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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4:07

쵸코군!  6/2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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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남자(?)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세 살이고 ‘요크 샤테리아’이다.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 등본처럼 “쵸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우리 가족들은 누구나 눈을 뜨면 “쵸코”부터 찾는다. 그런데 유난히 아내만 강아지를 부를 때에 “쵸코군!”하고 부른다. 강아지에게 “쵸코군!”이라니. 말귀를 알아듣는 듯 “쵸코군!”하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아내를 따라나선다. 강아지도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나보다.

3년 전 겨울이었다. 평소 절친한 고교 선배와 식사를 하는 중에 강아지 이야기가 나왔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는데 두 마리는 사람들에게 주고 한 마리는 한국에 가져다 줄 예정이라는 이야기였다. 평소 강아지를 기르고 싶었던 나는 “그럼 나머지 한 마리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물었다. 선배는 “왜, 이 목사님이 키워보시게?”라고 되물어왔다. 하지만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개를 키워보고 싶어 했지만 아내 때문에 번번히 그 뜻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유난히 호흡기가 약하다. 미세한 먼지에도 기침을 할 정도이다. 아무래도 강아지를 기르면 보이지 않게 털이 날아다닐 것이고 아내의 건강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퇴근을 하자마자 분위기를 잡고 가족들에게 강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강아지를 품에 안은 듯 좋아했다. 하지만 결정권자인 아내는 무반응 무표정이었다. 눈치를 보며 내가 한마디 던졌다. “김 선배 이야기가 이 강아지는 털이 별로 안 빠진다고 하더라구”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를 붙잡고 매어 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는 데 성공을 하게 된다. 어떤 이름을 지을 것인지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쵸콜릿”에 준말이었다. 낯선 환경에 겁을 먹던 쵸코는 서서히 우리 집 분위기에 젖어들며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 어찌나 영리하고 약은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잘못을 저질러 벌을 세울라치면 사람처럼 꼿꼿히 벽에 붙어서서 놀란 눈으로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풀어 놓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장난을 치며 돌아간다. 희한한 것은 먹는 것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것이다. 우리 온가족이 밥을 먹는 시간이나 간식을 먹을 때 그 집중력은 가히 놀랄만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와 눈을 맞추듯이 쵸코는 식구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엇인가 떨어지기를 고대한다. 그것은 처음부터 3년 동안 변함이 없다. 미안할 정도로 눈을 맞추는 쵸코의 열심에 감동을 받게 되었다. 모르고 포도를 주었다가 쵸코에게 이상반응이 와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다. 나중에야 알았다. 요크 사테리아에게 포도는 독약이라는 것을.

강아지를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모 교회에서 설교를 하며 비유로 우리 집 ‘쵸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아내는 나에게 조용한 충고를 해 주었다. “여보, 설교 중에 강아지 이야기는 삼가는 것이 좋겠어요.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 말에 동감을 했다. 이후부터는 설교 중에 절대 강아지 이야기는 안하게 되었고 칼럼을 쓰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오늘 아침 “쵸코군!”하고 부르는 아내의 호칭에 정겨움을 느끼며 용기를 내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 집 네 식구 중에 쵸코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막내이다. 살갑게 대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쵸코는 막내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잠을 자도 그 방에만 들어가 자려한다. 나? 쵸코에게는 별 인기가 없다. 그게 어떨 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강아지를 키우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아내는 쵸코와 많은 말을 나눈다. 개는 대답을 전혀 못하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외로운 사람은 개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도 소중히 여기게 되지 않을까? “쵸코군, 항상 그렇듯이 속없이 행복하게 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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