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 2의 신혼이 시작되는 시기가 이때부터이다. 부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상대가 자꾸 측은해지기 시작하는 고개이다.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당신을 만나서 너무 행복해!”라고 고백하게 되는 천당고개인 셈이다.

부부는 신비하다. 신비하기에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다. 부부가 행복을 경험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일곱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 고개를 넘어 거기까지 오셨다. 고개를 오르려면 숨이 턱에 차오르고 힘이 든다. 하지만 고갯마루에 서면 그동안 고생한 것이 잊혀지고 새롭게 고개를 오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금 어느 고개를 넘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