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12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증인.jpg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소통이 안되고 집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분위기에 순응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돌발행동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언제나 시선을 집중해 돌보아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모임을 정상적으로 가질수 없어서 Zoom 모임을 시도해 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장애아 중에는 압도적으로 자폐가 많다. 그것도 여아들보다는 남아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듯 하지만 자폐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원인을 말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대개는 3세 이전에 다른 또래들과의 발달상의 차이점이 나타나며 파악하게 되지만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하다가 뒤늦게 자폐 판정을 받기도 한다. 과거에는 자폐라고 단순히 진단했지만 이제는 각각의 문제 행동이 광범위한 수준에 걸쳐 나타나기에 이제는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아역배우 출신 김향기와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증인이라는 영화가 2018년 나왔다. 무척 보고 싶었는데 정작 2019년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한 자폐아 지우”(김향기 )를 둘러싼 내용들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장애아를 처음 접해보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가 조심스럽고도 진정성있게 다가가 결국 진실을 이끌어 내는 내용이다. 장애를 가진 소녀를 증인석에 세우기까지의 과정과 어눌하지만 확실하게 목격담을 들려주는 지우의 모습은 숨을 죽이고 집중하게 만든다.

 

  처음 정우성이 김향기에게 다가갔을때에 소녀는 변호사를 향해 첫마디를 내뱉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얼마나 장애인을 무시하는 사람이 많은가? 얼마나 사람을 이용하려 드는 부류가 많은가? 갑자기 나타나 다가서는 정우성을 향해 자폐 소녀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 질문 앞에 내가 움찔했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돌아보았다. ‘정말 나는 장애인들을 가슴으로 사랑하는가? 정말 순수하게 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좋은 사람인가?’ 몇 번이고 내게 물어보았다.

 

  지우는 사건의 증인이었던 반면 순호는 지우의 말이 맞다는 것을 밝혀줄 유일한 증인이었다. 퀴즈를 좋아하는 지우에게 매일 시간을 정해서 통화하면 어떨까? 오후 5시는 어떠니?”라고 제안한다. 다양한 질문을 준비하는 순호와 매일 오후 5시 정각에 전화를 걸어 답하는 지우의 모습은 따뜻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며 두 인물의 변화될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영화 대사 중에 나를 울게 한 대사는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요. 당신이 거기로 들어가면 되잖아요였다. 자폐아들은 집중을 못한다. 항상 주시하며 돌보아야 한다. 말 그대로 자폐”(자신의 세계속에 갇힘)라면 내가 그곳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이 치고 올라왔다. 캄캄한 비행기 속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추스러야 했다.

 

  자폐뿐일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을 향하여 우리는 얼마나 그들 속으로 들어가려 해 보았는가? 가까이는 아내, 남편, 자녀들, 공동체의 일원들을 향해 말이다. 영화 증인에서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정우성과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김향기의 향기로운 시너지가 더해져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는 어쩌면 현실적이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행복한 상황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증인은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이며, 착한 사람이 승리하는 영화이다. 자폐아를 가진 부모,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심정을 엿볼수 있어 감사했다. 진정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하다보면 가슴이 따뜻하게 데펴져 오는 영화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1.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2401
    Read More
  2.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2622
    Read More
  3.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2937
    Read More
  4.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3104
    Read More
  5.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3278
    Read More
  6.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054
    Read More
  7.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3374
    Read More
  8.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3305
    Read More
  9.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3444
    Read More
  10.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3407
    Read More
  11.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3215
    Read More
  12.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3612
    Read More
  13.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3836
    Read More
  14.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3682
    Read More
  15.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3558
    Read More
  16.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3574
    Read More
  17.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3640
    Read More
  18.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3445
    Read More
  19.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3435
    Read More
  20.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349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