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3:14

나도 아프다 8/25/2010

조회 수 150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8930816_orig.jpg

 

 

세상을 사는 것은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는 여정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한국에는 여름이면 장마철이 찾아온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는 우기(雨期)가 그렇게 미웠다. 어느 날,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오른손을 내어 밀어 비를 받아본다. 자그마한 손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세미한 간지럼을 느끼게 한다. 손을 오그려 빗물을 모아본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기울여 고인 빗물을 쏟아 낸다. 다시 두 손을 내어민다. 두 손을 모으니 손안에 제법 빗물이 듬뿍 그 양을 더한다. 봉당 흙 위에 빗물을 부어본다. 그러다가 문득 가슴을 파고드는 외로움을 느꼈다.

가뭄이 계속되다가 쏟아지는 비는 사람들의 마음에 시원함을 준다. 농부들에게는 희열을 준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삽을 둘러멘 채 밭으로 향하는 농부의 당당한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맨발에 하얀 고무신은 너무도 멋진 패션이었다. 농부의 가슴에는 뿌듯함이 샘솟았다. 물고를 터주면 논은 모처럼 넉넉한 호흡을 시작할 것이다. 밭에 곡식들은 모처럼 물줄기를 들이마시며 장차 맺어갈 열매의 꿈을 꿀 것이다. 그때야 다들 깨닫는다. 비님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를!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말을 한다. 날씨가 화창하면 “오늘 날이 참 좋네”하고 비가 쏟아지면 “날씨가 아주 안 좋으네”라고 말이다. 비는 꼭 필요하다. 비가 안 오면 세상은 말라붙어 삭막한 그림을 연출해 낼 것이다. 그러니 비가 오는 것은 너무도 좋은 일이다. 옛말에도 “비가 온 후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단단해 지려면 비가 와야 한다. 비오는 날이 있기에 개인 날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참 인생의 맛”을 알려면 비를 맞아보아야 한다. 아니 빗물 같은 눈물을 흘려보아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다. 인생의 단맛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성공의 단 열매를 얻으려 한다. 아니다. 눈물을 많이 흘린 사람이 시인이 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만이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아픔은 귀한 것이다.

사람들은 아파하지 않고 열매를 거두려 한다. 그래서 불행은 시작된다. 아파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참맛을 안다. 사춘기였다.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런 넋두리를 한 적이 있었다. ‘왜 나는 재벌가에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는가?’ 정말 그때는 부유하게 사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축복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며 깨닫게 되었다. 이미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자그마한 것에서 행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과연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조건을 사랑하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을 의심해야하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살게 된다. 그것은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가진 것이 없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다행스럽고 커다란 축복이 없다. 내가 아파 할 때에 함께 그 짐을 나눠질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은 누구와 비교해도 아깝지 않은 보화를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한 초보 강도가 담을 넘어 들어가 방에 누워 있는 집 주인에게 “꼼짝 마, 손들어”하고 외쳤다. 겁에 질려 금방 손을 높이 쳐들 줄 알았는데 주인은 손을 들지 않는다. 당황한 강도가 “왜 손을 안 들어. 죽고 싶어?”라고 협박했더니 주인이 하는 말이 “제가 오십 견이어서 손을 들 수가 없네요”라고 대답했다. 집 주인의 말을 들은 강도는 “오십 견이세요? 저도 오십 견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칼을 놓더니 집 주인과 오십 견에 대해 치료 정보를 나누고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아픈 사람의 사람은 아파본 사람만이 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밤중에 어느 교회 목사님 사택에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사람의 마음을 ‘철렁’하게 만든다. 놀란 목사님이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걸죽한 이북사투리 억양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목사님, 지금 몇시오?” 기가 막혔다.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생각을 하며 가만히 보니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의 권사님 목소리였다. 불을 켜고 시계를 쳐다보니 새벽 세시였다. “권사님, 지금 새벽 세시입니다.” “알았소”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목사님은 황당했다. ‘아니, 한밤중에 전화를 해서 단잠을 깨워 시간을 물어보고 끊어버려?’ 다시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다 달아난 것이다. 거기다가 ‘이런 몰상식한 권사가 있나?’하고 분이 올라와 더 잘 수가 없었다.

분을 삭이며 누워있는데 갑자기 성령의 감동이 밀려왔다. “목사야! 너는 그 정도 밖에 안 되니? 그 권사가 시계가 없어 전화를 했겠니? 오늘따라 새벽에 잠이 깼겠지. 문득 외로움이 밀려오는데 누구의 음성이라도 듣고 싶었겠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목사 아니겠니? 그런데 잠을 깨운 것이 그렇게 억울하냐?” 목사님은 일어나 침대머리 맡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제가 그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전화를 건 권사에게는 아들하나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그는 일 년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무심한 아들이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한밤중에 목사 사택에 전화를 걸어 음성을 듣고 싶어 했겠는가? 밤새 권사님을 위해 기도한 목사님은 주일날 권사님을 만나 두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한다. “권사님,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새벽 한시고 세시고 상관없어요. 아무 때나 전화하고 싶으실 때에 하세요. 그리고 예수님이 권사님과 함께 하시잖아요. 이북에서 피난 내려오실 때에 함께하신 예수님이 권사님과 함께 하시잖아요. 힘내세요.” 힘껏 권사님을 안아드렸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 이후에 전화는 한번도 걸려오지 않았다. 이제는 영영 전화가 걸려올 수도 없다. 얼마 전에 권사님은 하늘나라에 가셨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성격이 밝다’고 한다. ‘당당하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 밝음과 당당함은 많은 비를 맞고서야 하나님께로 주어진 선물임을 밝히고 싶다. 절룩거리는 다리가 서러워 많이 울었다. 놀림과 무시를 당하며 많은 날들을 아파했다. 나이가 들수록 장애를 가지고 넘어가기에는 삶의 장벽이 너무도 높고 견고했다. 자살도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이대로 죽기는 억울했다.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어느 날, 깊은 기도 속에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물으셨다. “재철아, 아프냐?” “예, 많이 아파요!” 주님이 말씀하셨다. “나도 아프다” 그 음성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슬퍼서가 아니었다. 예수님, 그분이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자체가 고마워 울었다. 많은 장애
들을 만나며 나도 고백한다. “아프세요, 나도 아파요” 마주 잡은 손끝에 사랑이 흐른다.


