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3.18 15:12

부부 행복하십니까?

조회 수 79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각방.jpeg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한 가정이 의외로 많다. 남편 박상수(가명·49)씨는 고시를 패스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요직을 두루 거치고 있는 한마디로 잘나가는 남자다. 그의 아내 차윤정(가명·47)씨는 전업주부로 마흔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미인이다. 대학생 · 고등학생 두 아이는 크게 속 썩이는 일 없이 제법 공부도 잘한다. 이 정도면 건실하고 행복해 보이기만 하다.

 

하지만 다들 속 모르고 하는 얘기. 박씨 부부는 벌써 2년 반 넘게 각방 생활을 하고 있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웃고 떠들다가도 집으로 돌아와서는 말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소위 쇼윈도우 부부이다. 아내는 부부동반 모임에만 가면 영판 딴사람이 된다. 상대방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 네네~” 호응을 잘해주는 아내. 박씨가 아는 사람이 맞나 싶다. “우리 그이는요~”라며 이따금 흉인지 자랑인지 얘기하는 아내가 가증스럽다. 집에만 오면 웃음기 가신 얼굴로 불만만 털어놓는 아내가 아닌가?

 

  각방 생활을 하기 한참 전부터 부부 관계는 삐거덕거렸다. 아내는 언젠가부터 내 인생은 이게 뭔가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학벌이 기운다며 시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뒤로 흠잡히지 않으려고 남편 내조와 아이들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덕분에 남편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진을 거듭했다. 그런 남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 한켠은 씁쓸했다. 남편은 바쁘다며 매일 밤늦게 들어왔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날이 많았다. 가족은 늘 뒷전이었다. 대화는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공통의 대화 주제는 점점 더 찾기 힘들어졌다.

 

  아내의 이런 불만과 걱정을 박씨도 모르지 않는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 아내는 늘 만약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당신 뒷바라지만 하고 살지 않았더라면하는 식이다. 자연히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요구하는 것을 다 해줘도 아내에게 돌아오는 것은 타박뿐이었다. 하지만 부부는 이혼할 마음은 없다. 남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약속을 했다. 일종의 휴전협정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 불만이 있을 땐, 문자로 얘기한 뒤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둘째, 부부동반 모임에는 늘 함께 참석한다. 밖에서는 가능한 한 다정한 모습을 보여 상대방의 자존심을 세워준다.

 

 셋째, 일주일에 최소한 두번 이상 대화를 나눈다. 만일 한번 약속을 어기면 두번 외식을 한다 등등. “가족을 깨지 않기 위해서 이 정도는 노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삶이 어디 약속대로 굴러가던가? 외식을 하기로 한 날, 남편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약속을 못 지키는 때도 있었고, “대신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고 무심코 얘기했다가 아내에게 모든 것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다고 핀잔을 들었다. 아내는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건 진심이라고. 남편은 속이 터질 일이다. “진짜로 미안해서 그런 건데, 진심이 없다니 도대체 아내가 말하는 진심은 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정은 유지된다. 서로가 요구한 대로 약속을 이행하는 한 말이다.

 

  겉보기에는 다 행복해 보인다. 교회에서나 모임에서 보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부부는 사소한 일상에서 어긋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까지 벌어지고 만다. 바쁘다보니, 지쳐가는 나를 추수리다보니 상대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이들은 다 날아가고 부부는 자연스럽게 각방을 쓰게 된다. 그러다보니 교감도 안되고 앞에 부부처럼 그냥 사는 사이가 되어간다. 솔직히 이것은 부부 관계가 아니라 거래 이다. 연극이 아닌 진정 행복한 부부로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 연극은 피곤하니까.

 


  1.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2574
    Read More
  2.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919
    Read More
  3.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3095
    Read More
  4.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773
    Read More
  5.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243
    Read More
  6.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527
    Read More
  7.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919
    Read More
  8.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4089
    Read More
  9.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4126
    Read More
  10.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970
    Read More
  11.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295
    Read More
  12.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377
    Read More
  13.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384
    Read More
  14.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510
    Read More
  15.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320
    Read More
  16.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627
    Read More
  17.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789
    Read More
  18.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557
    Read More
  19.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452
    Read More
  20.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55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