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0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추억여행.jpg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을 둘춰보고 추억의 노래를 듣는다. 결국 나이가 들면 추억이 비타민처럼 삶의 활력을 돋구워 주는 것 같다. 설레임과 기대- 그것은 사람이 평생 포기하지 못하는 에너지인 것이다. 그 에너지가 모여 누구나 즐거움이라는 마법에 걸려드는 것 같다.

 

 양평 강상에서 갑자기 경찰 아버지가 전근을 가신 곳은 양수리에서도 더 깊이 들어가는 서

종 ‘문호리’였다. 지금이야 경춘 고속화도로가 지나가고 양수리까지 전철이 놓여있지만 그 때 ‘서종’은 멀고먼 시골이었다. 북한강 언덕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돌아가는 도로를 한참을 달려 작은 마을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시작된 내 3학년 2학기는 참 외롭고 버거웠다. 4학년에 올라가며 내 삶의 빛으로 찾아온 것은 서울에서 부임해온 미모의 여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좋아 문예반에 들어갔고, 그렇게 글 쓰는 훈련을 받으며 내 어린 날은 풍요로워갔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양평군내 “글짓기대회”를 앞두고 문예반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은 오직 각 학년에 1명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5학년 대표로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다. 서운하게도 대회당일 인솔자는 다른 남자 선생님이었다. 새벽에 출발하여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탄 끝에 “양평초등학교”에 당도하게 되었다. 당일 글짓기대회에서 출제된 시어(詩語)는 “감”이었다. 내 가슴 가득히 들어있던 감성을 쏟아내어 나는 당당히 “특선”에 영예를 안게 된다.

 

 금박 봉황이 그려진 “특선 상장”과 아울러 부상으로 24색 “왕자파스”(크레파스)가 주어졌다. “이 순경 아들”은 그렇게 영웅이 되었고 상을 받던 그 환희의 순간은 노년이 되어가는 내 기억 속에 에너지로 살아있다. 얼마 후, 서울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는 내게 ‘하모니카’를 선물해 주셨다. 교본을 들여다보며 연습에 열을 올렸고 실력이 향상될 즈음 곧잘 뒷산 바위에 걸터앉아 하모니카를 불어 제꼈다. 소나무 숲을 타고 흐르는 하모니카 선율에 세상이 다 내 것이 된 것만 같았다. 하모니카는 내가 만난 첫 악기였고 외로울 때 유일한 내 친구였다.

 

 내 생애에서 첫 번째 만난 관문은 “중학교 입학시험”이었다. 서울아이들은 무시험으로 들어가던 그때에 우리는 시험을 쳐서 중학교 문을 노크해야했다. 시험 발표가 있던 날,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합격자 발표를 보기위해 모여들었다. 드디어 학교 급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벽에 올라 두루마리를 풀어 붙이기 시작한다. 그때의 긴장감은 실로 오금을 저리게 했다. 우리 학교는 묘하게도 등수대로 이름을 적어 발표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내 이름 석자 “李載哲”이 7번째로 붙어있었다. 소리를 질렀다. 함께 간 엄마와 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축하 해 주었다.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아버지는 자전거 한 대를 선물해 주셨다. 청색 “무궁화 자전거”를 만나는 순간 나는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어설프던 자전거 실력은 자가용(?)이 생기면서 급작스럽게 성장해 갔고, 부실한 다리는 자전거에 올라앉으면 겁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만난 자전거는 양평시내를 내 안방(?)으로 만들었다. 시내를 가로질러 양평대교에 이르면 친구들과 소리를 지르며 거침없이 다리를 가로질러 다녔다. 지금도 한국에 가면 한번쯤은 시간을 내어 양평을 찾아가 중학교 시절에 자전거를 타고 누비던 그 거리에 서서 추억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고교시절에는 서울에서 임진각까지 주파를 했고, 장애는 자전거로 인해 날개를 달았다.

 

 서울에서 목회를 할 때에 주차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전거는 기동성 있는 목회 도구였다. 특히 새벽예배를 인도할 때에 그 유용성이 뛰어났다. 누구나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인생의 황홀한 순간이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진 한 장”쯤은 누구의 가슴에나 있다. 자꾸 멀어져만 가는 추억에 손짓을 하고 싶은 봄날이다.