  1. 알아차리기  8/4/2011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시작한다. “아니!” 감탄사를 연발하며 새로운 소식에 반응을 한다. 남성들은 선천적으로 뉴스를 너무도 좋아한다. 모임에 갔을때에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Views14381
    Read More
  2. 버려진 노인들 8/4/2011

    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
    Views16260
    Read More
  3. 그 이름 그 사람  8/4/2011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15030
    Read More
  4. 짝 8/4/2011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짝’을 찾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짝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짝을 만나면 등굣길이 가볍다.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하지만 희한한(?) 짝을 만나면 괴...
    Views13983
    Read More
  5. 휠체어  7/7/2011

    휠체어가 한 대 놓여있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거동이 몹시 불편한 분들이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앉으신 분을 처음 보았을 때에 느낌이 떠오른다. 장애를 가지...
    Views15435
    Read More
  6. 깍두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가 “깍두기”이다. 무우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적당히 양념을 버무려놓으면 감칠맛 나는 “깍두기”가 탄생한다. “깍두기”하면 설렁탕이 생각나는 것은 둘이 너무나 궁합이 잘 맞기 때문...
    Views15539
    Read More
  7. 쵸코군!  6/22/2011

    우리 집에는 남자(?)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세 살이고 ‘요크 샤테리아’이다.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 등본처럼 “쵸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
    Views14076
    Read More
  8. 엄마한테 쓰는 편지 6/22/2011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한 일 중에 하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불만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나도 나의 부모님에 대해서 아쉬워하며 살아온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
    Views14756
    Read More
  9. 전신마비 장애인 6/22/2011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주일에 한 가족이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남편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였고 아내는 다소곳한 인상에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병상에 ...
    Views14940
    Read More
  10. 산다는 건 그런거지  5/28/2011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은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
    Views18456
    Read More
  11.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5/28/2011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설퍼서 마음에 안 들고 우습게 보이지만 나도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것은 1991년이었다. 장애인이기에 운...
    Views16221
    Read More
  12. 자녀는 선물이다 5/28/2011

    지금은 장애인사역에 전념하느라 가정 사역은 한켠으로 밀어놓은 상태이지만 가정을 살리는 일처럼 소중한 우선순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내적치유를 인도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가정의 달에 갑자기 뇌리를 스친 사람은 2번이나 자연 유산을 한 30...
    Views14143
    Read More
  13. 지금은 천국에 계시겠지요  5/9/2011

    '공교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에 간 사이에 밀알 가족들 중에 두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아내의 전화를 통해 두 분의 소천소식을 들었을 때에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미 암과 투병 중이셨...
    Views14516
    Read More
  14. 남자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5/9/2011

    통계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8년 정도를 더 장수한다고 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감정표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희노애락의 정서가 있는데 여자들은 그 표현을 아주 자연스럽고도 풍부하게 한다. 반면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어릴 때부터 들어 ...
    Views17713
    Read More
  15. 아! 청계천  4/29/2011

    금번 한국 방문 목적 중에 하나는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장애인의 날 기념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 일이었다. 13일(수) 정오가 가까워오면서 총신대학교 대강당에는 신학생들과 교직원 들이 자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강당에 운집한 학생들의 ...
    Views14132
    Read More
  16. 안동 영명학교  4/29/2011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집회를 인도하며 분주하게 한국에서의 일정을 감당하고 있다. 8일(금) 그리운 한 가족을 향해 안동으로 길을 재촉했다. 한국 밀알 총단장 성경선 목사님은 나를 안동까지 친절하게 라이드 해 주었다. 내가 안동으로 향하는 이유는...
    Views18016
    Read More
  17.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15251
    Read More
  18.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4/5/2011

    금년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지리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아마 금년에는 봄이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올거야!”하는 기대감에 살았다. ‘썸머 타임’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정확히 지...
    Views20337
    Read More
  19. 달빛 3/9/2011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안에 들어서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오늘이 보름이구나!” 크고 둥그런 달이 하늘 중앙에 떠있다. 똑같은 달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그 느낌이 ...
    Views14529
    Read More
  20. 졸업 기념 - 타임캡슐 3/9/2011

    한국은 지금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를 거쳐 요사이는 대학졸업식이 한창이다. 날을 잘 만나면 따스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중에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미국은 가을학기이기에 거의 초여름에 졸업식을 한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
    Views179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Next
/ 21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