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4.02 10:31

불굴의 비너스

조회 수 78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나윤.jpg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나는 걷는 모습은 기우뚱하지만 그래도 내 다리가 있다. 하지만 그는 허벅지 이하로 의족을 하고 있었다. 장애를 감사로 승화시킨 온화한 인품에 감동을 받으며 함께 사역을 감당해 갔다. 가정사정으로 그와 가족은 무척이나 더운 여름. 한국으로 돌아갔다.

 

  20년 전, 나는 장애가 있는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걷기 시작했다. 보조기가 맞닫는 피부가 벗겨지며 고통스러웠다. 보조기를 기증해 준 이권재 사장의 말이 내게 자극이 되었다. “처음 보조기를 착용하다가 너무 고통이 커서 구석에 처박아 놓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목사님은 그 고비를 넘기셔서 잘 보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때마다 그 말이 자극을 주었다. 구덕살이 배기고 어느 순간부터 보조기는 원래 내 몸같이 편하게 적응되기 시작하였다. 전에는 항상 오른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걸어야 했다. 그때 가장 입고 싶었던 것을 청바지였다. 그 자그마한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내 발로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중에 커다란 기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밀알 단원 권사님이 한 영상을 권해 주었다.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꾸며 살아가던 28살 자매가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절단하였지만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견뎌내고 피트니스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영상이었다. 놀랍게도 주인공 김나윤은 피트니스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그녀는 당당하게 장애 나이 네 살이라고 말한다. 4년 전 사고로 팔을 잃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김나윤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날도 기분좋게 달렸건만 국도에서 오토바이가 미끌어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의식을 잃지 않아 기억을 다 하고 있습니다. 바람쐬러 춘천으로 가볍게 나갔는데 국도에서 미끄러지면서 굴렀습니다. 그냥 넘어진 줄 알았는데 친구가 팔이 없다면서 울어요, 잘 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만져보니 진짜 팔이 없는거예요

 

  그뿐만이 아니다. 경추부터 흉추까지 19군데 골절이 있었다. 목이 부러져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녀는 꿈많은 미용사였다. 두팔이 다 중요하지만 미용사에게는 왼손으로 헤어를 잡기에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왼팔이 통째 날아간 것이다. 그동안 품어왔던 목표와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 실망감은 너무도 컸다. 좌절이 찾아오며 병원에서 며칠을 울었다. 마음을 잡는 것이 급선무였다. 먼저 절망 속에서 감사함을 찾았다. ‘팔 하나가 날아갔으니 망정이지 목이 터졌으면 즉사했을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기 시작하였다.

 

  처음 그녀는 의수를 착용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의수피부를 착용하면 거의 티가 안 나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피트니스란 적나라하게 온몸을 드러내는 경연이다. 따라서 의수를 벗어내고 잘려나간 부위를 그대로 노출해야만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어 무대뒤에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당당히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한쪽 팔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는 포부도 당당하게 무대를 누볐다. 편견에 당당히 맞선 도전이었다.

 

 그렇게 비장애인과 경쟁해 1위 트로피를 차지했고, 이후 모든 종목을 석권하며 피트니스 4관왕 자리에 오르게 된다.

누군가 장애를 장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짜 장애인이라고 했다. 그렇다. 장애 때문에 자꾸 움츠러들고, 고뇌에 빠져 숨으려고 하는 사람이 진짜장애인이다. 우리는 밀알의 밤에서 보았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두팔이 전혀 없는 가스펠싱어 레나마리아, 교통사고로 얼굴을 잃어버린 이지선. 장애를 은총으로 승화시킨 그들의 모습에 도전을 받았다. 김나윤을 통해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1.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2491
    Read More
  2.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741
    Read More
  3.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2921
    Read More
  4.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709
    Read More
  5.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162
    Read More
  6.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454
    Read More
  7.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698
    Read More
  8.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3969
    Read More
  9.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4052
    Read More
  10.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915
    Read More
  11.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150
    Read More
  12.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261
    Read More
  13.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328
    Read More
  14.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326
    Read More
  15.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246
    Read More
  16.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567
    Read More
  17.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743
    Read More
  18.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530
    Read More
  19.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420
    Read More
  20.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49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