  1.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바람이 분다. 얼굴에 머물 것 같던 바람은 이내 머리칼을 흔들고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계절을 후각으로 느낀다. 봄은 뒷곁에 쌓아놓은 솔가지를 말리며 흘러들었다. 향긋하게 파고드는 솔 향이 짙어지면 기분 좋은 현기증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게 했다. ...
    Views53314
    Read More
  2.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한국 사람의 언어 중에 독특한 단어가 “우리”이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로부터 심지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 한다. 외국사람들이 처음 들으면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아내(남편)가 저리도 ...
    Views53916
    Read More
  3.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소리

    새날이 밝았다. 창가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싱그럽다. 단잠으로 쉼을 누리고 맞이하는 새아침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가정들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등교해야 할 아이를 잠자리에서 깨...
    Views54642
    Read More
  4. 노인의 3苦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
    Views55079
    Read More
  5. 미라클 벨리에

    이 영화의 스크린이 열리면 주인공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扮)가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을 달린다. 분홍색 헤드폰이 인상적이다. 16세 소녀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다. 젊음의 강점은 바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이...
    Views52594
    Read More
  6. 신부 입장!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
    Views53555
    Read More
  7.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목사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하는 어느 목사님이 선교지 방문차 태국에 가게 되었다. 현지에서 선교사님을 따라 시내 관광을 하는 중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보니 코끼리가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
    Views53835
    Read More
  8. 독방 체험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쇠창살만 없지 영락없는 교도소다. 5㎡(1.5평) 남짓한 독방 28개가 복도를 마주...
    Views55359
    Read More
  9. 신실한 봉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유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에 한국의 고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따라서 인격이나 인간관계, 감성은 뒷전이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가 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그...
    Views53187
    Read More
  10. 버려진 아이들

    세상은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둠 진 곳에서는 가정에서 버려져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경호”는 17살이다. 부모는 3살 때에 이혼을 했다. 이후 경호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경호 아버지는 공장에서 사고를 당...
    Views51586
    Read More
  11. 바뀌어 가는 것들, 그리고…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Views50669
    Read More
  12. 두려움을 넘어가는 신비

    사람이 살면서 평생 풀어야 할 문제가 두려움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목을 놓아(?) 운다. 어렵게 태어났는데 나오자마자 웃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울면서 인생을 시작한다. 왜 그럴까?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인생은 한날도 편안히 ...
    Views54138
    Read More
  13. 결혼 상대자로 장애인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인생의 3분지 1은 혼자서 산다. 3분지 2는 둘이서 살아야 한다. 혼자 살 때는 가끔 외로울 때가 있긴 하지만 자유로워서 좋다. 그러나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혼자서는 잘 살아가지 못하도록 창조하셨다. 반드시 남자와 여자가 연합하여 Life Story를 엮...
    Views59585
    Read More
  14. 만남이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있다면 “만남”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잘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관계를 잘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도, 지식과 교양이 높아도 관계를 ...
    Views53303
    Read More
  15. 가족 사진

    “옥한흠 목사님”(사랑의 교회 원로)이 세상을 떠나 하관예배가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옥 목사의 차남 ‘승훈’씨가 “아버지의 관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동석한 1,000여명의 성도들은 저으기 당황했다. 집...
    Views60746
    Read More
  16. 행복을 주는 사람

    사람이 살면서 사람을 통해 감동을 받는 것처럼 행복하고 흥분되는 일은 없다.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나를 감동시킨 분은 “박윤선 박사님”이셨다. 풋풋한 인상의 교수님은 웃으시면 약간 입이 비뚤어지셨다. 그 옛날 “웨스트민스터&rdq...
    Views56177
    Read More
  17. 까까 사먹어라!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나는 포천 고향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너무도 쉽게 가는 길이지만 그때만 해도 비포장 자갈길을 ‘덜컹’거리며 버스로 2시간은 족히 달려야했다. 때문에 승객들은 거의 차멀미에 시달렸다. 버스에는 항상 차멀미하는 사람...
    Views65460
    Read More
  18. 아, 밀알 30년!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밀알 하나가 심기어져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자라나 30년을 맞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밀밭의 꿈이 세월의 한 Term을 돌아가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했다. 그것도 화려한 사역이 아니라 가...
    Views56266
    Read More
  19. 뒷담화의 달콤함

    갑자기 귀가 가려울 때가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누가 내말을 하나?”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은 영적 존재이기에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일찍이 나의 장인이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다. “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군가...
    Views56791
    Read More
  20. 깨어나십시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깨어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않은 인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을 가는 사람과 같다. 그러니까 평생을 헤매 일 수밖에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눈이 떠진다. 인생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Views585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