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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png

 

 

밀알선교단 모임에서 “당장 죽음이 가까워 온다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로 대화의 광장을 열었다. 희한한 질문에 장애인들 대부분은 “짜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철이 나려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야한단다. 첫째는 명절이 기다려지지 말아야 하고, 둘째는 명절이 되어도 담담해야하며, 셋째는 짜장면이 싫어져야 한다나.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나를 돌아보았다. 어느 순간인가? 명절에 대해 초연해 졌고, 명절이 와도 오히려 번거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단계에 다다랐다.

 

그런데 짜장면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짜장면은 여전히 사무치게(?) 좋다. 삼단 논법을 펼쳐보면 “짜장면을 좋아하면 아직 철이 안 난 것이다. 나는 짜장면이 좋다. 고로 나는 아직 철이 안 났다?” 우리세대에는 특별한 날이 되어야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다. 요사이 한국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짜장면집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먹던 그 맛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별로 먹을 것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진짜 요리사들이 뛰어나서인지, 짜장면 맛이 기가 막혔다.

 

특별히 그때는 면을 손으로 뽑아내었다. 그래서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이 중국집(‘중화요리’ 집에 준말)에서 짜장면 배달을 하며 면 뽑는 기술을 배우곤 했다. 그 기술을 익히느라 2-3년을 궂은 일만하다가 겨우 기술을 배워 주방에서 일하게 되는데 그것도 지원한 모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었다. 지금은 ‘수타면’(手打麵)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어린 시절 면을 뽑아내는 장면은 처음 목격할 때에 신기함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마술 중에 마술이었다. 커다란 몽둥이처럼 생겼던 밀가루 반죽이 어느 순간 가늘어지고 가늘어져서 주방장 아저씨의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여린 국수 줄기로 뽑아져 나오는 광경은 입을 못 다물게 했다.

 

20대 초반, 나는 자라난 홍릉교회의 어린이 성가대 지휘자로 임명받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내가 기우뚱한 뒷모습을 보이며 지휘를 한다는 것은 결단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전도사님의 설득을 이기지 못해 어린이 성가대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어린이 성가대”라고 하니 글을 읽는 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20대인 내가 “어린이성가대”에 쏟았던 열정과 집중력은 지금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였다. 우선 한 달에 한번 마지막 월요일은 기도회로 모였다.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들. 겨우 30명. 그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인지(70년대 중반) 아이들도 키가 지금 아이들처럼 크지도 않았다.

 

처음 기도회로 모였을 때에는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다. 통성기도를 시켜놓으면 나 혼자 기도를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달이 지나가며 아이들은 변해갔다. 어느 순간, 그 어린 아이들이 눈물과 콧물을 유년부실 마루 바닥에 흘려가며 기도하는 열정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때 난 성령의 역사를 보았다. 하나님은 순수한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심을 그때 체험하였다. 기도회가 끝나고 나면 함께 저녁 먹는 시간을 가진다. 교회 앞에 일렬로 줄을 세우고 팔을 힘껏 저으며 우리는 간다. 짜장면 집으로!

 

짜장면이 나오는 동안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성가대 연습에 임한 아이들에게 상품을 준다. 드디어 짜장면이 나오면 마냥 행복 해 하며 먹던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걔중에 몇몇 남자 아이들은 얼마나 먹성이 좋았던지 남들이 먹다 남겨 놓은 것까지 깨끗이 먹어버렸다. 지금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입가에 묻은 짜장면의 흔적을 보며 우리는 또 한 번 웃었고 그렇게 짜장면을 먹으며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해 동평양 노회 성가경연대회에서 2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도와 짜장면의 힘이었다.

 

그때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이제는 40대 중반의 엄마, 아빠가 되어 있고 가장 개구졌던 ‘동국’이가 러시아 선교사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한국에서 목회 할 때 박동국 선교사가 내가서는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 온 성도들이 은혜 받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남이 남긴 짜장면까지 먹어 치우던 장면이 생각나서 설교를 들으며 혼자 몰래 웃었다. 짜장면은 우리의 추억이다. 짜장면 한그릇 드실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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