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8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정.jpg

 

지난 달 19일. 밤 8시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부산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오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급히 출동한 119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3시간 만에 스스로 내려와 큰 화는 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31)는 사라진 아내에 대한 울분 때문에 술을 마시고 다리위에 올라 것으로 밝혀졌다. 35m 다리 밑으로는 바닷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마터면 아까운 생명을 잃을 뻔 했던 것이다.

이 사나이는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다리위로 올라간 것일까? 사연인 즉슨 이렇다. 멀쩡하던 아내가 사라졌다.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밥 먹고 온다.”고 나갔는데 아내는 5일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11년 동안 큰 불화 없이 살아왔는데 아내는 갑자기 사라져 소식을 끊어버린 것이다. 주위에 이웃들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보아도 특별한 문제나 정황이 포착되질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가족이 흔들거렸다. 35m 다리 위에 올라가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살소동까지 벌였는데 아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그의 아내를 찾아내었다. 아내의 반응은 싸늘했다. “절대로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곁으로 가기는 죽기보다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남편이 자신을 너무 속박했다.”는 것이다. “아이들 키우라.”고 집에만 있게 하고 어쩌다 일을 하러 나가면 계속 전화를 해 대고 술만 먹으면 “나가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집을 나오니 간섭도 안 받고 마음도 후련하단다. “혼자 사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이제는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내 스스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 사정을 조금 더 파고들어 가보았다. 18살 고등학교 때 남편을 만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어린나이에 가정을 꾸미고 오직 남편이 하라는 대로만 살았다고 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정작 그녀 자신을 잃었다. 모진 엄마가 되더라도 이제부터는 자신을 찾고 싶다고 한다. 이미 깊어 질대로 깊어진 그녀의 상처는 치유되기가 힘들듯 싶다. 남편이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결혼하고 처음 쓰는 편지이다. 아내와 엄마로 살아준 게 얼마나 고마운지.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솔직한 마음을 편지에 담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아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35m 다리에 서고 보니 외롭고 절박했던 심정을 알 것 같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상황은 원래자리로 돌려놓기에는 이미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넌 것 같다.

부부관계에 있어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상대방을 일종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부부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기에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여자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만을 강요당하기 일쑤이고 개인으로서의 인격이나 삶을 철저하게 통제당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한 해 10만 명 이상의 주부가 가출을 한다고 한다. 주부 가출의 주된 원인은 남편의 실직이나 부도, 카드 빚 등. 경제적 문제부터 남편과의 정서적 교감 문제, 남편의 외도에 대한 분노들이다. 경제적인 문제나 생계에 대한 문제는 어렵다손 치더라도 남편과의 교감문제는 대화와 소통으로 얼마든지 개선하고 극복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상황이 급박해지면 남편들은 “미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의 진정성을 아내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가족이야기를 하자. 너무 어릴 때 가정을 꾸미고 ‘본인 스스로의 삶을 누리지 못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얼마나 심했으면 아무 연락도 없이 가출을 했을까?’하는 공감은 가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잃어버린 20대의 자유를 찾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두 아이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집어넣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인 것 같다. 힘들겠지만 뉘우치는 남편의 마음을 못이기는 척 받아주어 웃음꽃이 다시 피어나는 행복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스쳐 지나간 사람들 속에 내 모습이 있다

    인생을 길게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에 만나 긴 세월을 여전히 만나는 사람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 그립고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만남의 형태는 다양하다...
    Views55191
    Read More
  2. 행복을 원하십니까?

    새해가 밝자마자 시카고 집회를 다녀와 보니 어느새 1월 중순이다. 시카고의 겨울이 그렇게 매서울지 몰랐다. 집회를 인도하는 동안 온몸을 움츠리고 이동을 해야만 하였다. 5일 만에 돌아오는 비행기 상공에서 바라본 필라는 온통 하얀색이었다. 내가 없는 ...
    Views58374
    Read More
  3. 2017년 첫 칼럼 "미지의 세계로"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온 ‘붉은 닭띠 해’라며 사람들은 호들갑을 떤다. “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계학으로 보면 혈액형, 고향, 인종, 띠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다. ‘그런 유형...
    Views58409
    Read More
  4. 아름다운 매듭

    실로 격동의 2016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대선을 치르느라 분주했고, 한국은 말을 꺼내기조차 두려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다사다난!”이란 사자성어가 적합한 한해였던 것 같다. 또한 성경 잠언 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Views55076
    Read More
  5. 초심(初心) 지키기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
    Views57227
    Read More
  6.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그런 말은 결코 다시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건만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되뇌이게 된다. 젊음이 오랜 줄 알고 그냥 저냥 지내던 20살 때에 고향 ‘포천’에서 사촌 형님이 오셨다. 우리 집...
    Views59659
    Read More
  7. 비바람 너머 별들은 빛나고 있으니

    부르기만 해도 설레이는 단어가 “결혼”이다. 사랑해서 만나고 영원히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한다. 신혼에 행복하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환상을 꿈꾸며 가정을 꾸미지만 신혼의 단꿈이 사라지고 결혼이 차디찬 현실로 다가 올 때에 부부는 ...
    Views53600
    Read More
  8. 인생을 3D로 살라!

    바야흐로 3D 시대가 열렸다. 3D란 “Three Dimensions, Three Dimensional”의 약자로 수학에서 공간 내에 있는 점 등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축의 개수를 말한다. 평면에 포함된 한 점의 위치를 지정하는 데에는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
    Views57749
    Read More
  9.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56333
    Read More
  10.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0846
    Read More
  11.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55152
    Read More
  12.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55265
    Read More
  13.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56980
    Read More
  14. 태국 & 국왕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
    Views59454
    Read More
  15.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58774
    Read More
  16.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59382
    Read More
  17.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7858
    Read More
  18.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0110
    Read More
  19.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7688
    Read More
  20.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293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