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01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삼성화재_안심동행.jpg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설퍼서 마음에 안 들고 우습게 보이지만 나도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것은 1991년이었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을 위해 운전면허 시험장에 장애인 차량을 구비해 놓았다.”는 귀띰을 해 주면서 운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두드리면 금방 나오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을 때였다. 찾고 찾다보니 장애인들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유일한 운전학원이 강서구 김포공항 근처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던 중곡동에서 강서구 운전학원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 이를데 없었다. 일단 버스를 타고 청량리에 나가 전철을 탄다. 시청 앞에서 다시 버스를 이용하여 강서구 운전학원에 도착하려면 족히 세 시간은 넘게 걸렸다. 일주일에 세 번씩 새벽기도를 마치고 운전을 배우러 가는 내 심정은 처음 초등학교를 들어 갈 때처럼 설레였다. 열심히 운전을 배워 강서면허 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어떤 사람은 낙방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합격하여 하도 좋아서 운전면허증만 들여다보고 걷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일화가 나올 정도로 운전면허를 획득하였을 때에 그 감격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이 안 간다. 세상에 모든 것을 가진 정도의 환희가 있다.

문제는 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면허는 땄는데 차가 없으니 운전을 너무도 하고 싶었다. 매일 운전면허증을 가슴에 품고 다니고 나중에는 강대상에 올려놓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다가 차가 생겼다. 중고 싸구려 차였지만 장애인인 내가 운전을 하기 시작한 자체가 감격이었다. 장애가 있는 오른쪽 다리를 집고 힘겹게 다니던 곳을 운전을 하고 다니니 얼마나 편리했는지 모른다. 아직 운전이 서툴면서도 매일 차를 몰고 다녔다. 아내는 겁도 없이 초보운전자인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을 좋아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뻔도 했지만 열심히 운전을 했다. 교인들과 아내는 차 뒤편에 “초보운전”이라는 표지판을 달고 다닐 것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남자가 그런 표지판을 달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다. 처음부터 누가 뭐라든 내 페이스대로 고집스럽게 운전을 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가만히 보니 당시에 한창 “마이카”시대가 시작되어서인지 의외로 많은 초보운전자들이 희한한 표지판을 달고 운전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운전하고 있음” “삼천리 금수강산 무엇이 급하리 목숨은 단하나 밖에 없음” “3시간째 직진 중”부터 “뽀짝 부트지 마세요” “언덕길 시동 잘 꺼짐” “어린이가 타고 있어요” “좌우 백밀러 전혀 안보임” “R아서 P해요”라는 표지판이 있는가 하면 아기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는 “뒤에서 화내지 말아주세요” “왕초보, 밥하고 나왔어요” “남편이 아가와 타고 있어요. 우리 남편 화나면 개됩니다”에 “어제 면허 땄음”까지 가관이었다. 그중에서도 잊혀지지 않은 문구가 바로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이다. 앞에서 ‘알짱’거려 화가 치밀다가도 그 문구를 보며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어느새 운전면허를 딴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국에 와서 다시 운전면허증을 따고 이제는 능수능란하게 운전을 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초보시절이 있었다. 좌우 백밀러를 볼라치면 차가 이리저리 쏠리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능숙해지면 처음 순간을 잊어버린다. 마치 태어나면서 운전을 터득한 것처럼 착각을 하고 산다. 아니다. 누구든 초보부터 시작한다. 그 초보시절에 기본기를 단단히 익혀야 한다. 운전을 하면서 방향등(깜빡이)를 안 넣고 회전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초보시절에 잘못 익혔기 때문이다.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바로 배워야 한다. 아무리 오랜 세월 동안 운전을 했다하더라도 과신하지 말고 나와 타인의 안전을 배려하는 운전기술이 필요하다. 잘하는 운전보다는 “안전한 운전”이 더 중요한 것이다.


  1. 스쳐 지나간 사람들 속에 내 모습이 있다

    인생을 길게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에 만나 긴 세월을 여전히 만나는 사람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 그립고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만남의 형태는 다양하다...
    Views55382
    Read More
  2. 행복을 원하십니까?

    새해가 밝자마자 시카고 집회를 다녀와 보니 어느새 1월 중순이다. 시카고의 겨울이 그렇게 매서울지 몰랐다. 집회를 인도하는 동안 온몸을 움츠리고 이동을 해야만 하였다. 5일 만에 돌아오는 비행기 상공에서 바라본 필라는 온통 하얀색이었다. 내가 없는 ...
    Views58558
    Read More
  3. 2017년 첫 칼럼 "미지의 세계로"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온 ‘붉은 닭띠 해’라며 사람들은 호들갑을 떤다. “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계학으로 보면 혈액형, 고향, 인종, 띠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다. ‘그런 유형...
    Views58574
    Read More
  4. 아름다운 매듭

    실로 격동의 2016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대선을 치르느라 분주했고, 한국은 말을 꺼내기조차 두려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다사다난!”이란 사자성어가 적합한 한해였던 것 같다. 또한 성경 잠언 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Views55247
    Read More
  5. 초심(初心) 지키기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
    Views57423
    Read More
  6.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그런 말은 결코 다시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건만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되뇌이게 된다. 젊음이 오랜 줄 알고 그냥 저냥 지내던 20살 때에 고향 ‘포천’에서 사촌 형님이 오셨다. 우리 집...
    Views59843
    Read More
  7. 비바람 너머 별들은 빛나고 있으니

    부르기만 해도 설레이는 단어가 “결혼”이다. 사랑해서 만나고 영원히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한다. 신혼에 행복하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환상을 꿈꾸며 가정을 꾸미지만 신혼의 단꿈이 사라지고 결혼이 차디찬 현실로 다가 올 때에 부부는 ...
    Views53767
    Read More
  8. 인생을 3D로 살라!

    바야흐로 3D 시대가 열렸다. 3D란 “Three Dimensions, Three Dimensional”의 약자로 수학에서 공간 내에 있는 점 등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축의 개수를 말한다. 평면에 포함된 한 점의 위치를 지정하는 데에는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
    Views57922
    Read More
  9.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56496
    Read More
  10.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1027
    Read More
  11.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55347
    Read More
  12.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55452
    Read More
  13.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57148
    Read More
  14. 태국 & 국왕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
    Views59516
    Read More
  15.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58946
    Read More
  16.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59516
    Read More
  17.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8042
    Read More
  18.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0285
    Read More
  19.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7865
    Read More
  20.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31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