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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베개.jpg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를 다한다. 가슴이 넓은 신랑은 그 신부가 마냥 예쁘기만 하다. 해가 바뀌어 어여쁜 딸이 태어나고 가문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런데 갑자기 영장이 날라오고 신랑은 군대에 입대를 한다. 군대에 소집된 신랑이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내가 신혼이라고 집에 가서 하룻밤 쉬었다가 오라네.”

 

생이별을 할 뻔 했던 부부는 그렇게 꿈같은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된다. 신부는 시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쩔 줄 모르는데 신랑은 “자꾸 방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보챈다. 다시 군대에 들어가야 하는 신랑과 그를 보내야 하는 신부는 그렇게 만리장성을 쌓는다. 한참이 지나야 볼 수 있기에 신랑은 신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토닥’여 준다. 그 와중에도 신부는 피곤했던지 잠이 쏟아졌고 이내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새벽녘 신부가 눈을 떠보니 신랑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랑이 신부에게 핀잔 섞인 한마디를 한다. “니, 우째 잠이 오노?” 신부는 쑥스러워 신랑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아침을 먹고 먼 길을 떠나가는 신랑을 향해 귀여운 딸과 함께 두 손을 흔들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군대생활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영영 마지막 길이 될 줄이야! 신랑이 군대에 간지 석달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전쟁 통이었던 시절. 신랑의 전사통지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랑의 “니, 우째 잠이 오노?”라는 한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신랑이 군대 가기 전날 밤에 ‘쿨쿨’ 잠만 잤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미워서 울다가 기절을 하고 만다.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못나보이던지?

 

겨우 3년의 신혼을 뒤로하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아빠가 군대에 갈 때 아장아장 걷던 딸이 내년이면 예순에 접어든다.그때 그 신부는 이제 8순의 나이가 된 것이다. 장성해 버린 손주들, 그리고 증손주들을 바라보며 꿋꿋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할머니는 기도를 드리다가 하늘나라에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많이 그리웠지요? 얼마 있지 않으면 내가 당신 곁으로 가리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구려!” 기구한 생을 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 졌다.

 

사람마다 사연도 많고 역경도 많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그런데 겪어야 하는 시간은 길기도 길다. 어느 교회보다 긴 시간동안 주일마다 설교를 하며 강단을 지켰다. 주일 아침에 그 교회를 찾아가는 것은 내 삶의 기쁨이요, 보람이었다. 말씀을 증거 하다 보면 성도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행복하다. 아마 그것은 나뿐 아니라 목회를 하는 모든 목사님들이 느끼는 행복일 것이다. 목회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강단을 섬기며 한 주간 힘들게 살아온 성도들이 말씀을 통하여 위로와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며 목회의 시름을 잊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주일이던가? 예배 시간마다 표정이 우울한 한 자매가 다가왔다. 대화 중에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목사님, 저는 몸도 너무 아프고 사는 것이 고달파서 주님께 ‘빨리 나를 데려가 달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버쩍’ 났다. 그 자매의 한마디는 나를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모든 성도들이 말씀에 은혜를 받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던 나를 겸손의 골짜기로 데려간 것이다. “자매님,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마세요.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절망 속에 허덕이는 성도를 온전히 끌어올리지 못한 내 나약한 영성에 깊은 자책감을 느꼈다.

 

사람마다 사연을 안고 인생을 산다. 특별히 먼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복잡다단한 아픔을 안고 오늘 하루를 살고 있다.신혼에 남편을 떠나보내고도 딸 하나를 귀하게 키운 한 인생을 바라보며 삶은 진정 풀어야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할 신비인 것을 깨닫는다. 살자. 힘써 살자! 깊어가는 가을처럼 인생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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