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7:52

길은 여기에 3/6/15

조회 수 728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빛의_인도.jpg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은 여기에”는 그 당시 나에게 엄청난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 마치 누이처럼 다가온 그녀의 글이 내 심장에 생수처럼 스며들었다. 그녀는 세계2차 대전 당시 일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패전의 소용돌이가 일본열도를 휩싸며 지나갈 때,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교사직에서 물러난다. ‘자신이 옳다고 가르쳤던 일들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가치관에 혼란을 겪으며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모른 채 여러 남자들을 생각 없이 만난다. 그러다가 미우라 아야꼬는 ‘덜컥’ 결핵에 걸린다. 책은 이렇게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고열로 쓰러졌다. 폐결핵으로 인한 발병이었다. 스토마이라든가 파스도 없는 시대여서 결핵요양소에서 요양 중이던 친구들은 마구 죽어갔다. 병은 끊임없이 내게 다가와 나를 괴롭게 했다.

‘심장병, 척추카리에스,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정말 견딜 수 없는 끔찍한 질병이었다. 온몸에 물집 모양의 발진이 생기더니 얼굴에까지 번져갔고 의사는 내가 ‘실명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이 병은 고통이 사라지지 않고 암세포를 동반하고 있어서 암으로 번지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의사의 말과는 달리 더 이상 아픔은 없었다. 눈도 실명되지 않았다. 다만 직장에 암세포가 자랐을 뿐. 생각해 보니 병으로 잃게 된 것은 건강뿐이었다.”

목숨을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 속에서 그녀는 ‘다다시’라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위해 매일 편지를 보내고 추운 겨울밤에도 남몰래 병실 아래에서 그녀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해 주었던 ‘마에카 다다시’의 헌신적인 사랑과 전도로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건강을 회복한 것이 그녀의 나이 37세 때이다. ‘다다시’는 사랑하는 여인을 보호해주기 위해 늑골 여덟 개를 없애는 대수술을 시도한다. 하지만 수술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결국 ‘다다시’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에 이르고야 만다. 아야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비통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과 달리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는다. 그녀의 심장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신앙은 그녀에게 삶의 용기와 힘을 안겨 주었다. 그녀는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깊은 고통을 통과한 그녀의 글은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돋워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길은 여기에”를 읽으며 나는 자주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책을 읽던 시기는 지금처럼 혹독한 겨울이었다. 두 사람의 청순하고도 진실한 사랑. 상대를 배려해주는 너그러움. 결국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지만 그런 중에도 신앙으로 의연히 일어서는 아야꼬의 삶을 통해 내 아픔의 작음을 보았고 내가 살아야할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창사 85주년 기념 1천만 엔 현상 장편소설에 응모한 그녀는 ‘빙점’을 통해 당선 통보를 받고 기쁨과 흥분에 휩싸인다. 그녀의 나이 당시 42세였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그만큼 그녀의 사고와 신앙은 성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기도, 말씀이 그녀를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고 빛이 되어 주었다. “자, 하나님 쪽을 보세요! 당신은 이제 고민할 것도 눈물을 흘릴 일도 없답니다.” 그녀의 한결같은 메시지이다.

‘아비큘래대(Abiculedae)’라고 하는 조개 속살로 어쩌다가 작은 모래 하나가 파고들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된다. 조개는 이 모래를 빼내려고 이리저리 뒹굴고 몸을 비틀고 뒤척이면서 계속 자기 안에 있는 분비물 ‘나카’(Naca)를 뿜어내게 된다. 그 아픔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영롱한 진주이다. 그렇다. 아픔은 견디기 힘든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주처럼 소중한 열매를 토해내게 된다. 미우라 아야코는 우리들에게 “구름은 지나가지만 태양은 떠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1999년 10월 12일 오후에 평온한 모습으로 천국에 입성했다.


  1. 깨어나십시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깨어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않은 인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을 가는 사람과 같다. 그러니까 평생을 헤매 일 수밖에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눈이 떠진다. 인생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Views58685
    Read More
  2. 남편만이 아니다, 아내도 변했다

    신혼이 행복하지 않은 부부가 있을까? 얼마나 달콤하면 “허니문”이라고 할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날 이후이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나며 부부간의 전쟁은 시작된다. 그때 부부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속...
    Views58424
    Read More
  3. 애타는 “엘렌”의 편지

    엘렌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한국명은 “김광숙”이다. 그녀의 생모는 시각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기가 버거웠던지 어느 날 마켓에 버려두고 사라져 버렸다. 엘렌은 고아원으로 인도되어 살게 되었고, 4살 때 미국 볼티모어에...
    Views58751
    Read More
  4.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꿈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어릴 때 아이들의 꿈은 단순하면서도 어마어마했다. 남자애들은 보통 “대통령, 장군” 여자애들은 “공주, 미스코리아”였으니까. 그것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의 꿈은 영어로 ‘버라이어티&rs...
    Views57950
    Read More
  5. 스쳐 지나간 사람들 속에 내 모습이 있다

    인생을 길게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에 만나 긴 세월을 여전히 만나는 사람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 그립고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만남의 형태는 다양하다...
    Views57017
    Read More
  6. 행복을 원하십니까?

    새해가 밝자마자 시카고 집회를 다녀와 보니 어느새 1월 중순이다. 시카고의 겨울이 그렇게 매서울지 몰랐다. 집회를 인도하는 동안 온몸을 움츠리고 이동을 해야만 하였다. 5일 만에 돌아오는 비행기 상공에서 바라본 필라는 온통 하얀색이었다. 내가 없는 ...
    Views60328
    Read More
  7. 2017년 첫 칼럼 "미지의 세계로"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온 ‘붉은 닭띠 해’라며 사람들은 호들갑을 떤다. “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계학으로 보면 혈액형, 고향, 인종, 띠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다. ‘그런 유형...
    Views60304
    Read More
  8. 아름다운 매듭

    실로 격동의 2016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대선을 치르느라 분주했고, 한국은 말을 꺼내기조차 두려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다사다난!”이란 사자성어가 적합한 한해였던 것 같다. 또한 성경 잠언 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Views56870
    Read More
  9. 초심(初心) 지키기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
    Views59171
    Read More
  10.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그런 말은 결코 다시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건만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되뇌이게 된다. 젊음이 오랜 줄 알고 그냥 저냥 지내던 20살 때에 고향 ‘포천’에서 사촌 형님이 오셨다. 우리 집...
    Views61540
    Read More
  11. 비바람 너머 별들은 빛나고 있으니

    부르기만 해도 설레이는 단어가 “결혼”이다. 사랑해서 만나고 영원히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한다. 신혼에 행복하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환상을 꿈꾸며 가정을 꾸미지만 신혼의 단꿈이 사라지고 결혼이 차디찬 현실로 다가 올 때에 부부는 ...
    Views55327
    Read More
  12. 인생을 3D로 살라!

    바야흐로 3D 시대가 열렸다. 3D란 “Three Dimensions, Three Dimensional”의 약자로 수학에서 공간 내에 있는 점 등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축의 개수를 말한다. 평면에 포함된 한 점의 위치를 지정하는 데에는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
    Views59556
    Read More
  13.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58118
    Read More
  14.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2740
    Read More
  15.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56899
    Read More
  16.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57138
    Read More
  17.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58700
    Read More
  18. 태국 & 국왕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
    Views61195
    Read More
  19.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60568
    Read More
  20.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611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